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곡(思父曲) 아리랑 / 아버님께 바치는 헌시 (獻詩)



                 박영숙영


나라의 주권을 상실하고 암울했던 시절
1913년에 태어나신 아부지는
징용으로 끌려가시는 할아부지를 따라가서
어린 시절 12년을 일본에서 체류할 때
그림에 재능을 보여
소학교 때 일 천황 상을 받았다는 아부지

인권을 유린하며 쪽발이가* 강탈해 가는 곡물
참을 수 없는 분노로 팔아버린 논과 밭
삶에 코뚜레 끼어서 해군공창(海軍工廠) 문관
다시 일본 가서 연수받아온 배 고치는 기술
해군 군함 고치는 기술자 2급 공무원으로
조국과 자식 위해 평생을 바치며
평화와 자유를 사랑하셨던 아부지

생각이 깊고 과묵(寡默)하며 지혜로웠던 아부지는
젊어 혼자되신 할머니를 정성으로 모시는 효자 아들
가난했기에 키울 수 없었던 미술가의 꿈은 접고
“배워야 산다”며 밤에는 야학교 선생님으로
문맹인에게 우리글 언문을 가르쳤던 아부지

동네 어른 돌아가시면 밤을 새워 꽃상여 만들고
가을이면 일손이 필요한 이웃 위해 이엉 엮어 초가지붕 올려주기
동네 대항 기마전 축제 위해 새끼 꼬기
흥겨운 풍물놀이 집집마다 지신밟기
기계가 고장 나면 아부지를 찾아오던 동네 분들
아부지는 동네가 필요로 하시는 분이셨다

저녁 식사 후 자식들의 재롱을 보다가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니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그만이지” 하시며
창가를 부르시던 아부지는 지뢰밭 같은 이 세상에서
내 삶에 스승님이시고 나침반이 되어
하늘에서 나를 지켜보고 계신 아부지
“형제와 우애 있게, 진실해라 최선을 다하라” 하시던
아부지의 목소리 들리는듯 한데.
부엌 찬장 유리에 그렸던 아부지의 그림.
사각모를 쓰고 친구분들과 함께 찍은
젊은 날의 아부지의 사진은 모두 어디로갔으며
아부지가 타 오셨던 훈장들은 누가 버렸을까

존경하고 사랑하는 아부지 그리워서
슬픔으로 가슴 둑이 무너집니다.
아부지 보시옵소서
신명을 다하여 아부지 세대를 함께 살다 가신 신분들이 있었기에
가슴 벅차도록 하늘 높이 희망으로 휘날리는
대한민국 태극기를 보시옵소서 아부지!
그리운 아부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세계 한글작가대회 ㅡ언어와 문자의 중요성ㅡ 박영숙영 2015.10.30 439
공지 내가 사랑 시를 쓰는 이유 박영숙영 2015.08.02 205
공지 사부곡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헌시ㅡ시해설 박영숙영 2015.07.18 845
공지 시와 마라톤ㅡ 재미시인 박영숙영 인터뷰기사 박영숙영 2014.10.17 514
공지 사부곡 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 헌시)ㅡ 인터뷰기사 박영숙영 2014.01.16 460
공지 시집 5 -《인터넷 고운 님이여》'시'해설 박영숙영 2013.04.20 1030
공지 시집 4 -사부곡아리랑/아버님께 바치는헌시/서문 박영숙영 2013.04.20 795
공지 시집 3ㅡ어제의 사랑은 죽지를 않고 시'해설 박영숙영 2010.11.03 1356
공지 시집을 내면서ㅡ1, 2, 3, 4, 5, 6 권 박영숙영 2010.10.27 1258
공지 빛이고 희망이신 “인터넷 고운님에게” 내'시'는 박영숙영 2009.08.24 1671
공지 시집 1 ㅡ영혼의 입맞춤/ 신달자 /명지대교수 박영숙영 2008.09.09 1583
» 사부곡(思父曲) 아리랑/ 아버님께 바치는 헌시 (獻詩) 박영숙영 2013.12.29 409
152 인터넷 고운 님이여! 박영숙영 2014.01.07 372
151 천 년의 뿌리 아리랑 박영숙영 2014.01.15 341
150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박영숙영 2014.02.02 406
149 엄마의 염주 박영숙영 2014.02.12 403
148 님들께 감사합니다 박영숙영 2014.02.14 355
147 선혈(鮮血 ) 한 방울 박영숙영 2014.02.14 417
146 좋은 것만 보면은 박영숙영 2014.03.04 331
145 사람이 그리울 때 시장에 간다 박영숙영 2014.03.06 354
144 고장 난 나침반처럼 박영숙영 2014.03.18 335
143 지옥과 천당이 공존하는 에덴의 동산 박영숙영 2014.03.31 305
142 그렇지 않느냐 백로야~ 박영숙영 2014.04.14 261
141 사막에 뜨는 달 박영숙영 2014.05.08 254
140 나는 엄마의 어린 딸 박영숙영 2014.05.14 207
139 나는, 고독하다 박영숙영 2014.05.22 235
138 가지 끝에 내가 앉아 file 박영숙영 2014.05.28 242
137 여보게 젊은이, 그대 부모님은 안녕하신가 박영숙영 2014.06.10 398
136 죽음 뒤를 볼 수 없다 해도 / 죽음에 대한 금언 박영숙영 2014.07.02 369
135 이것이 삶이다./ 수필 박영숙영 2014.07.13 296
134 미리 하는 이별 박영숙영 2014.07.24 236
133 죽음 연습, 이별 연습 박영숙영 2014.07.31 225
132 국론분열 멈추고 단결합시다 / 수필 박영숙영 2014.08.13 331
131 박근혜 대통령님께 file 박영숙영 2014.08.14 338
130 사랑이 머무는 곳에 박영숙영 2014.09.02 215
129 열정과 희망사이 박영숙영 2014.10.04 153
128 가로수는 배 고프다 박영숙영 2014.10.04 139
127 유명품은 씨았인가 박영숙영 2014.10.04 128
126 피어라 무궁화 꽃이여 박영숙영 2014.10.04 148
125 가을 인생 박영숙영 2014.10.04 186
124 노을꽃 박영숙영 2014.10.04 187
123 달리기를 즐겨라 / 수필 file 박영숙영 2015.01.16 181
122 진해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수필 file 박영숙영 2015.01.16 361
121 조국이여 영원하라 file 박영숙영 2015.04.19 28
120 "나는 대한민국의 문인이다!" 박영숙영 시인 박영숙영 2015.04.19 102
119 겨레여! 광복의 날을 잊지 맙시다 박영숙영 2015.08.15 16
118 겨레여! 조국을 위하여 단결합시다 file 박영숙영 2015.08.15 234
117 오해 박영숙영 2016.02.23 66
116 삶이란, 용서의 길 박영숙영 2016.02.23 210
115 여자가 산을 넘는 나이 박영숙영 2016.02.23 140
114 외로운 여자의 연가 박영숙영 2016.02.23 94
113 어느 여자의 상실감 박영숙영 2016.02.23 105
112 아, 내 전우 향군이여!. 박영숙영 2016.04.11 31
111 당신 손잡고 박영숙영 2016.04.24 176
110 그대 여인으로 살고 싶소 박영숙영 2016.04.24 165
109 그대에게 고백하고 싶습니다 박영숙영 2016.04.24 7076
108 사랑 그 신비의 묘약 박영숙영 2016.04.24 7038
107 내 영혼에 새겨진 연비 박영숙영 2016.04.24 680
106 마지막 사랑 박영숙영 2016.04.24 138
105 아내의 노래 박영숙영 2016.04.24 38
104 도끼와 면도칼의 사랑 박영숙영 2016.04.24 79
103 고독한 그 남자 박영숙영 2016.04.24 26
102 십자가와 은장도 박영숙영 2016.04.24 116
101 여자와 자동차 박영숙영 2016.04.24 158
100 고독속에 승화시킨 사랑은 생명 박영숙영 2016.04.24 746
99 잊고 살자 하면서도 박영숙영 2016.04.24 7014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43
어제:
90
전체:
885,7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