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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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컴퓨터, 좋은 것만은 아닌걸'

2003.10.25 07:57

오연희 조회 수:354 추천:50

오연희/남가주

또래 친구들에 비하면 그나마 컴퓨터(이하 ‘컴’)를 좀 만지는 편에 속한다는 나도 아직 모르는 부분이 너무 많아 답답할 때가 참 많다. 멀리 사는 친구들에게 이메일이라도 보내고 나면 이메일 보냈으니 체크하라고 전화를 한다. 한 달에 한번 컴앞에 앉을까 말까 한 친구들이 보기에 난 제법 컴세대를 쫓아가는 듯이 보이는 모양이다.

컴을 통해서 얻은 것들이 너무도 많아 후회는 없다. 하지만 컴과 친하지 않았으면 난 자연과 그리고 이웃들과 더 많이 친해질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가질 때가 있다. 컴이 없어도 불편함 없이 살아가던 세월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컴퓨터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 가고 있음을 느낀다.

남편의 비즈니스 관계로 동네 UPS를 자주 애용하는 편이다. 손으로 모든 서류를 작성하던 UPS가 얼마 전에 대대적으로 공사를 하고 나더니 완전히 컴퓨터 시스템으로 업무를 전환해 버렸다. ‘UPS 운동 시스템’ 안에 설치된 컴퓨터에서 자신의 ID를 넣고 자동 입력된 디렉션에 따라 운송 절차를 밟아야 한다. 손으로 수속하고 줄서서 기다리면서 손님들끼리 이런저런 대화도 하던 바로 얼마 전의 UPS의 모습은 옛추억이 되어버렸다.

홈디포도 최근에 한두 부스만 예전처럼 캐쉬어가 직접 서비스를 해주고 모두 셀프 서비스로 전환해 버렸다. 아직은 새로운 시스템이 익숙하지 않은지 직접 서비스를 받으려는 카운터는 줄을 길게 서있고 셀프 서비스줄은 썰렁하다. 나의 남편도 처음엔 텅빈 셀프 서비스에 가서 계산하는 것을 꺼리는 눈치더니 몇 번 하다 보니 되려 편하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난 캐쉬어가 서있는 곳으로 간다. 하지만 나도 컴퓨터와 계산하고 지불하는 셀프 서비스로 발걸음을 옮길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안 그래도 실업자가 많은데 이렇게 모든 분야에서 컴퓨터가 사람의 일자리를 야금야금 침범해가고 있다. 익숙해지면 빠르긴 하겠지만 기계와 만나서 해결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는 세상을 상상하니 어쩐지 삭막하다.

이젠 시간을 내서라도 산과 들을 찾고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할까 보다

입력시간 :2003. 10. 17 17: 01
2003년 12월 20일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