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2013.10.11 22:13

노기제 조회 수:577 추천:108

20130830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뭐 필요한 것 없어요? 넉넉하게 갖고 와서 빌려 드릴 수 있는데.”
   여행사 관계자라 생각되는 예쁘게 생긴 여자가 긴팔 셔츠를 권한다. 눈이 버쩍 띄인다. 그렇담 산행에 참여할 수 있다.
  
   7박 8일이란 긴 여정의 유럽 알프스 산행을 여행사에 등록하고, 만반의 준비 끝에 도착한 스위스 제네바 공항이다.  엘에이 공항에서 부터 한 시간씩이나 연발한 카나다 에어라인이다. 카나다 몬트리올에서 비행기를 갈아 타면서 헐레벌떡 간신히 제네바행에 올랐다. 공항에서 흔히 보던, 불이 번쩍이며 돌고, 운전기사가 계속 빵빵 눌러대며 보행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빠르게 해당 게이트까지 이동시켜주는 미니차를 타보게 된 걸 행운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제네바 공항에 도착해서, 첫날 묵어야 할 목적지인 불란서 샤모니로 이동해야 하는데 우리 짐이 안 나온다. 갈아 타야하는 비행기를 우리짐들은 못 탔다는 결론이다.  짐 찾는 곳 근처에 있는 짐 분실 신고하는 곳에 찾아가서 신고 하면서 시간이 많이 지체 된다.
  
   밖으로 나오니 여행객의 이름을 쓴 종이들을 든 환영객들이 바쁘게 시선을 옮겨온다. 하나하나 찬찬히 보고 또 찾아 봐도 우리 이름은 안 보인다. 그네들도 여행사 직원들이라 짐작하고, 같은 업종이니 쉽게 도와 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입고 간 여행사 이름이 프린트 된 셔츠를 보이며 이 회사 직원에게 전화 한 통만 걸어 달라고 부탁 해 본다.
        
   모른단다. 영어가 서툰 그들과 불어가 불통인 우리들 사이엔 대화가 불가능하다. 그리고 그들은 무지 바쁘다. 안내소에 가서 부탁 해 보니 공중전화를 이용하란다. 인정머리 없는 것들, 전화 한 통만 걸어 주지. 다들 셀폰으로 해결하면서 그게 뭐 크게 돈이 드는 것도 아니구만. 다 내맘 같지 않네.
        
   결국, 공중전화를 찾아 크레딧 카드로 전화 몇 통을 시도 했다. 한 참 기다려도 우리가 나타나지 않자, 다른 스케줄 때문에 공항을 떠났다는 전갈과 함께 두 시간 후에 다시 차를 보내겠단다. 맙소사, 벌써 비행기 도착하고 세시간 반을 헤메고 있는데 앞으로 두 시간을 더 기다리란다.

   에어 카나다, 다시는 안 탄다. 목마르고 배고프고 공항안에서 왔다 갔다 상점들을 기웃거려 본다. 물 한병에 4불 80전, 과자 한 조각에 3불20전, 몇개 샀더니 30불이 훌쩍 넘는다. 뭐가 이렇게 비싸냐. 완전 베껴먹을 심산들이구나.
        
   편치 않은 심기로 그렇게 여섯시간여를 허비하고서야 이동시키는 벤 운전사를 만나고, 다음 비행기로 도착하는 일행이 있다며 또 기다리란다. 그러자. 내가 뭐 힘이 있냐. 기다려야지. 피곤하고 졸립고 기분 엉망이다. 내 평생에 이렇게 비싼 여행 예약한 것도 처음이고, 우왕좌왕 시간 허비하며 공항에서 이리 오래 기다려 본 것도 처음이다. 과연 이 여행은 내게 어떤 추억을 주려고 이런 고생을 동반하는 것일까..
        

   함께 일행이 된, 41세의 동갑내기 부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두 살, 한 살짜리 아들 둘이 있답니다. 남편 토드(TODD)는 증권가에 몸담고 있으며, 경제적 안목이 남다른, 건장한 남자입니다. 아내 슬론(SLOAN)은 몸매 빠지지 않고, 눈매가 옛 세기의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40대 초반 때 모습을 보는 듯, 보는이를 착각하게 만듭니다. 직업은 에니멀닥터(동물의사). 두 아들과 시간을 함께하려 일주일에 세 번만 병원으로 출근한답니다.

   여행사에서 파견 한 등반 가이드라고 착각했던 바로 그  사람입니다. 짐이 도착하지 않아 첫 날 등반을 준비 없이 해야 할 형편인 나에게 자기의 등산복을 선듯 내밀던 그 예쁜 마음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공항에서 고생했던 시간들 깨끗이 잊고 기분 좋게 걸으며 이런저런 얘기들을 합니다.

   아이 둘을 생산하면서 몸이 20 파운드나 늘어 뚱보가 됐었답니다. 자신의 의지로는 불어나는 몸을 감당할 수가 없었답니다. 몸매가 흐트러 질 때, 자존심이 상하면서 모든 걸 포기하고 싶어 지더랍니다. 그 때, 남편 토드도 따라서 20파운드가 불어나며 같이 뚱보가 되더랍니다.

   생전에 처음 들어보는 얘깁니다. 얼마나 아내를 사랑하기에 그리 할 수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남편 토드가 계획을 세우고 살이 쪄야 한다고 결심을 하고 마구 먹어 댄 것은 아니랍니다. 자신도 어찌 그런 현상이 일어 났었는지 알 수가 없다고 어깨를 으쓱하며 고개를 젓던 모습에서 사랑의 진짜 모습을 보았습니다. 바로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는 참사랑의 결과입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일일이 간섭하면서 자신의 테두리안에 꽁꽁 묶어 두려는 잘못 이해 된 사랑 속에 사는 경우를 떠 올립니다. 이렇게 해라. 왜 그렇게 하느냐. 그러면 안 된다. 그건 옳지 않다. 틀린 생각이다. 모든 것의 기준을 자기 자신의 법령으로 다스리는 왜곡 된 사랑에 숨이 막히는 경우도 있습니다.

   랑은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라는 성경 말씀을 적용하며 살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우기며 자기 고집을 꺾지 않는 것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하니까 옳은 길로 인도한다며 자신의 길로 끌어들이는 것은 결코 사랑일 수가 없습니다. 과연 토드처럼 아내의 입장을 이해하고, 자신을 변화 시키며까지 사랑을 보일 수 있을까. 어찌보면 인간으로선 불가능한 사랑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사랑의 원리는 배우고 싶습니다.

   내 고집대로 살라고 샹대방을 다그치는 일은 없어야겠습니다. 자신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샹대방을, 사랑하기는 고사하고, 존중하는 마음도 없는 까닭에 큰소리를 내고, 욕설을 퍼 붓고, 폭행까지 불사하면서도, 그걸 사랑이라 일컫는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특히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 온 부부의 경우를 곰곰히 생각 해 봅니다. 흔히들 밖에서 스트레스 받고 집에 들어 와 그 스트레스를 식구들에게 마구 풀어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 경웁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이기 때문에 함부로 한다는 이론은 좋은 변명이 아닙니다. 내게 소중한 사람에게 언성을 높일 수는 없습니다. 눈을 부라리며 욕지거리 뱉을 수는 더욱 없습니다. 물건을 던지며 폭행까지 서슴치 않는 행위를 어찌 사랑이라 말 할 수 있겠습니까.

   부부의 경우 뿐 아니라, 사랑하는 자식에게도 마찬가지 입니다. 이미 존중하지 않는 까닭으로 함부로 대하면서 사랑 운운 한다는 건 이치에 어긋나는 얘깁니다. 친구사이도 마찬가지로 사랑을 적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주 희귀한 경우를 얘기 해 준, 토드와 슬론의 부부애를 말끄러미 다시 보고 있습니다. 아내를 귀하게 여기는 마음의 표출입니다. 아내를 극진히 사랑하는 모습입니다. 자기 고집대로 살지 않는 결과입니다.

   내 형편에 아주 비싼 여행을 가치 없이 고생만 한다고 불평 할 뻔 했지만 아주 귀한 사랑을 보게 해 준 여행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시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실감 할 수 있었습니다. 내 생활에서 실천하고 싶은 사랑을 배웠습니다.

2013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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