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죽이고

2008.08.20 02:11

노기제 조회 수:736 추천:212

20080820

        난 내가 물인 줄 알았다

        물속에 섞여 놀기를 좋아했으니

        어느 순간 등 떠밀려 쫒겨났다

        분리되어 떨어져 나온 나를 본다

        혼자 떼구르르 잘도 다닌다

        작은 한 방울 기름이었나보다

        물인지 기름인지 표시 안 나게

        잠잠히 잘 견디며 사랑하고팠는데

        뭐 그리 확실하게 구분 해야 한다고

        넌 아냐, 넌 아냐, 떠나라

        지들끼리 모여살며 물만 오란다

        그래도 고개 돌려 자꾸 보고파

        보이지 않는 어느 한 구석 자리하고

        숨 죽이고 머물러 그들을 지켜본다

        난 잘 섞여서 사랑할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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