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곡(思母曲) 아리랑/ 외

2014.05.14 06:48

박영숙영 조회 수:162 추천:29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박영숙영


울 엄마 꽃이었던 한때
어여쁜 새색시 수줍기만 했다는데
자식 품은 엄마 된 후
여인의 마음은 꽃밭 속에 숨겨놓고
만물상점이 되어버린 엄마의 머리 위에
밥줄이 올려져 있었다.

손톱 발톱 다 닳아서
살결이 말발굽으로 변하도록
봄이면 산나물 뜯기
여름이면 미꾸라지 잡기
이웃이 부르면 품삯 받고 일해주기
겨울에는 낯선 동네 헤매는 무속인 되어서
고지를 점령하는 장군처럼 용감하게
힘차게도 밟고 넘던
이 고개, 저 고개, 아리랑 고개

자식들을 고아원에 버리던 시절에도
가슴에 품은 뜨거운 불씨 주머니
얼음물로도 끌 수 없어
피 끓는 사랑에 온몸이 다 사그라지도록
부처님 전 빌고 빌며
가슴까지 다 내어주고 나니
진달래처럼 청순케도 어여쁘고
난초같이 기품 있던 엄마의 모습은
백 년 가뭄으로 말라간
사리(舍利)꽃이 되었다.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찬밥 한 덩이로 홀로 대충 부엌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배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외할머니가 보고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인 줄만

한밤중에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어머니를 본 후론
아!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심순덕·시인, 강원도 평창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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