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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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그것도 한때라구요!

2004.09.01 07:47

오연희 조회 수:280 추천:65

작년 어느날, 그로서리 샤핑에서 돌아오는 길에 차가 터져나갈 듯한 음악소리에 몸을 있는대로 흔들어 대는 20대전후의 젊은이들을 보고 혀를 끌끌 찬 적이 있다. 종종 만나는 이런 광경이 서양아이들의 솔직한 감정 표현이라 여겨져 싱싱한 젊음이 느껴
지기도 하지만 가끔은 불량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차에서 샤핑한 것들을 내려 놓고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층 아들방 쪽에서 음악소리가 흘러나왔다.

요란하게 웅웅대는 소리가 나길래 살며시 올라가 보았다. 점점 커지던 소리가 아들 방 문을 여니 폭팔할 듯이 쏟아져 나왔다. 아들은 그 폭팔음속에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면 몰라도 공부를 하다니 저 공부가 제대로 될리가 있나 싶어 기가 막혔다.

아들말에 의하면 공부가 더 잘된다고 한다. 그냥 다른 아이들이 하니까 따라하는 거겠지 싶다가도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고 혼을 낼 성질도 아닌것 같아 소리좀 낮추라며 한마디 하고는 내려와 버렸다.

그랬더니 다음부턴 아예 귀에다가 이어폰을 끼고 듣는듯 했다. 그런데 귀에다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들으면 귀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높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났다. 걱정이 되어 주의를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사사건건 간섭하는것 같아 아들 눈치를 봐가면서 슬쩍 지나치는 듯이 한마디 던졌다.

한해가 지난 지금은 언제 그런짓을 했었냐는 듯이 조용한 가운데 책을 본다. 필자의 신경을 건드리고 갔던 이런 사소한 일들은 수시로 왔다가 식어버리고 어느샌가 또 다른 행동으로 옮겨가곤 했다.

가만 생각해보니 필자도 역시 부모님의 눈길을 피해서 했던 일이 참 많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시절 학교가 파하면 바로 만화방으로 가서 그 날 나온 순정만화를 모두 본 후에야 집으로 갔었다. 때로는 빌려다 보기도 했었는데 만화에 정신을 빼앗긴 딸에게 화가 난 어머니가 만화를 아궁이에다가 넣었던 일이 있었다. 만화방을 옮겨가면서까지 순정만화를 끊지 못했었던 필자였는데 언제부턴가 만화가 눈앞에 있어도 펴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참 우스운것은 너무도 엄격한 아버지로 인하여 그 한 때를 경험하지 못했던 필자의 남편은 어른이 되어서 만화에 심취해 있는데, 다큰 어른이 만화를 보며 혼자 낄낄대는 모습은 아주 가관이다.

요즘같이 경쟁이 치열한 세월에 공부할 시기를 놓칠새라 염려스러워 그 한때를 너그럽게 봐 주기가 쉽지는 않다.

유행의 흐름에 지나치게 휩쓸려 사는것도 별로 보기 좋은 광경이 아니지만, 자녀가 간절히 원하고 자녀나 타인에게 특별히 해가 되는것이 아니라면 그 나이에 알맞은 경험도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은 한때 그렇게 하다가 제풀에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자녀를 위해서 하는 충고지만 아이들 입장에선 사사건건 간섭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모양이다. 집 근처에 있는 더 좋은 대학에 입학 허가을 받고도 부모 잔소리 듣기 싫어 멀리 왔다는 고백을 친구들 끼리 한다고 한다. 간섭을 하지 않아도 부모품을 떠나고 싶은 나이이긴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친구나 선생님이 하면 괜찮은데 부모가 하면 잔소리가 된다.

하지만 부모의 잔소리로 인하여 현재의 자신이 있음을 깨닫고 , 감사하다고 고백할 그날 오리라 믿으며 잔소리 멈추지 말자. 듣기 싫어하는 얼굴빛이 역력해도 얼마의 시간이 지난후 보면 고쳐져 있는 나쁜 버릇들도 많이 있기 때문이다.

단,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전에 지난 날의 우리들의 한 때를 한번쯤 되돌아 보면 어떨까 싶다.

그때의 심정으로 돌아가서 자녀들을 대하면 자신보다 훨씬 반듯한 내 아이의 모습이 보일런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4. 08. 27   1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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