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시와 해설)

2014.06.18 20:50

박영숙영 조회 수:1149 추천:26

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



지는 저녁 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



* 내용연구

지는 저녁 해[소멸의 이미지]를 바라보며[시적 화자의 위치와, 쓸쓸하고 외로운 분위기를 나타냅니다.]



오늘도[지속되는 사랑]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이미 어떤 것이 포함되고 그 위에 더함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 '도'를 붙여 예전부터 쭉 늘 그래왔던 것처럼 오늘도 곁에 없는 그대를 사랑하였다는 말입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시적 화자는 날이 저물었는데 별조차 뜨지 않는 상황에서, 임을 만나지 못하는 절망감을 자연 현상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별'은 '그대'를, 홀로 사랑해야 하는 힘겨운 상황은 '저문 하늘'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호응하고 있습니다. '날 저문 하늘'이 임이 부재(不在)하는 상황을 상징한다면, '별'은 화자가 그리워 하는 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그대'가 없는 외로움의 공간]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사랑과 절망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에 나가



저무는 섬(외롭고 쓸쓸하며 구원받지 못하는 운명의 이미지 / 화자의 외로움과 단절감을 극대화하는 객관적 상관물)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잠든 세상 밖으로~떠올리며 울었습니다 : 외로움과 임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전전반측(輾轉反側)했을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잠든 세상 밖으로 나가 새벽 달 빈 길에 뜰' 때까지 방황했다는 것은 기다림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감정입니다. '어둠의 바닷가'는 '그대'를 만나지 못하는 절망의 공간을, '저무는 섬'은 그로 인해 외롭고 쓸쓸하며 구원받지 못하는 운명의 이미지를 지닌 화자를 상징하며 시간의 변화에 따라 감정의 기복이 '울었습니다'로 심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외로운 사람[임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기다림의 내면화를 '사라져서'라는 말로 표현]



해마다 첫눈['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에 나타난 정서를 비유적으로 형상화한 시어]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세계와 단절된 절대 고독의 공간]에 앉아[외로운 사람들은~기슭에 앉아 : 화자와 마찬가지로 '외로운 사람들'은 첫눈 내리는 기쁨과 설레임으로 그리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러나 화자는 '섬 기슭에 앉아' 더욱 심한 고독과 그리움을 느끼게 됩니다. '새벽보다 깊은 새벽'은 새벽달이 떴을 때보다 시간이 더 흘렀음을 알 수 있는 부분으로 화자의 심리적 변화와 맞물리는 상황이 설정되어 있습니다.]



오늘도(계속 반복되는 시간을 의미)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하였습니다.[오늘도 그대를~더 행복하였습니다. : '그대'에 대한 절절한 사랑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돌아오지 않는 임을 기다리는 처지를 '행복'으로 수용하고자 하는 화자의 태도가 담겨 있으며, 재회에 대한 기대와 믿음이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100
공지 우리나라 국경일 박영숙영 2015.07.06 341
공지 우리나라에는 1년 중 몇 개의 국경일이 있을까요? 박영숙영 2015.07.06 1629
공지 무궁화/ 단재 신채호 박영숙영 2015.06.16 274
공지 무궁화, 나라꽃의 유래 박영숙영 2015.06.16 709
공지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박영숙영 2014.10.19 442
공지 [펌]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 박영숙영 2014.06.14 41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 / 머리카락도 짤라 팔았다 박영숙영 2014.05.28 376
공지 어느 독일인이 쓴 한국인과 일본인 ** 박영숙영 2011.08.02 500
공지 저작권 문제 있음 연락주시면 곧 지우겠습니다. 박영숙영 2014.02.08 211
235 백선엽 장군 친일 역사외곡에 대하여 박영숙영 2020.07.15 26
234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박영숙영 2020.12.19 38
233 공전과 자전 /펌글/박영숙영 박영숙영 2020.12.13 41
232 내국망명자와 생활세계적 가능성의 지형/홍용희 박영숙영 2019.06.06 44
231 ★ "진정한 영웅들" ★ 박영숙영 2016.04.29 59
230 느티골의 여름나기 박영숙영 2019.02.20 60
229 무엇이 한국을 세계 頂上으로 만들었을까 박영숙영 2015.04.19 62
228 흐르면서 머물면서/손해일 박영숙영 2019.01.24 77
227 내가 하나의 나뭇잎일 때 / 손해일 박영숙영 2019.01.26 80
226 '가 을' 김광림 박영숙영 2014.09.19 86
225 신작시조 10편에 대하여/ 홍용희 박영숙영 2019.06.06 86
224 '가 을' 김용택 박영숙영 2014.09.19 88
223 색즉시공 공즉시색(色卽是空 空卽是色) 】/펌글 박영숙영 2020.12.19 89
222 꽃 씨 / 서정윤 박영숙영 2015.06.14 96
221 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박영숙영 2015.06.14 97
220 <수선화에게>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98
219 '가 을' - 드라메어 박영숙영 2014.09.19 99
218 창 포 - 신동엽- 박영숙영 2015.06.14 103
217 완성 /나태주 ㅡ 접목接木복효근 박영숙영 2019.02.20 103
216 찔 레 / 문정희- 박영숙영 2015.06.14 115
215 향수 / 정 지 용 박영숙영 2019.01.28 116
214 '가 을' / 김현승 박영숙영 2014.09.19 119
213 미국 어느 여객기 기장의 글 박영숙영 2016.07.02 119
212 마음이 깨끗해 지는 법 박영숙영 2014.10.12 120
211 [펌]이 외수의 글쓰기 비법 박영숙영 2014.06.29 124
210 ★ 부부 / 문정희· 박영숙영 2019.02.20 125
209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26
208 한밤중에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29
207 - 존 로크의 《독서에 관하여》 중에서 - 박영숙영 2014.06.25 131
206 하나의 나뭇잎일 때 / 손해일 박영숙영 2013.12.19 133
205 봄비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34
204 꽃샘 바람/이해인 박영숙영 2015.06.14 135
203 봄 / 설유 박영숙영 2014.02.05 137
202 들풀/ 류시화 박영숙영 2015.06.14 144
201 하늘에 쓰네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48
200 민들레/ 류시화 박영숙영 2015.06.14 150
199 찔레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54
198 안개 / 유승우 박영숙영 2014.01.15 155
197 '악'이 작다는 이유로 박영숙영 2013.11.28 155
196 완경(完經)/ 김선우 박영숙영 2014.08.14 155
195 패랭이꽃 -류시화- 박영숙영 2015.06.14 155
194 [ 적멸에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57
193 늑대/도종환 박영숙영 2014.07.16 161
192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외 박영숙영 2014.05.14 162
191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66
190 이제 누가 헝클어진 머리 빗겨 주나 박영숙영 2014.07.31 167
189 파도, 바위섬 / 이길원 박영숙영 2014.01.15 168
188 ㅡ문제와 떨어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ㅡ 박영숙영 2013.11.20 168
187 손의 고백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68
186 가을 편지/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4
185 사람아,무엇을 비웠느냐? / 법정 스님 박영숙영 2014.02.07 176
184 하늘 무늬 / 이선 박영숙영 2014.01.15 178
183 신록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8
182 내력 / 김선우 박영숙영 2014.08.14 180
181 신용은 재산이다 박영숙영 2013.04.29 184
180 가면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88
179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아하! 이런 글도 있구나 ! " 하고 복사했습니다 박영숙영 2014.05.28 190
178 노천명 /사슴 박영숙영 2013.02.22 191
177 耳順의 황혼/ 신규호 박영숙영 2013.05.30 19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4
어제:
90
전체:
885,7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