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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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꿈 이야기

2004.03.25 15:50

오연희 조회 수:284 추천:55

필자의 아들이 한국에서 초등학교 1학년 1학기 다닐 때였다.

초등학생들이 청소하다가 다친 일이 문제가 되어 엄마들이 돌아가면서 아이들 교실 청소를 하게 되었다.

여러명의 엄마들이 교실안에 들어서자, 교실 뒤 벽쪽에 세월의 공간을 뛰어
넘어 여전히 건재하는 ‘나의 장래희망’의 큼직한 표어가 눈에 들어왔다.

같이 간 엄마들이 우루루 그쪽으로 가더니 자기 자녀들의 장래 희망란에 눈길이 멈추었다. 대부분 자기 자녀들의 희망이 흡족한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깔깔대고 있었다. 대통령과 장군도 있었고 변호사, 의사, 교수, 선생님 등등…모두들 야무진 꿈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그런데 필자 아들의 장래 희망란에 눈길이 머문순간 ‘어머나’소리가 저절로 튀어 나왔다.

그곳엔 ‘택시운전수’라는 큰 글자가 떡 적혀있었던 것이다. 웃음을 잔뜩 머금고 있던 선생님이 나를 앉혀놓고 필자의 아들과 나누었던 대화를 들려 주었다.

“너 나중에 택시운전수 되면 선생님좀 태워줄래 ” 선생님이 은근히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들은 한참을 생각한 후 이렇게 말하더란다. “그때가면… 선생님은… 죽잖아요…” 선생님과 필자는 폭소를 터트리며 웃었다.

그때 필자는 아들이 ‘택시운전수’라고 한 연유를 알고 있었다.

그당시 자가용을 사는것이 붐처럼 일어났고 우리 역시 그대열에 끼였다. 프리웨이를 씽씽달릴때 아이들은 시쳇말로 ‘기분 짱’ 이었고 다른 차 보 다 더 빨리 달리라고 아우성이었다. 자녀들의 부추김으로 인한 사고가 심심잖게 일어난다는 기사를 접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였다. 웬만하면 양보하는 아빠를 바라보는 아들은 답답했다. 다른차 다 제키고 씽씽 달릴 수 있는 택시운전수가 좋아보였던 것이다.

미술, 음악, 체육과 같은 경우에는 방향을 잡기가 조금 수월하겠지만,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으며 그것을 위해서 적합한 전공은 무엇인지 대입 원서를 쓰는 날까지 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많은 교육전문가들이 ‘부모가 강요하지 말고 자녀들이 하고 싶어하는 것을 하게 하라’ 고 조언 한다.

특별히 하고 싶거나 좋아하는것이 있을때에는 맞는말이다. 간절히 원하던 것을 공부 하면 능률도 더오르고 공부하는 기쁨도 누릴것이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것이 무언지 모르는데 문제가 있다. 성적이 괜찮았던 아들 친구도 대입지원서 내기 몇달전까지도 뭘해야 할지 모르겠다더니 평소 존경했던 선생님이 전공했다는것을 자신의 전공으로 선택했다. 그 전공이 그 아이에게 맞는지 아닌지, 제대로 해낼런지 모르지만 스스로 정했다는것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는 아들 친구엄마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의 인생길이 수많은 시행착오의 연속이 듯이 우리아이들 또한 그런 길을 간다. 스스로 결정하고 또 책임도 져가며 자신의 꿈을 성취해가는, 이땅에서 자신의 몫을 당당하게 감당해내는 우리 모두의 자녀들이 되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ohyeonhee@hotmail.com

입력시간 :2004. 03. 19 16: 11
2004년 3월 22일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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