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초우 /조지훈
2014.05.08 03:47
외로이 흘러간 한 송이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마주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는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해설】
7ㆍ5조의 민요 가락이 호흡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쉬리라던고’하여, 고풍(古風)스런 언어 구사를 함으로써 시에 고전적인 감각을 풍기고 있다.
【주제】인간과 자연의 동화감(同和感)
【기교】
구름과 소나기와 파초잎과 푸른 산, 물소리 등을 담아 노래한 이 시는 곧 민요풍의 시라 하겠다. 흔히 ‘창 열고 푸른 산과/마주 앉아라’,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에서 중국 진(晋) 나라의 시인 도연명의 시 구절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과 비교해서 말하나, 이 시는 단순한 자연 관조가 아니라,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가 있고, 한 송이 구름과도 마찰하는 현실적인 꿈이 있다. 따라서 이 시의 기교는 무기교의 솜씨로 평범한 일상사를 자연과 깊이 동화시킨 데 그 특성이 있다 하겠다.
【전개】
▶제1엱 : 외로이 흘러 간 한 송이 구름은 이 밤을 어디서 지샐까? 흘러가는 한 송이 구름도 시인은 무심히 보지 않고 깊은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2연 : 소나기 방울이 파초잎에 후득후득 떨어지는 저녁 어스름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푸른 산과 마주 앉는다. 푸른 산과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기 때문이다.
▶제3연 : 이와 같은 시인과 산의 대화는 흐르는 새물물 소리로 나타난다. 소나기가 내린 다음 흐르는 많은 개울물 소리는 산의 마음이요, 말인 것이다. 시인은 이 말을 알아듣고, 이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산이 더욱 좋아지고, 날마다 바라도 정은 더욱 그립기만 하다.
▶제4연 : 시인은 미래를 향한 많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아름다운 꿈을 아침마다 스쳐가는 구름, 그 구름들은 이 밤, 어디서 머물고 있을까? 인생도 그 흐르는 한 송이 구름 같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감상】
사랑방 동창(東窓) 밖에 파초를 심는 것은 한국 선비들이 즐겨했던 풍류였다. 쭉쭉 뻗어나간 파초잎에 소나기가 후득후득 떨어지는 소리는 참으로 시원해서 후덥지근한 여름날의 권태를 일시에 씻어 준다. 이것이 저녁 소나기고 보면, 그 시원함은 한층 더하다. 시인은 창문을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 졸졸대는 물소리를 듣는다. 산과 더욱 정답게 느껴지고, 문득 아침마다 꿈을 스쳐간 구름을 생각한다. 인생은 구름처럼 덧없지만, 시인은 아침마다 새로운 꿈을 키우며 산다.
일제의 암흑기에 뜻있는 청년이 역사적 현실의 부조리에 부딪쳐 낙향(落鄕), 울적한 나날을 보낼 때의 심정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 시를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권웅: <한국의 명시 해설>)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성긴 빗방울
파초잎에 후두기는 저녁 어스름
창 열고 푸른 산과/마주앉아라.
들어도 싫지 않는 물소리기에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
온 아침 나의 꿈을 스쳐간 구름
이 밤을 어디메서 쉬리라던고
【해설】
7ㆍ5조의 민요 가락이 호흡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쉬리라던고’하여, 고풍(古風)스런 언어 구사를 함으로써 시에 고전적인 감각을 풍기고 있다.
【주제】인간과 자연의 동화감(同和感)
【기교】
구름과 소나기와 파초잎과 푸른 산, 물소리 등을 담아 노래한 이 시는 곧 민요풍의 시라 하겠다. 흔히 ‘창 열고 푸른 산과/마주 앉아라’, ‘날마다 바라도 그리운 산아’에서 중국 진(晋) 나라의 시인 도연명의 시 구절 ‘유연견남산(悠然見南山)’과 비교해서 말하나, 이 시는 단순한 자연 관조가 아니라, ‘마주 앉아’ 나누는 대화가 있고, 한 송이 구름과도 마찰하는 현실적인 꿈이 있다. 따라서 이 시의 기교는 무기교의 솜씨로 평범한 일상사를 자연과 깊이 동화시킨 데 그 특성이 있다 하겠다.
【전개】
▶제1엱 : 외로이 흘러 간 한 송이 구름은 이 밤을 어디서 지샐까? 흘러가는 한 송이 구름도 시인은 무심히 보지 않고 깊은 애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2연 : 소나기 방울이 파초잎에 후득후득 떨어지는 저녁 어스름에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푸른 산과 마주 앉는다. 푸른 산과 마음이 통하고, 말이 통하기 때문이다.
▶제3연 : 이와 같은 시인과 산의 대화는 흐르는 새물물 소리로 나타난다. 소나기가 내린 다음 흐르는 많은 개울물 소리는 산의 마음이요, 말인 것이다. 시인은 이 말을 알아듣고, 이 마음을 이해한다. 그래서 산이 더욱 좋아지고, 날마다 바라도 정은 더욱 그립기만 하다.
▶제4연 : 시인은 미래를 향한 많은 꿈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아름다운 꿈을 아침마다 스쳐가는 구름, 그 구름들은 이 밤, 어디서 머물고 있을까? 인생도 그 흐르는 한 송이 구름 같다고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감상】
사랑방 동창(東窓) 밖에 파초를 심는 것은 한국 선비들이 즐겨했던 풍류였다. 쭉쭉 뻗어나간 파초잎에 소나기가 후득후득 떨어지는 소리는 참으로 시원해서 후덥지근한 여름날의 권태를 일시에 씻어 준다. 이것이 저녁 소나기고 보면, 그 시원함은 한층 더하다. 시인은 창문을 열고 푸른 산과 마주 앉아 졸졸대는 물소리를 듣는다. 산과 더욱 정답게 느껴지고, 문득 아침마다 꿈을 스쳐간 구름을 생각한다. 인생은 구름처럼 덧없지만, 시인은 아침마다 새로운 꿈을 키우며 산다.
일제의 암흑기에 뜻있는 청년이 역사적 현실의 부조리에 부딪쳐 낙향(落鄕), 울적한 나날을 보낼 때의 심정을 생각하면 우리는 이 시를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다. (권웅: <한국의 명시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