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1

2006.08.18 22:51

오영근 조회 수:187 추천:21

크리스마스 이브
성극연습을 마치고
귀가하는 날 밤은
유난히 달도 밝았어라.

서성거리는 너를 좇아
집 까지 바래다 주면서
얼마나 좋았는지 아아!
눈뜨고 꿈꾸는 몽유병이었어라.

마리아에게
"성 수태고지"를 알리는
아름다운 가브리엘 천사여
호산나 성극을 연출하는
자칭 동키호테의
뜨거운 가슴에 안겼어라.

라일락 향기같은
너의 비릿한 머릿냄새
가랑가랑 달빛에 빛나는
아아! 나를 응시하는
검은 눈동자, 그리고
꿀처럼 달고 찐드윽한
부드러운 혀와 입술.

달밝은 밤
종로구 사간동
골목길에서 연출된
크리스마스 이브의
성극 "밀회"는 아아!
너와 나의
영원한 밀월이었어라
너와 나의
영원한 절정이었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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