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2007.05.18 09:45

노기제 조회 수:472 추천:119

멀쩡한 대낮에

시커먼 연기 떼를 이뤄 피어 오른다

산불인가?

빨간 불꽃이 알맹이 되어

춤을 춘다

바로 내집 뒷 산 쪽이다

뉴스로만 듣고 보던 불의 재앙이

내 삶의 현장을 덮치는 모양

설마 내게 이런 일이

불똥이 튀기전에

피하라는 외침이 낯설건만

문 두드리며 내게 말한다

이 집에서 나가라

이 지역을 속히 빠져 나가라

무얼 챙겨야 하나

자칫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는 내 소유들

어느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게 없다

어느것 하나 중요한 게 없다

다 버릴 수도 있다

다 버리지 못하겠다

재촉하는 확성기 소리 앞에

무기력한 나 자신

내 삶의 마감시간이라해도

여전히 챙길 것 없는 현장

미련 둘 아무것도 없으니

가볍게 나가자

빈 몸으로 나서니 날을 듯 상쾌하다

순식간에 불바다를 이룬 내 주변에서 내가

떠난다

매콤한 내음

눈을 뜨지 못하게 따가운 연기

나까지 태울 듯한 열기

등 떠밀려 떠나는 마음

다시 돌아와 만날 수 있음 좋으련만

보내는 마음 또한 오죽할가

내 집, 내 소유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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