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사랑의 노래 /신경림(시와해설)

2014.06.18 20:28

박영숙영 조회 수:383 추천:25

가난한 사랑 노래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소리도 그려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1988년>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서정적, 묘사적, 현실적, 감각적, 애상적

◆ 표현 : 1연 18행의 병렬식 구성

설의법에 의한 동일 구문의 반복

이야기 형식으로 내용을 나열함.

애틋하게 호소하는 듯한 어조

◆ 중요 시어 및 시구 풀이

*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 작품 전체를 통해 동일한 통사 구문이 반복되며, 설의법을 통해 화자인 가난한 이웃의 한 젊은이의 정서가 한층 강조되어 나타남.

*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 희다 못해 시릴 정도로 새파란 달빛이 비치는 도시 골목길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외로움의 이미지를 강화함.

* 두 점 치는 소리 → 새벽 두 시를 알리는 소리

* 방범대원의 호각소리 → 불안과 초조감, 쫓기는 심정을 자극하는 소리

* 메밀묵 사려 소리 → 가난하고 소박한 삶의 공간을 환기시키는 쓸쓸한 소리

* 육중한 기계 굴러 가는 소리

→ 도시의 비정한 기계 문명을 상징하며, 도시 공장 노동자인 화자와 같은 사람에게는 위협과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동시에 화자의 삶이 참으로 고단할 것이라는 것도 느끼게 해 주는 소리

* 뇌어 보지만 → 되풀이 하여 보지만

* 새빨간 감 → 그리움의 대상이면서, 따뜻한 인정을 느끼게 해주는 소재

*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 서로 사랑하지만 가난 때문에 서로의 길을 가기 위해 이별해야 하는 가난한 이들의 서러움을 청각적으로 형상화함.

*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 가난 때문에 감당해야 할 서러움을 요약적으로 제시해 줌.

가난 때문에 지극히 인간적인 감정에 젖어 있는 것조차 이들에게는 허락되지 않을 뿐 아니라, 한낱 감정의 사치로만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임.

  

◆ 제재 : 가난(한 삶)

◆ 주제 : 따뜻한 인간애, 인간적 진실성과 아름다움

[시상의 흐름(짜임)]

◆ 1 ~ 3행 : 가난한 이의 외로움(헤어짐)

◆ 4 ~ 7행 : 가난한 이의 두려움(현실)

◆ 8 ~ 11행 : 가난한 이의 그리움(향수)

◆ 12 ~ 15행 : 가난한 이의 사랑과 이별

◆ 16 ~ 18행 : 가난한 이가 모든 것을 버려야 하는 안타까움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라는 부제가 붙은 작품으로, 한 가난한 젊은 도시 근로자의 삶을 소재로 인간적인 진실의 따뜻함, 즉 휴머니즘을 노래한 시이다. 물질적으로는 가난한 자들이지만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을 가진 한 인간임을 시인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 때문에 이러한 인간적 감정마저도 외면하고 살아야 하는 한 젊은이의 고통스런 삶을 통해서, 가난하고 소외된 삶에 대한 시인의 깊은 연대의식과 유대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인간은 물리적으로 가난을 겪을 때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 사랑' 등의 정신적 감정이 심화되거나 제한받게 되어 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이유로 마음 한 구석이 움츠러들고 쓸쓸해 할 이 땅의 젊은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쓴 것이다. 이 시 끝연에서 '가난하기 때문에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은 인내의 소산일 뿐이며, 인간적 진실성과 아름다움은 오히려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는 강한 역설이 숨어 있다.

  

집 뒤에 감나무가 있는 농촌 출신인 그는 물질적으로 가난하기 때문에 고향을 떠나 노동자로 생활하지만 생활에 쫓겨 외로움과 두려움, 그리움과 사랑 등을 느낄 여유조차 없다. 그러나 그는 가난하지만 외로움도 두려움도 그리움도 사랑도 다 알며, 또 가난하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리지 않으려는 믿음과 진실됨이 있기 때문에, 그는 자포자기하거나 현실을 비정하게 생각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기에 비극적인 현실이 가난한 사랑 노래로까지 승화되는 것이다.

이 시는 결국 인간적 진실성과 아름다움은 가난에 의해서 결코 변할 수 없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노래하고 있다. 가난 속에서도 꿋꿋하게 살아가려는 인간적 진실의 따뜻함과 아름다움이 설득력 있게 표현되어 있지만 '가난'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소극적인 것처럼 보인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99
공지 우리나라 국경일 박영숙영 2015.07.06 341
공지 우리나라에는 1년 중 몇 개의 국경일이 있을까요? 박영숙영 2015.07.06 1615
공지 무궁화/ 단재 신채호 박영숙영 2015.06.16 274
공지 무궁화, 나라꽃의 유래 박영숙영 2015.06.16 708
공지 ★피묻은 肉親(육친)의 옷을 씻으면서★ 박영숙영 2014.10.19 442
공지 [펌]박정희 대통령의 눈물과 박근혜의 눈물 박영숙영 2014.06.14 41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눈물 / 머리카락도 짤라 팔았다 박영숙영 2014.05.28 376
공지 어느 독일인이 쓴 한국인과 일본인 ** 박영숙영 2011.08.02 500
공지 저작권 문제 있음 연락주시면 곧 지우겠습니다. 박영숙영 2014.02.08 211
174 [펌]이 외수의 글쓰기 비법 박영숙영 2014.06.29 124
173 정호승시인의 대표작 박영숙영 2014.06.26 2443
172 찔레 /문정희 박영숙영 2014.06.26 215
171 - 존 로크의 《독서에 관하여》 중에서 - 박영숙영 2014.06.25 129
170 나무의 / 김용언 박영숙영 2014.06.19 218
169 빈 깡통 허공을 날다 / 김용언 박영숙영 2014.06.19 215
168 또 기다리는 편지/정호승(시와 해설) 박영숙영 2014.06.18 1148
167 슬픔으로 가는 길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367
166 미안하다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93
165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26
164 술 한잔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368
163 아버지의 나이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64
162 거짓말의 시를 쓰면서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460
161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565
160 <수선화에게>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98
159 내가 사랑하는 사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053
158 [ 적멸에게 ] -정호승- 박영숙영 2014.06.18 157
» [펌]사랑의 노래 /신경림(시와해설) 박영숙영 2014.06.18 383
156 [펌]가는 길 /김소월 (시와 해설) 박영숙영 2014.06.18 1207
155 인터넷을 돌아다니다가 "아하! 이런 글도 있구나 ! " 하고 복사했습니다 박영숙영 2014.05.28 190
154 - 스펜서 존슨의 《선물》 중에서 - 박영숙영 2014.05.22 227
153 봄을 위하여 /천상병 외 박영숙영 2014.05.14 313
152 봄의 시모음/ 노천명 외 박영숙영 2014.05.14 374
151 사모곡(思母曲) 아리랑/ 외 박영숙영 2014.05.14 162
150 엄마의 염주 /외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박영숙영 2014.05.14 537
149 나는 엄마의 어린 딸 / 어머니에 관한 시 모음 박영숙영 2014.05.14 474
148 그리움 속으로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11 191
147 가을 편지/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4
146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261
145 사랑법 첫째 /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218
144 봄비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34
143 하늘에 쓰네 /고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48
142 신록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78
141 “응”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457
140 내 사랑은/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379
139 찔레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53
138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시 해설 박영숙영 2014.05.08 2979
137 한밤중에 ―문정희 박영숙영 2014.05.08 129
136 [펌글]ㅡ시에 관한 명언 명구 박영숙영 2014.04.02 836
135 딸아 연애를 하라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261
134 "나는 시 속에서 자유롭고 용감하고 아름답다" 문정희시인 박영숙영 2014.03.29 597
133 가면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83
132 손의 고백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68
131 사람의 가을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196
130 동백꽃 / 문정희 박영숙영 2014.03.29 315
129 동백꽃 시모음 / 김용택,용혜원, 유치환,서정주, 최영미,이생진 박영숙영 2014.03.29 1512
128 어머니의 동백꽃/도종환 박영숙영 2014.03.29 364
127 친구여! -법정스님- 박영숙영 2013.12.01 223
126 어느 날의 커피-이해인- 박영숙영 2013.12.01 549
125 수녀님과 스님의 우정 박영숙영 2013.12.01 198
124 독서에 관한 명언들 박영숙영 2013.11.29 537
123 '악'이 작다는 이유로 박영숙영 2013.11.28 155
122 ㅡ문제와 떨어져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ㅡ 박영숙영 2013.11.20 168
121 흔들리는 마흔 이순신을 만나다 박영숙영 2013.11.20 216
120 [펌글]현직 유명인들이 들려주는 '시의 모든 세계' 박영숙영 2013.09.24 510
119 -풀꽃-나태주, prkyongsukyong 2013.08.21 222
118 耳順의 황혼/ 신규호 박영숙영 2013.05.30 191
117 결혼ㅡ하기전에는 눈을 뜨고 박영숙영 2013.05.29 248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56
전체:
884,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