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도종환

2014.07.16 09:56

박영숙영 조회 수:161 추천:24

늑대





너는 왜 길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편안한 먹이를 찾아

먹이를 주는 사람들 찾아

많은 늑대가 개의 무리 속으로 떠나가는데

너는 왜 아직 산골짝 바위틈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너는 왜 불타는 눈빛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

번개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르며 달려가던

날카로운 빛으로 맹수들을 쏘아보며

들짐승의 살 물어뜯으며

너는 왜 아직도 그 눈빛 버리지 않는 것일까



너는 왜 바람을 피하지 않는 것일까

여름날의 천둥과 비바람

한겨울 설한풍 피할 안식처가

사람의 마을에는 집집마다 마련되어 있는데

왜 바람 부는 들판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오늘은 사람들 사이에서 늑대를 본다

인사동 지나다 충무로 지나다 늑대를 본다

늑대의 눈빛을 하고 바람 부는 도시의 변두리를

홀로 어슬렁거리는 늑대를 본다

그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외로운 정신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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