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 서정주

2014.05.08 03:33

박영숙영 조회 수:359 추천:28

신부/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알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알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잡시 궁금해서
신부방 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 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유튜브 박영숙영 영상'시모음' 박영숙영 2020.01.10 160
공지 박정희/ 외국학자들의 평가 박영숙영 2018.03.01 940
공지 AP종군기자의 사진을 통해 다시 보는 1950~53년 韓國戰爭 박영숙영 2015.07.26 2181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시 모음 박영숙영 2015.07.06 1666
공지 이순신 장군의 어록 박영숙영 2013.02.22 1591
공지 세계의 냉정한 평가 ㅡ박정희 박영숙영 2012.03.14 862
공지 저작권 문제있음 알려주시면 곧 삭제하겠습니다. 박영숙영 2009.09.02 827
공지 슬픈역사 ,기억해야 할 자료들 박영숙 2009.01.26 963
공지 박정희 대통령의 명언 박영숙 2009.01.26 2725
공지 박정희와 맥도널드 더글라스사 중역의 증언 박영숙 2009.01.26 1298
153 대상과인식과정 박영숙영 2019.06.06 68
152 그날이 오면 (심훈) 박영숙영 2019.04.04 288
151 이황의 풍물시/ 문경새재/ 한벽루/ 정약용/신경림 목계장터 박영숙영 2018.01.27 420
150 나옹/ 목은 이색/이규보/ 정철/기대승과 이황의 동호 전별 시 화답시 박영숙영 2018.01.27 596
149 아, 우리나라 국기, 태극기 [스크랩] 박영숙영 2016.06.20 575
148 옛날 옛적의 귀한 이미지 자료 박영숙영 2016.04.09 329
147 짚신신고 이렇게도 못살았는데 박영숙영 2015.08.04 378
146 꽃등/ 류시화 박영숙영 2015.06.14 376
145 <'感興' 중 - 白居易> 박영숙영 2015.05.12 150
144 화비화(花非花) - 백거이 박영숙영 2015.05.12 1781
143 낙서재(樂書齋) _ 고산 윤선도 박영숙영 2015.05.12 435
142 바다를 가르며(泛海 범해) _ 최치원 박영숙영 2015.05.12 440
141 俊禪子(준선자) - 淸虛休靜(청허휴정) 박영숙영 2015.05.12 202
140 퇴계가 두향에게 보냈다고 전해진 시 박영숙영 2015.05.12 435
139 집착하지 않는 삶 박영숙영 2014.09.07 237
138 > 흰구름 걷히면 청산인 것을 < 박영숙영 2014.09.07 267
137 長恨歌(장한가) - 백거이 박영숙영 2014.09.07 9800
136 > 오만가지 생각이 한 점 눈송이다,< 청허 휴정 선사 박영숙영 2014.07.16 731
135 [시조모음 ]<백설이 자자진 골에> 묵은 이색 박영숙영 2014.06.24 11152
134 고시조 모음 박영숙영 2014.06.18 19207
133 춘산에 / 우탁 박영숙영 2014.06.18 248
132 도연명 陶淵明, 중국 晉나라 시인 박영숙영 2014.06.18 249
131 나룻배와 행인 /한용운 박영숙영 2014.06.16 216
130 賦得高原草送別(부득고원초송별)-백거이 (중국명시) 박영숙영 2014.05.08 778
129 遊子吟(유자음)-맹교 (중국명시) 박영숙영 2014.05.08 3176
128 靜夜思(정야사) - 이백 (중국명시) 박영숙영 2014.05.08 2399
127 파초우 /조지훈 박영숙영 2014.05.08 2618
126 고사(古寺)" /조지훈 박영숙영 2014.05.08 571
» 신부/ 서정주 박영숙영 2014.05.08 359
124 귀촉도(歸蜀途)/ 서정주 박영숙영 2014.05.08 917
123 벽(壁)/ 서정주 박영숙영 2014.05.08 1835
122 봄이 오면 산에 들에 /홍성란 박영숙영 2014.05.07 261
121 홍성란 /바람불어 그리운 날 박영숙영 2014.05.07 241
120 따뜻한 슬픔 ...홍성란 박영숙영 2014.05.07 324
119 홍성란 /들길 따라서 박영숙영 2014.05.07 525
118 홍성란 / 명자꽃 박영숙영 2014.05.07 837
117 시조대상 수상작 모음/ 홍성란, 정수자 박영숙영 2014.05.07 435
116 正月二日立春 [입춘]/ 퇴계 이황 박영숙영 2014.02.16 908
115 조국의 영웅 "안중근 의사 어머니 편지"ㅡ "딴맘 먹지 말고 죽으라" 박영숙영 2014.02.14 767
114 신부 /서정주 박영숙영 2014.02.10 5772
113 파초우(芭蕉雨)/詩: 조지훈 박영숙영 2014.02.10 828
112 "不變(불변)" /학명선사 박영숙영 2014.02.06 574
111 靜坐然後知平日之氣浮 고요히 앉아 본 뒤에야 평상시 박영숙영 2014.02.06 443
110 冬夜(동야) - 金三宜堂(김삼의당) 박영숙영 2014.02.06 428
109 思齋 / <眞樂在閑居 金正國(1485~1541)> 박영숙영 2014.02.06 249
108 不疎亦不親(불소역불친) 박영숙영 2014.02.06 401
107 遣憂(견우) - 丁若鏞(정약용) 박영숙영 2014.02.06 286
106 [스크랩]황진이 시모음 박영숙영 2013.07.05 4187
105 (詩)로 보는 이순신의 생각 읽기 박영숙영 2013.02.22 733
104 이순신 장군의 시조 모음 박영숙영 2013.02.22 7128
103 한국의 위인, 성웅 이순신 장군의 명언 박영숙영 2013.02.22 692
102 (가노라 삼각산아) - 김상헌 박영숙영 2013.02.22 1726
101 (장백산에 기를 꽂고) - 김종서 박영숙영 2013.02.22 807
100 (한 손에 가시 쥐고)- 우 탁 박영숙영 2013.02.22 513
99 (샛별지자 종다리 떳다) - 김천택 박영숙영 2013.02.22 641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58
어제:
58
전체:
885,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