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글을 쓰나

2007.07.13 08:41

노기제 조회 수:682 추천:134

20070708            나는 왜 글을 쓰나

        수필작법, 나와는 무관한 제목이다. 설명할 수 있을 만큼 터득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하 많은 분들의 책들이 넘쳐나고 있어, 골라서 공부하는 입장이다. 그렇담 어떻게 내 글을 설명할까.
        하늘이 주신 달란트를 무시할 수 없다. 그건 벌써 초등학교 시절부터 나타난 사실이다. 그러나 그 몇 퍼센트의 달란트로선 글 쓰는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처음엔 그 달란트면 충분히 글을 쓸 수도 있고, 따라서 글 쓰는 사람이 될 수도 있으려니 막연하게 때가 오기만 기다려 봤다. 결국 고원 교수님이 지도하시는 글마루의 학생이 되었을 때, 하늘이 주신 달란트를 꺼내 본 셈이다.
        그 때, 난 깨달았다. 내게 주신 글쓰기 달란트는 어느 누구에게나 똑 같이 나누어 주신 분량이란 것을. 다만, 그 달란트를 꺼내 쓰느냐, 묻어 두느냐에 따라 글 쓰는 사람이냐 아니냐가 결정 된다는 사실이다.
        53년이란 긴 세월 동안 묻혀 있던 달란트를 파내어 닦고, 다듬고, 빛을 내기 시작했다. 가슴에 묻고 살 땐, 토해내고 싶은 열망으로 멀미가 심했다. 어질어질, 비틀비틀, 확실하게 끄집어내야 할 것을 알지 못해서 어느 한순간도 똑바로 설 수 없었다.
        글마루에서의 수업이 길잡이가 되었다. 그 후론 어느 단체에서 한국의 어떤 수필가를 모셔와 특별 강의가 있다고 하면 참석을 했다. 공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강사마다 이론이 조금씩 다르다 해도 맥락은 한 줄기. 듣고 또 들어도 이론으로 끝날 뿐, 글 쓸 때 적용하기가 어렵다. 필기를 해 두고, 예문을 살펴보고 신경을 쓰다보면 제법 내 글에 반영되어 나오는 이론을 접하게 된다.
        보통은, 글로 표현하기 이전에 내 가슴속에서 둥지를 튼 글감들이 오랜 기간을 뒤척인다. 토해 낼 듯 심한 요동을 치다가도 막상 자리를 펴면 슬며시 꼬리를 감추곤 한다. 몇 달이 될 수도, 몇 년이 될 수도 있다. 가끔은 성질 급하게 뛰쳐나오는 녀석도 있지만, 내가 기뻐할 만한 글은 아니다. 그래도 가장 정확한 느낌은 내가, 그것들을 탄생 시켰다는 성취감이다.
        우선 난, 그들의 탄생 후, 스스로 행복해진다. 하늘을 향해 얼굴 가득이 웃음을 실어 보낸다. 감사함의 표현이다. 그리곤 잃어버리지 않으려 숨겨둔다. 컴퓨터에 저장 된 글들이 순간적으로 날아 간 경험이 있다. 그 후론 문학서재를 이용한다. 가장 안전한 곳이라 믿는다. 그래서 퇴고가 안 된 상태의 글들을 무조건 올려놓고 보관하는 셈이다. 흔적도 없이 드나드는 독자가 있다는 사실을  잊는다. 무심하게 퇴고 안 거친 글들을 땡볕 아래 벌겨 벗겨 내 놓고 있다.
        처음엔 여기 저기 시집보낼 곳을 찾았었다. 독자를 만나려고 애를 썼다. 태어난 아이, 남에게 보이고 자랑하고 싶은 어미 맘이었다. 허나 그것도 내겐 허락되지 않은 듯, 물 흐르듯 쉽게 접해지는 일은 아니다. 이제야 마음을 비운다. 글을 썼다는 행위로 끝을 내자. 작품 발표란 것도 적당한 때가 되면 무슨 방법으로든지 하늘이 길을 열어 주실 것이라 믿는다.
        내가 원하는 목적을 정하지 말아야 하늘에 맡길 수 있다. 책을 낸다는 생각도 접은 상태다.  무엇 때문에 책을 내야 하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근래엔 누구에게 보이려고 노력도 않는다. 우연한 기회에 낯선 독자가 읽을 것이고, 감동을 받고 반응을 한다면 그 때야  비로소 새롭게 기쁨을 맛보면 된다.  글 쓴 직후 미리 느낀 행복감으로 만족하고 내 글쓰기는 계속 될 것이다.
        수필 한 편 써 놓고, 가슴 두근거리며 다시 한 번 읽어 내려가는 내 기분, 어느 누구도 내게 줄 수 없는 행복함을 느끼면서 환하게 웃는다. 이 기쁨이 진정 되면, 그 땐 퇴고도 해야겠지. 공부한 것 글쓰기에 적용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쓰기만 하다 호되게 악평을 듣는 수도 있다. 그 땐, 제대로 정신 차리고 퇴고가 이루어진다.  
        모든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는 없다. 저들마다 느끼는 모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악평이 나온다 해도 실망만 하지 않는다. 귀담아 듣고, 고칠 점은 고치고, 더러는 버리고 잊기로 한다. 역시 내가 판단해서 내 특유의 글로 완성을 시키는 거다.  가장 가까운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감동을 받고,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글이라면 그것으로 잘 된 글이라고 말씀하신 김종회 교수님의 강의를 가슴에 새겼다. 단 한사람이라도....단 한사람이라도.......욕심을 버리자.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편안하게 글쓰기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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