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면은 누구의 음성인가

2004.05.02 09:57

노기제 조회 수:529 추천:107

20030527                                 최면은 누구의 음성인가
                                                                                          노 기제
 

   엉엉 소리까지 내며 울었다. 그건 분노였다. 분명 약속을 깨는 행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느냐고 따져 묻지 않았다. 이미 인간의 영역 밖이란 모양이 보였기 때문이다. 함께 했던 약속을 혼자 깨버리는 사람의 행위에 무슨 인간적 반박이 필요하겠는가. 내게 오는 메시지를 듣자.
 

   신문 광고를 찬찬히 읽으며 최면학교에 등록한 것이 일 년 전이다. 그 때 최면학교가 내 관심을 끈 이유는 우리 교회 장로님의 아들이 강의를 한다고 광고가 났기 때문이다. 적어도 성경에 위배되는 강의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또 직접 확인도 했다. 설명대로는 분명 최면은 과학이고 비 성경 적은 아니란 판단이 섰다. 그래서 열심히 배웠다.
 

   믿음 위에 단단히 서서 학문으로서의 최면만을 활용했다. 있지도 않고 믿지도 않는 전생을 들먹일 땐 조심스레 한 발 물러서서 침묵했다. 잠자는 잠재의식을 깨워서 찾아 쓰는 학문인데 무슨 하나님 능력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스스로 합리화시키면서 최면에 심취했다.
 

   학생이 많아지고 클래스가 줄줄이 있는데 강사는 딱 한 사람뿐이다. 학교로 인가 받고 한 사람은 이사장이고 한 사람은 학장이며 교수다. 그게 전부다. 학교측에선 교수요원 양성이 급선무라며 학생들에게 설득력 있는 호소를 한다. 바로 여러분들이 교수가 되어 학교를 도와야 한다는 확실한 이유를 준다. 그러니 중단하지 말고 계속 등록하라는 말이다.
 

   최면 전문가, 최면 치료사, 임상 최면 치료사로 크게 세 코스가 있다. 한 코스가 끝나고 다음 단계로 가자니 등록금이 장난이 아니다. 그것도 처음엔 가격이 똑 같더니 이사장이 들어와선 변동이 생겼다. 교수가 하는 말이 초등학교 등록금과 대학원 등록금이 같을 순 없지 않느냐는 변명이다. 어차피 난 여의치 않아 등록을 못했다.
 

   아쉬운 마음에 교수에게 청을 해봤다. 혹시 장학생으로 해 줄 수 있는지. 이사장 권한이란다. 낭패로구나. 이사장이라면 전혀 말 섞고 싶지 않은 사람이다. 말끝마다 내가 예전엔 뭐 하던 사람이고 우리 자식들 모두 ...사, ...사, 며느리도 ...사란다. 입 열고 내보내는 말이 전부 자랑에 잘난 척이니 용건의 진전은 없고 언제나 시간만 낭비하게 된다.
 

   그 때 난 생각했다. 편견을 갖고 전혀 상대도 안 하려 들었던 사람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한다. 안 하면 그뿐이다. 돈 없어 계속 할 수 없으면 중단하면 되고 이미 마친 초 중급 클래스엔 연습 삼아 가끔 출석하면 된다.

   상급 코스가 기어이 하고 싶다면 싫은 사람에게 말을 부쳐야 한다. 이런 기회에 내 편협한 마음을 열어보자. 나를 다스리는 기회로 삼고 면담을 요청했다. 첫마디가 우린 서로 싫어하는 사람들인데 어쩐 일로 찾아 왔느냐고 비웃는 표정이다. 당당하게 말했다. 싫은 건 싫은 것이고 일은 일이니 장학생으로 계속 공부하기를 원한다고 했다.
 

   그 때 마침 신문에 내가 쓴 수필이 실렸다. 최면이야기를 제목으로 실제 경험한 일들이 담담하고 진솔한 표현으로 독자들에게 감동을 준 것이다. 신문사로 걸려오는 수많은 전화들을 학교 전화번호를 알려주게 하고 난 한 걸음 물러섰다. 바로 그 일로 이사장의 머리가 빨리 굴렀다. 장학생으로 허락함과 동시에 증서까지 그럴 듯하게 수여 받았다.
 

   삼 개월 짜리 최면치료사 코스를 마쳤다. 당연히 그 위의 임상 최면치료사 코스도 장학생으로 하려니 했다. 등록비가 첫 번 코스의 거의 갑절이다. 좀 심하단 생각이 들었다. 많은 학생들이 불평을 한다. 약속하곤 다르게 자꾸 등록금을 올린다 면서도 대부분 질질 끌려가는 모습들이다.
 

   실제로 강의 내용도 전혀 다른 점이 없다. 맨 처음 강의나 상급반 강의나 똑 같다. 듣고 연습하고 다 똑같은 방법이다. 그런데 왜 자꾸 계속하려하는가. 이왕 시작했으니 끝까지 가봐야겠다는 막연한 이유와 나이 들어 교수소리 들을 수 있다면 이 정도 투자는 감수하겠다는 여론이다.
 

   그러나 끝이 왔다. 이사장이 돈 내고 등록하란다. 이사회에서 장학생제도를 없애기로 했다한다. 이건 분명 약속 파괴다. 이사장의 권한으로 혼자 결정했던 것을 후에 결성 된 이사회에서 번복했다는 건 이유가 안 된다. 상급반이라 했으니 끝났다는 것이다. 상급반은 하나 더 있지 않은가.
 

   일방적으로 약속을 깨고 내침을 당한 기분. 서로를 믿지도 말고 약속도 소용없는 세상. 머리 굴려가며 요리 조리 필요한대로 살아가는 인간과의 생활이 싫다.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세상이 슬프다.
 

그래서 난 하늘이 주시는 메시지로 받았다. 최면을 하면 할수록 하나님의 능력이 잊혀지는 결과를 본다. 분명 이쯤에서 막아 주신 하늘의 뜻에 순종하자. 이번 일은 이사장의 계교가 아니다. 하느님께서 그 사람을 사용하신 것이니 미움을 거두자. 슬픔도 거두자. 악마가 아닌 천사를 보자. 앞으로 내 신앙생활에 최면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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