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칸(Pecan) 줍기
2016.12.21 11:42
피칸(Pecan) 줍기
박영숙영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피칸*공원이 있고
차도 옆에도 가로수처럼 서 있는 피칸 나무
해를 걸러 피칸이 열리고
10월부터 피칸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봉투를 들고 피칸을 주우려 나오는 사람들
열매를 맺고 키우기 위하여
힘들었을 나무의 숨결을 느끼며
길을 가다 동전을 줍듯이
고마운 마음으로
엎드려
잔디밭을 헤집어 피칸을 줍는다
힘들게 맺은 열매를
미련 없이 털어내는 나무에게
나눔의 미덕을 배우며
가을의 무소유를 배우며
한 알, 한 알 주울 때마다 기쁨이다
이만큼은 아들과 딸에게 주고
이만큼은 동생과 친구에게 주고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이웃에게 한 바가지씩 나누어 주어야지
나는 부자 같은 행복감에 젖어
허리가 아픈 줄도 모르고 피칸을 줍는다
복권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까?
시집: 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2016.11.18 휴스톤 코리아월드 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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