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조각 위로가 내게 주는 기쁨
2006.08.07 03:32
한조각 위로가 내게 주는 기쁨
노 기제
주위를 둘러 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잔잔한 음성으로 빚어 지는 한 마디 위로의 말을 듣고자 할가. 무에 그리 잘난 사람이라고 나에게서 그런걸 바랄가 싶어 스스로 위축되곤 했다. 어느 누구도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겠지.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 더구나 나보다 못한 사람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내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내가 당하는 불행을 누군가 아는 척 해주니 굉장히 위로가 된다. 당한 불행의 크기가 훨씬 작아진다. 그리곤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말로만 듣고, 남이나 당하는 줄 알았던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온전히 사고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날을 보낸다.
왜 내가 그런 일을 당해야 했나? 과연 내 몸은 사고와는 상관 없던 건강 상태로 회복 될 것인가. 그 즉시 죽었다면 내가 퇴장한 이 삶의 무대는 어찌 변화 되었을가. 아무 계산 없이 살아 온 삶이 하얀 백지가 되어 내 앞에 펼쳐 졌다. 이제부턴 계산을 해야겠다. 내가 주인인양 내 것으로 탐했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누구에게 알릴 일도 아니다. 내가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왜 필요한 소식이 되겠나. 나의 근원이신 하늘과 나와의 관계이니 딱히 여기저기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조용히 느낀바를 글로 써서 내 문학서재에 올려 놓았을 뿐인다. 그래봤자 누가 들어와 읽고 나가는지도 모른다. 방문자의 숫자가 표시는 되지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으니 그들의 느낌이 어떤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한 두 사람만이 꾸준히 글 읽은 느낌을 달아주곤 한다.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유일한 독자인 셈이다.
느닷없이 생소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전화를 받는다. 아주 큰일 날 뻔 했잖아. 그래 얼마나 놀랬어. 몸은 괜찮구? 첨엔 재밋게 글 쓰느라구 보탰나 했더니 진짜루 그런 교통사고 였어? 살아 있는게 기적이네 기적이야. 지금 당장은, 아픈데가 없는 것 같아도 교통사고라는게 묘해서 은근히 골병드는 거니까 병원에 가보구.
중학교만 다닌 나와, 고등학교만 다닌 그 와 엇박자로 동창이 된 친구다. 작년에 졸업 40주년 기념 모임에 늦깍이로 신분을 드러 낸,수십년 동창회 모임에서 한 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던 생소한 친구. 그러니 전화 음성을 금방 알아 차릴 수가 없는 친구. 대뜸 호탕하게 웃음을 토하며 나 누군지 모르겠지. 프렌시스야 로 이어지는 친근한 음성이 수십년간 친구였던 음성인양 스스럼 없이 내게 위로를 건넨다.
일부러 전화를 해 준 마음이 너무 고맙다. 문학서재에 들어와 내 글을 읽어 주는 관심이 따뜻하다. 글을 읽고 간단히 평을 달아 흔적을 남겨주니, 새로운 글 쓰고 픈 의욕이 생긴다. 독자가 생긴 것이다. 한 참을 새 글이 안 올라오면 가끔은 채근도 해 주는 확실한 친구가 된 귀한 사람이다.
그래서 한 번 생각 해 본다. 아주 작은 관심인데 내가 이렇게 마음이 밝아 지고, 글 쓸 의욕이 생기고, 살 맛이 나는데, 난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할애 해 보았나.
나이 숫자가 작았을 땐, 나 자신이 지닌 에너지가 넘쳐서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챙겨 주고 위로를 주곤 했다. 그렇게 살아 온 삶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때 부턴가는 그 나눴던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되 돌려 받으려고 마음을 쓰는 나이 든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이자돈 굴렸던 고리대금 업자 모냥 안 간 힘을 쓰며 원금이라도 찾아 쓰려고 안달이다. 내가 나눠준 에너지를 받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줄줄이 떠올린다. 그리곤 실눈을 뜨고 삣딱하니 고개를 빼고 손바닥을 벌린다. 받고자 하는 슬픈 나의 모습이다.
이런 불쌍한 내 모습을 껄껄대며 이쁘게 봐 준 친구의 관심에 화들짝 놀란다. 사람이 늙을수록 곱게 마음을 써야 한다는데 이게 무슨 망령 된 모습인가. 그 친구의 따스한 한 마디 위로에 눈물을 쏟으며 행복해진다. 받으려 마음 먹었던 추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아직도 이 세상엔 나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의 사람들이 나의 아주 작은 위로를 기다리고 있음을 함께 깨닫는다.
죽을뻔 했으니 저녁 한끼 먹이고 싶다고 불러 낸다. 좋아라 뛰어나가 엄청 잘 먹었다. 먹성이 좋으니 죽을 땐 아직 멀었다며 차츰 여기저기 아픈데가 생길 테니 몸조리 잘하란다. 단순히 고마운 친구라기엔 부족하다. 이번에도 하늘이 내게 보내신 천사였나 보다. 받기에 급급해진 망가진 내 마음을 온전히 회복시켜 다시 나누어 주는 예쁜 마음을 선물해 준 하늘이 보낸 천사. 2006,08/07
노 기제
주위를 둘러 본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내 잔잔한 음성으로 빚어 지는 한 마디 위로의 말을 듣고자 할가. 무에 그리 잘난 사람이라고 나에게서 그런걸 바랄가 싶어 스스로 위축되곤 했다. 어느 누구도 나의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겠지. 난 그냥 평범한 사람이니까. 더구나 나보다 못한 사람이 어디 있어야 말이지.
내가 살아가는 삶 속에서 내가 당하는 불행을 누군가 아는 척 해주니 굉장히 위로가 된다. 당한 불행의 크기가 훨씬 작아진다. 그리곤 감당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말로만 듣고, 남이나 당하는 줄 알았던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 온전히 사고전의 건강 상태로 돌아가지 못하는 나날을 보낸다.
왜 내가 그런 일을 당해야 했나? 과연 내 몸은 사고와는 상관 없던 건강 상태로 회복 될 것인가. 그 즉시 죽었다면 내가 퇴장한 이 삶의 무대는 어찌 변화 되었을가. 아무 계산 없이 살아 온 삶이 하얀 백지가 되어 내 앞에 펼쳐 졌다. 이제부턴 계산을 해야겠다. 내가 주인인양 내 것으로 탐했던 것들을 제자리로 돌려 놓는 일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누구에게 알릴 일도 아니다. 내가 죽을 뻔 했다는 사실이 다른 사람에게 왜 필요한 소식이 되겠나. 나의 근원이신 하늘과 나와의 관계이니 딱히 여기저기 알리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조용히 느낀바를 글로 써서 내 문학서재에 올려 놓았을 뿐인다. 그래봤자 누가 들어와 읽고 나가는지도 모른다. 방문자의 숫자가 표시는 되지만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으니 그들의 느낌이 어떤지도 전혀 알 수가 없다. 한 두 사람만이 꾸준히 글 읽은 느낌을 달아주곤 한다. 나를 따뜻하게 해주는 유일한 독자인 셈이다.
느닷없이 생소한 음성으로 내 이름을 부르는 전화를 받는다. 아주 큰일 날 뻔 했잖아. 그래 얼마나 놀랬어. 몸은 괜찮구? 첨엔 재밋게 글 쓰느라구 보탰나 했더니 진짜루 그런 교통사고 였어? 살아 있는게 기적이네 기적이야. 지금 당장은, 아픈데가 없는 것 같아도 교통사고라는게 묘해서 은근히 골병드는 거니까 병원에 가보구.
중학교만 다닌 나와, 고등학교만 다닌 그 와 엇박자로 동창이 된 친구다. 작년에 졸업 40주년 기념 모임에 늦깍이로 신분을 드러 낸,수십년 동창회 모임에서 한 번도 얼굴을 본적이 없던 생소한 친구. 그러니 전화 음성을 금방 알아 차릴 수가 없는 친구. 대뜸 호탕하게 웃음을 토하며 나 누군지 모르겠지. 프렌시스야 로 이어지는 친근한 음성이 수십년간 친구였던 음성인양 스스럼 없이 내게 위로를 건넨다.
일부러 전화를 해 준 마음이 너무 고맙다. 문학서재에 들어와 내 글을 읽어 주는 관심이 따뜻하다. 글을 읽고 간단히 평을 달아 흔적을 남겨주니, 새로운 글 쓰고 픈 의욕이 생긴다. 독자가 생긴 것이다. 한 참을 새 글이 안 올라오면 가끔은 채근도 해 주는 확실한 친구가 된 귀한 사람이다.
그래서 한 번 생각 해 본다. 아주 작은 관심인데 내가 이렇게 마음이 밝아 지고, 글 쓸 의욕이 생기고, 살 맛이 나는데, 난 과연 얼마나 많은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이런 식으로 할애 해 보았나.
나이 숫자가 작았을 땐, 나 자신이 지닌 에너지가 넘쳐서 제법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두고 챙겨 주고 위로를 주곤 했다. 그렇게 살아 온 삶이 나를 행복하게 해 준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어느때 부턴가는 그 나눴던 에너지를 조금이라도 되 돌려 받으려고 마음을 쓰는 나이 든 자신을 보게 된 것이다.이자돈 굴렸던 고리대금 업자 모냥 안 간 힘을 쓰며 원금이라도 찾아 쓰려고 안달이다. 내가 나눠준 에너지를 받았던 사람들의 모습을 줄줄이 떠올린다. 그리곤 실눈을 뜨고 삣딱하니 고개를 빼고 손바닥을 벌린다. 받고자 하는 슬픈 나의 모습이다.
이런 불쌍한 내 모습을 껄껄대며 이쁘게 봐 준 친구의 관심에 화들짝 놀란다. 사람이 늙을수록 곱게 마음을 써야 한다는데 이게 무슨 망령 된 모습인가. 그 친구의 따스한 한 마디 위로에 눈물을 쏟으며 행복해진다. 받으려 마음 먹었던 추한 내 모습이 부끄럽다. 아직도 이 세상엔 나보다 훨씬 열악한 환경의 사람들이 나의 아주 작은 위로를 기다리고 있음을 함께 깨닫는다.
죽을뻔 했으니 저녁 한끼 먹이고 싶다고 불러 낸다. 좋아라 뛰어나가 엄청 잘 먹었다. 먹성이 좋으니 죽을 땐 아직 멀었다며 차츰 여기저기 아픈데가 생길 테니 몸조리 잘하란다. 단순히 고마운 친구라기엔 부족하다. 이번에도 하늘이 내게 보내신 천사였나 보다. 받기에 급급해진 망가진 내 마음을 온전히 회복시켜 다시 나누어 주는 예쁜 마음을 선물해 준 하늘이 보낸 천사. 2006,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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