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형 내 남자

2014.02.13 11:41

노기제 조회 수:491 추천:104


20140117                        맞춤형 내 남자

        성공한 삶이란 함부로 정의 할 수가 없다. 각자 개인의 잣대로 측정되기 때문이다. 그렇담 자신의 삶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선 준비과정이 있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많은 항목을 나열 해 놓고, 하나씩 해당되는 정보를 캐내어 자료를 확보 한 다음에 실전으로 돌입해야 한다. 메모를 하면서 차근차근 자신의 살아 온 인생을 설명하던 어느 동창의 말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배우자를 만날 때도 자신이 원하는 항목을 길게 적어서 하나씩 상대방의 정보를 입력하며 결론을 내린다. 대강 어느 선에서 어떤 면을 얼마만큼 양보해야 할 것인지 결정을 하면 상대방과의 만남이 더 이어져야 할 것인지, 멈춰 돌아서야 할 것인지가 판단이 난다는 이론이다. 그리하여 결정 된 배우자와 결혼을 하고 그 후엔 자신의 판단에 전적으로 충성을 다 한다는 야무진 논리다.
        그 이론을 내게 적용하기엔 너무 늦었다. 결혼 41주년을 보냈다. 그러나 결혼을 앞 둔 젊은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이론이다. 이런 기회에 내가 어떤 남자를 원하는가 한 번쯤 따져 보고 싶다. 어린 시절, 꿈에 그리던 남자가 있었던가? 이상형을 정해 놓진 않았다. 첫 눈에 곧 결정이 나곤 했으니까. 조건을 따져 가며 좋다를 결정하기 이전에, 뭐든 한 가지만 마음에 들면 나머진 그냥 좋다로 결론을 내던 경솔함이었다. 경험이 전무한 이론을 한 번 적용하면서 이상형 내 남자를 만들어 보고 싶어진다.
        과묵한 남자. 불필요한 잔소리를 하지 않는 남자. 역시 필요, 불필요란 조건도 개인적인 판단으로 적용되는 것이니 애매하다. 의견일치를 본다면 행운이겠다. 소소한 면까지 재잘대는 것은 여자인 내가 하면 된다. 나 아닌 딴 여자에게 눈길을 준다거나 바람을 필 것 같은 요소가 다분한 남자는 물론 실격이다. 긴 세월 살아 보니 결정하기 힘든 조건이다. 여자가 먼저 따라 붙는 데 뿌리칠 남자는 없다는 이론을 계산에 넣어야 한다. 대응 방법을 생각 해 두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가 남편을 만나 단번에 결정지었던 조건은 과묵함, 바람 안 필 것 확실함. 두 가지다. 41년을 살고 지금 다시 남자를 고르라 해도 위의 두 가지 외에는 따로 생각나는 조건이 없음은 어쩐 일일까. 내가 원하는 조건 외에 고린도전서 13장을 읽고 대입 해 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냥 가볍게 읽고 지나치지 말고 문장 한절씩 꼭꼭 씹어서 상대방과 자신의 성격과 언행에 직접 대입을 하고 그 열매로 결정짓는다면 오차 없이 서로 원하는 배우자를 고를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허지만 막상 결혼을 하고 함께 살아야 그 사람의 어떠함을 알 수 있지 않은가. 결혼 전에 아무리 따져보고 캐어 알아보려 해도 그 사람의 전부를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을 숙지해야 한다.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투기하지 않고, 자랑하지 않고, 교만하지 않고, 무례히 행치 않으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않고, 성내지 않으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않고,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요약 된 고린도 전서 13장을 항상 마음에 두고 지혜롭게 살자고 감히 말하고 싶다.
        남편이던 아내이던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경우에 이런 것들이 있다. 어느 마켓에서 무가 5 파운드에 99전이란다. 마침 밖에 나왔다 집에 들어가는 길에 그 마켓에 잠깐 들렀다 갈 것을 청하는 아내에게 버럭 언성을 높이며 그깟 무가 비싸면 얼마나 비싸다고 궁상이냐. 아무데서나 사라.
        부부가 마켓에서 장을 본 것들을 차에서 집으로 옮기는 과정에서다. 두 손이 모자랄 지경으로 잔뜩 들고 김치 병까지 끌어안고 문까지 온 아내가 그 상태로 열쇠를 구멍에 맞추려다 그만 김치 병이 떨어지며 박살이 났다. 뒤따라 온 남편이 버럭 소리를 지른다. 짐을 내려놓고 해야지. 생각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가까운 지인의 부인이 자꾸 내 남편에게 교태를 부린다. 여자는 여자가 보면 알게 되어 있다. 그래서 남편에게 주의를 준다. 너무 잘 해 주면 자기를 좋아하는 줄로 착각을 한다고. 대뜸 아내를 꾸짖는다. 어떻게 그 사람을 그런 여자 취급을 하느냐고. 피가 더러운 집안이라 그런 당치도 않는 의심을 한다고.
        상대방이 어떤 제의를 해 오면 들어 보려 관심을 두기는커녕, 무조건 안 돼, 하지 마, 사지 마, 가지 마, 로 일관하면, 의논이란 놈은 절대 불가능한 기능이 된다. 자신의 뜻과 다른 토론은 일절 시작도 못하게 한다.  그러니 알리지 않고, 원하는 것을 할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론 자기 멋대로 다 하고 살았다고 불평불만으로 가득 찬 배우자의 원성만 남게 된다.
        돈에 관해 배우자를 믿지 못하며 혼자 생각으로 추리를 하고, 계산을 하고, 결론을 내림으로, 불신이 팽배한 상태에서 사랑이 잠적 해 버린 소원한 관계. 의심이 생기면 즉시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오해로 인한 불신을 막을 수 있다. 상대방의 입장을 알아보려 노력하는 단계를 잃지 말아야 서로 신의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이론은 알고 있지만 어떻게 대화를 생활화 하는 가는 전혀 생각지 못한 상태로 서로 의심하고, 미워하고, 존중하지 않는 상태로 이어지면서 사랑 없이 꽁꽁 얼어버린 마음이 된다. 대충 짐작으로 혼자 결론을 내리지 말 것이다. 반드시 얼굴을 마주하고 온유하게 묻는 작업을 시작할 수만 있다면, 그것이 바로, 삶을 대화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지혜로운 부부가 될 수 있다. 그렇게만 산다면 사랑은 식지도 않을 것이며, 사라지지도 않을 것이며 꾸준히 성장 할 수 있게 된다.  
        이런 남자 주문해서, 부드럽게 사랑 나누며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아 보고 싶다. 꿈이라도 꿀 수 있는 지금의 상태가 평안하고 달달하다.

                                                                2014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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