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아물리기

2008.05.02 07:35

노기제 조회 수:594 추천:141

2008-04-27         상처 아물리기

        상처를 받았나? 화가 난다.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떻게 이 지경을 벗어나야 할까. 누군가 내게 잘 못한다고 말했는데 난 인정할 수 없는 모양이다. 어찌 허구헌날 칭찬만 받겠는가. 칭찬이 아니라면 차라리 무관심을 원한다. 아무 말 안 해주면 내 나름대로 잘 해나간다.
        선교방송 문제로 낯선 은퇴 목사님께 내 목소리 비난하는 말을 들은 후  며칠을 불편하게 지냈다. 주위에선 가볍게 들어 넘기란다.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익숙치 않은 경우라서 스스로 해결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언제나 내 목소린 듣기 좋을것이라고 자신만만했던 태도를 바꾸고 몇번이고 다시 들어 본다. 뭔가 불편하다. 어딘지 부족하다. 투박하니 듣기에 거북하다.
        그랬구나. 나도 느낄 수 있으니 틀린 말씀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렇지. 면전에다 앞뒤 다 잘라내고 “전문가가 아니다” “목소리가 투박해서 틀렸다” 빈정대는 표정까지 순식간에 후려침을 받았으니 내 힘으론 공손하게 응수하긴 불가능 했다. 그럼에도 나와 함께 분노해주고, 확실하게 내 편에 서는 사람이 없다는 건 나를 절망하게 했다.
        아무도 내가 받은 상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에게 뭐 때문에 화를 내고 대꾸를 하느냐며 무시해버리란다. 그 사람 여러 교회를 돌면서 그런식으로 많은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어느 교회에서도 환영을 못 받아서 우리 교회까지 왔는데, 불쌍하니 품어주자는 의견이다.
        아무도 누구를 변화시킬 수는 없다. 나이 70이 되셨고 평생 목회를 하셨으니 성경 지식은 많지만, 막상 자신에게 말씀을 적용해서 사신분은 아니다. 충고 해주는 방법에 문제가 있다. 삶의 끄트머리에 그런 식으로 열매를 달고 계시니 이제 같은 인간으로서, 그분의 표현방법을 바꿀 수도 없고, 아무렇게나 남의 일에 자신의 주장을 들이대는 버릇도 고쳐 줄 수 없는 일이다. 매주 누군가가 그 분 때문에 상처를 받는다. 역시 자신이 하는 말과 행동엔 추호도 틀림이 없다고 믿는 분이다.
         뜻하지 않게 나의 약점을 지적 받고, 처음엔 당황하고, 분노하고, 절망하면서 그대로 주저 앉지 않았음에 감사한 마음이다. 뒤 돌아 본다. 내가 살아온 시간들을. 특히 버젓하게 내세울 것 하나도 없이 중간 쯤에서 뱅뱅 돌면서 커다란 아픔 없이 그날이 그날인 듯 밋밋하게 꾸며진 삶이라고 생각된다. 잘났다고 소리 높일 것이 없었음에 못났다고 지적 받을 일이 상대적으로 없었던거다. 그저 잔잔히 남에게 피해 안 주고 이름 석자 내 세울 일도 없었다고 말 할 수 있다.
        새삼스레 내가 어떻게 살아 왔는가를 차근차근 들춰보고 싶어진다. 그 허구헌날 쏟아 내던 말들은 과연 어디에서 뿌리를 내렸을까. 나도 모르게 누군가의 가슴에 비수로 꽂히지는 않았을까. 모든면에서 잘 참아내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내 자신이 인정하는 실정이니 그동안 쏘아댄 내 말의 탄환들의 행방이 걱정스럽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겐지 기억도 못하지만, 이 글을 통해 사죄하고 싶어진다. 나로 인해, 아니 내 말로 인해 상처 받았던 가슴들에게. 저 깊은 곳에서부터 끌어오르는 전정으로 뜨거운 사과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아울러 앞 생애에선 절대로 범하지 않겠노라고 어려운 약속을 하고 싶다. 물론 지키기 어려울 약속임을 안다. 그래도 하고 싶다. 하늘을 향해 도움을 청하면서 내 힘으로 못하더라도 하늘이 도울 것이니 내가 할 수 있다        
        들어서 아픈 말, 상처가 될 듯한 말. 절대로 하지 말자. 이런 말 저런말 구분이 안 갈때도 있을터니 무조건 칭찬하는 말, 이쁜 말, 고운 단어들만 사용하자. 훈계가 필요할 경우라 해도 곱게, 부드럽게, 사랑하는 마음을 흠뻑 버무려서 듣기 좋은 말로 만들어 내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고와  질 것이지만, 곱지 않은 말을 들으면 어떻게 하나? 그냥 속터져 울어버릴지라도 상대가 들어 상처가 될 말일랑 씹어 삼키자. 내가 못하겠으니 하늘에 도움을 청하면 된다. 바로 그 때, 하늘을 향해야 한다는 사실만 잊지 않으면 된다.
        요즘 방송하는 내 목소리가 한층 성의있게 들린다. 조심하고, 반성하고, 재정비하고, 노력하는 때문이다. 잘난척 안 하려고 내 이름 석자 말하지 않으니 서운하지만 뿌듯하다, 사심없이 하나님 사업에 충실하고 있다는 자부심도 생긴다. 그렇다면 내게 쓴소리 대책없이 쏟아 내신 목사님께 감사하다고 한마디 인사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복잡한 경로를 거치면서 내 상처가 아물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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