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염주 /외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2014.05.14 06:42
엄마의 염주
박영숙영
나누어 준 생명을 위하여
부처님께 온몸을 엎드려
빌고 또 빌며
피눈물 흘리시던 엄마의 기도는
오장육부 애간장 녹아서
피 물 들어 사리가 된 엄마의 염주 .
흑진주처럼 빛나는
염주는
이 세상에 왔다가
가난했던
엄마가 남기고 가신 단 하나의 유품
피눈물 배인 사리를 만지다가
눈을 감고
엄마의 가슴에 안겨본다.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계신 엄마는
하늘에서
내 삶의 길 밝히는 영원한 등불이 되었다
어머니의 편지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문정희·시인, 1947-)
+ 어머니
새벽기도 나서시는,
칠순 노모(老母)의
굽어진 등 뒤로
지나온 세월이 힘겹다.
그곳에 담겨진
내 몫을 헤아리니
콧날이 시큰하고,
이다음에, 이다음에
어머니 세상 떠나는 날
어찌 바라볼까
가슴에
산(山) 하나 들고 있다.
(김윤도·시인, 1960-)
박영숙영
나누어 준 생명을 위하여
부처님께 온몸을 엎드려
빌고 또 빌며
피눈물 흘리시던 엄마의 기도는
오장육부 애간장 녹아서
피 물 들어 사리가 된 엄마의 염주 .
흑진주처럼 빛나는
염주는
이 세상에 왔다가
가난했던
엄마가 남기고 가신 단 하나의 유품
피눈물 배인 사리를 만지다가
눈을 감고
엄마의 가슴에 안겨본다.
아직도 내 가슴에 살아계신 엄마는
하늘에서
내 삶의 길 밝히는 영원한 등불이 되었다
어머니의 편지
딸아, 나에게 세상은 바다였었다.
그 어떤 슬픔도
남 모르는 그리움도
세상의 바다에 씻기우고 나면
매끄럽고 단단한 돌이 되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그 돌로 반지를 만들어 끼었다.
외로울 때마다 이마를 짚으며
까아만 반지를 반짝이며 살았다.
알았느냐, 딸아
이제 나 멀리 가 있으마.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내 딸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뜨겁게 살다 오너라.
생명은 참으로 눈부신 것.
너를 잉태하기 위해
내가 어떻게 했던가를 잘 알리라.
마음에 타는 불, 몸에 타는 불
모두 태우거라
무엇을 주저하고 아까워하리
딸아, 네 목숨은 네 것이로다.
행여, 땅속의 나를 위해서라도
잠시라도 목젖을 떨며 울지 말아라
다만, 언 땅에서 푸른 잎 돋거든
거기 내 사랑이 푸르게 살아 있는 신호로 알아라
딸아, 하늘 아래 오직 하나뿐인
귀한 내 딸아
(문정희·시인, 1947-)
+ 어머니
새벽기도 나서시는,
칠순 노모(老母)의
굽어진 등 뒤로
지나온 세월이 힘겹다.
그곳에 담겨진
내 몫을 헤아리니
콧날이 시큰하고,
이다음에, 이다음에
어머니 세상 떠나는 날
어찌 바라볼까
가슴에
산(山) 하나 들고 있다.
(김윤도·시인, 19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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