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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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경주와 음주

2004.09.27 11:51

오연희 조회 수:448 추천:78


며칠 전 프리웨이를 운전하고 있는데 한인 10대들이 프리웨이에서 음주 운전하다가 큰 사고를 냈다는 라디오 뉴스가 흘러 나왔다. 그 순간 몇 주전 보바가게에서 보았던 학생들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날씨가 유난히 더웠던 그날 보바를 하나시켜 구석에 앉아 보바알을 홀짝거리고 있는데 틴에이저로 보이는 남학생 너댓명이 왁자지껄하게 떠들며 들어왔다. 나란히 서서 주문을 하더니 내 옆자리에 자리를 잡고서는 들어오면서 하던 이야기를 계속하는듯 했다. 가만 귀를 기울여보니 그 중 한 남학생이 프리웨이에서 친구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95마일로 신나게 경주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디선가 웽 하는소리가 들려서 백미러를 보니 경찰이 빨강파랑 불을 번쩍이면서 자신보다 약간 뒷쪽에서 달려오고 있던 친구에게 차를 옆으로 세우라는 신호를 보내왔다고 했다. 아차 싶어 보니 경찰이 친구에게 신호를 보내고는 즉시 자신을 뒤쫓아 오더라는 것이었다. 놀라서 자신도 모르게 속도를 내서 달려 나가던중 바로 가까이에 Exit 가 보여 무조건 빠져나가 죽어라고 도망을 했다고 했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져 가는 중이라 운좋게도 경찰에게 발견되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듯 하면서도 무용담을 늘어놓는 듯한 신난 목소리에 필자의 가슴이 철렁했다.

워낙 길감각과 운동신경이 둔한 필자인지라 가끔 요리조리 미꾸라지 빠져나가듯이 차선을 바꾸며 쏟살같이 달려나가는 차를 보면 그 대담성과 민첩함에 정신이 번쩍든다. 평소 성품이 거친편이 아닌 필자의 딸과 아들도 운전할 때의 그 과감성을 보면 필자의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옆좌석에 앉은 필자에게 "엄마는 바깥 경치나 즐기세요!" 라거나 "프리웨이에서 엄마처럼 그렇게 미기적거리면 되려 위험하다"고 은근히 간섭 사절을 선언한다. 그말에 가만 있으려니 어쩐지 억울해서 "그렇게 운전 잘하는 너희들은 벌금도 여러번 냈지만 엄마는 한번도 낸적 없어!" 한마디 날리고 나면 속이 조금 시원해진다. 가벼운 접촉사고를 낸 후로 앞 차와의 거리가 조금만 가까워져도 부딪칠것 같아 가슴이 두근거리는 필자에 비해 몇 번의 크고 작은 사고를 낸 후에도 씩씩하게 운전하는 아이들을 보면 도대체 누가 정상인지 헷깔릴 때가 있다. 스스로 알아서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는 한국과는 달리 미국에서는 자녀들이 운전을 하기 전까지는 누군가 아이들에게 발이 되어주어야 한다. 가까운 이웃들끼리 카풀을 하기도 하지만 많은 분들이 자녀들 라이드해 주는데 많은 신경과 시간을 쓰고 있다.

그러다가 자녀들이 운전을 할수 있는 나이가 되면 으레히 차를 사주는 부모도 있고 픽엎하는 수고를 덜고 싶어 또는 형편은 안되지만 아이가 간절히 원해서 등등…여러가지 이유로 차를 사주게 된다. 자녀의 책임감과 독립심을 위해서 부모의 도움으로 차를 사고나서 자녀가 아르바이트로 다달이 어느정도씩 갚아 나가도록 한다는 가정도 있고 좋은성적 또는 좋은 대학에 대한 부모의 바램을 이루어 주었을때 차를 사주는 계기를 만드는 가정도 있다

기본이 잘 돼있는 아이라면 어떤 경우든 문제가 없겠지만 처음 차를 운전하게 되는 보통의 아이들은 모험심도 생길 수 있고 부모 간섭없이 친구나 이성 교제가 쉬워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젊은 치기로 프리웨이에서 경주를 하는 일은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날은 운좋게(?) 경찰에 걸리지 않았는지 몰라도 경찰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될텐데 정말 걱정이다. 혈기넘치는 그 나이에 음주운전이라면 더 말해서 무엇하랴. 경주와 음주. 목숨 하나 가지고는 어림도 없는일이다.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4. 09. 24   17: 19  
2004년 9월 27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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