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 한

2013.07.10 08:57

노기제 조회 수:586 추천:144

20130710                        당신과 함께 한

                                                                                

        문앞에 놓인 작은 소포꾸러미.  보낸이는 의왕시가정상담소 소장 최영수. 뭘까? 향이 그윽한 딱딱한 물체.  하늘색 작은 상자를 품고 있던 포장용 봉투를 뜯었다. 순식간에 내 몸을 감싸고 번지는 라벤다 아로마 향. 두 개의 천연 비누다. 코로 감지한 향이지만, 그 감미로움이 내 가슴을 헤집고 들어와 하늘을 날게한다. 향에 취하며 박스를 묶고 있는 리본을 푼다. 큼직한 글체로 몇 줄 적은 자필 편지다.

        “이번에 탄 상은 당신과 함께 한 것이었기에 그 기쁨을 나누고 싶어 작은 선물 보내.”  뭔 상을 탔기에..…..내가 뭘 했다는 걸까?

        여고 동창인 영수는 법대를 졸업하고, 인생 중반 부터 매맞는 여성들, 비행청소년들을 대상으로 가정상담소를 운영하고 있다. 물론 자신의 힘으로 세운 상담소다. 초창기에 이리뛰고 저리 뛰면서 여러 기관에 도움을 청하던 어려운 시기를 기억한다. 그 때, 여고 동창 사이트에 사연을 올려서 마음 있는 친구들이 아주 작은 사랑을 보탠 기억이 난다. 기반이 잡히면서 시에서 조금씩 보조를 받게 된, 사랑 실천 봉사 단체인 셈이다. 그래도 여전히 운영비의 대부분은 영수 남편 주머니에서 끌어내는 거다.  잘 키운 자녀들이 엄마와 뜻을 합해 음으로 양으로 많이 돕고 있다.

        어쩌다 한국방문 때 연락이 되면 밥 사주려 불러 내고, 선물 사서 안겨 주고, 그저 만나면 고맙단다.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에 친구들에게 폐를 끼쳐서 미안하단다. 그리고 늘 고맙단 말을 달고 산다. 내가 사랑을 보탰으면 얼마를 보탰다고 몇 배를 되돌려 주려 열성이다. 글쓰는 사람이라고 책도 사서 보내주고, 내 글 올려논 사이트에 정성껏 들러 읽어 주고, 댓글로 용기 주고, 어쩌다 글줄 막혀 잠잠할 때도, 영수가 보내는 사랑으로  힘을 받고, 다시 글을 쓰곤 했다.

        영수 가슴에 그리도 풍성한 사랑이 있기에 자기 돈 써가며, 자기 시간 들여가며, 스스로 헤어나지 못하는 핍박 받는 여성들과 청소년들을 위해서 상담소를 운영 할 수 있는가보다.  자신의 능력이 안 되면, 그 정도에서 멈춘다. 절대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지 않는다. 그런일을 한다고 알려져서 친구들이 자진해서 조금, 아주 조금 힘을 보탠 것이 전부다. 그러나 당당하게 정부기관에 도움을 청하거나 합당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고는 있다.

        세상에 흔한 봉사자의 모양새가 아니다. 남을 돕는다는 구실을 앞세워 여기저기 시도 때도 없이 손 내밀며 도네이션을 강요한다. 그렇게 해서 삯꾼의 한 사람으로 살면서도 세상의 칭찬은 혼자 받는다. 자신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짐에 자화자찬이 넘친다. 혼자 의롭다 여긴다.  그런 봉사자가 아닌 영수.  아주 작은 한줌의 사랑을 보탠 이들에게 자기가 받은 상을 나누고 있다.         

         여고 동창회에서 몇 번이나 주려 했던 봉사상을 몇 해 고사하더니, 이번엔 떠밀려 받게 되었노라며 그래서 그 상을 쪼개어 함께 나누고 있다는 설명이다. 아주 작은 비누 두 장이지만, 한국에서 미국으로 소포 부치는 가격도 있다. 나이 들면서 생각하는 능력도 떨어지고, 시간 쪼개서 편지 쓰는 일도 아주 귀찮은 일인데 이렇게 멀리 있는 나한테까지 신경 쓰고, 자필로 편지 쓰고, 선물 준비하고 포장해서 보내 준 영수의 정성에 내가 뜨거워 진다.

        마음 써 주고, 기도 해 주는 친구들 모두에게 함께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영수의 가슴엔 얼마나 큰 사랑 주머니가 달려 있을까. 그 그릇을 보시고 미리 차고 넘치도록 사랑을 담아 주신 하나님은 얼마나 흐믓하실까. 하나님께서 직접, 상담소를 찾는 모든 이들의 필요를 채워 주심을 본다. 그 역활을 영수에게 맡기신 것도 보인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사랑이신 하나님의 품성이 영수를 통해서 전해지고 있다.

        영수를 친구로 허락 해 주신 하나님의 나를 향한 사랑에 감사 드린다. 어떤 모양새로도 난 하나님께 돌려드릴 수 없음을 안다.  그러나, 감사드리는 나를 하나님은 기뻐 받으심을 느낀다.

        이런 영수의 이야기가,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버리고 봉사를 한다는 일이, 어떠해야 함인지를 깨닫게 되는 작은 기적이 일어나길 희망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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