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어느 봄날의 기억

2009.04.23 02:43

박영숙 조회 수:451 추천:129

스크랩] 어느 봄날의 기억


♡♡♡ 어느 봄날의 기억 ♡♡♡ -살로트 웨크슬러-



그 해 뉴욕시의 겨울은 4월이 돼도 추위가 누그러들 줄 몰랐다.
혼자 사는 데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인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냈다 .

마침내 추위가 가시고 봄이 성큼 다가온 어느날,
나는 지팡이를 들고 산책을 나왔다.

얼굴에 내리쬐는 햇볕이 한없이 따사로웠다.
조용히 길을 걷고 있는데 이웃사람이 날 불렀다.

그는 내가 가는 곳까지 차로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정중히 거절하고 혼자 걸었다.

모퉁이에 도착하자 습관대로 걸음을 멈췄다.
파란 신호등이 들어올 때 사람들과 같이
길을 건너기 위해서였다.

차 소리가 멈춘지 오래 됐는데도 주위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나는 참을성있게 기다리며 어릴 적 학교에서 배운
봄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강하면서도 듣기좋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히 쾌활한 분이신것 같군요.
제가 함께 길을 걸어도 될까요?"

그의 정중한 물음에 나는 기분이 좋아져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들릴 들 말듯한 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내 팔을 가볍게 잡았다.
우리는 함께 천천히 길을 건너면서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즐길 수 있어
얼마나 좋으냐는 얘기도 나누었다.

길을 거의 다 건넜을 때쯤
자동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분명 신호가 바뀐 모양이었다.

우리는 간신히 길을 건널 수 있었다.
나는 그 사람 쪽으로 돌아서서 감사 인사를 할 참이었다.

그런데 내가 말하기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부인께선 제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실 겁니다.
저같은 장님을 도와 길을 건너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봄날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난 당신에게
세상을 구원하라고
요구하지 않는다.

난 다만 당신에게,
함께 잠을 자고 함께 밥을 먹는 그 사람을
최선을 다해 사랑하라고
요구할 뿐이다

(잭 캔필드, 우리는 다시 만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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