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이 비어 있는데요

2010.10.01 14:24

노기제 조회 수:850 추천:187

2010-09-30                원룸이 비어 있는데요

        사랑 받는 일,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일, 물질의 이익을 얻는 일….사람의 마음을 뜨겁게 하는 일들임에 틀림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랑해 주시는 부모님, 형제 자매들, 배우자에게는 아무런 감동도 느끼지 못하며 그 순간들을 지나칩니다.  사랑 받음이 아주 당연하단 느낌외엔 별 감사함 없이 살았습니다. 그러다 뜻하지 않게 생판 아무 관계도 없는 타인에게서 한 조각 사랑을 전해 받았습니다.

        제목이 다른 두 가지 행사를 위해서 한국 방문을 결정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딱히 편하게 머물곳이 없는 서울에 간다는 사실이, 이미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자꾸 침체 되는 내 기분을 잠깐 바꿔 보기 위해서라도 무리인 줄 알지만 짐을 꾸렸습니다. 어디 싸구려 민박에라도 머물며 나를 돌아 보고 싶었던겁니다.

        우선은 시아주버님 돌아가신 후 아들 내외 딴 살림 내 주고, 혼자 방 셋짜리 큰 아파트에 사는 손윗 동서와 지낼 마음이었습니다. 관리비 아끼며  살아야 하는 동서에겐 손님은 달갑지 않습니다. 전기값, 물값이 금방 달라집니다. 물론 내가 머물다 떠난 후에 나타날 결과이긴 합니다. 가시방석이 따로 없습니다. 예정 된 첫 행사 날짜가 되어 사흘 밤 신세지고, 서둘러  떠났습니다.

         열 하루를 딴세상에서 살듯, 환자들 투병 생활에 봉사자로 사랑을 주며 뜨겁게 보냈습니다. 자신이 잘못 살아온 결과로 건강을 잃은 사람들. 그들에게 하나님을 소개하며 하나님이 권하시는 방법으로 살면 반드시 건강은 되 돌아 온다는 쉽고도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하는 이상구 박사의 세미나였습니다.

         세미나가 끝나고 각자 자신의 삶터로 돌아가는 날 아침입니다. 갑자기 내가 돌아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이 생겼습니다. 동서네로 다시 갈 수 없다는 확고한 마음에 급한대로 사촌동생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마침 사촌 올케는 미국 딸네집에 머물고 있고 사촌동생 혼자 있던 참이었습니다.  아직 출근 시간이 먼 새벽에 사촌동생을 깨우며 다급한 통화를 하는 걸 곁에서 듣고, 내 형편을 감지한 룸메이트 경옥씨가 참견을 합니다.
“언니, 원 룸이 비어있는데 쓰실래요?”
“그게 뭔데?”
“언닌, 혼자 조용히 계실 곳이 필요하신거죠? 저희 집으로 가세요. 언니 미국 가시는 날짜까진 비어 있으니까요.”

         순간 가슴이 뜨거워지며 눈물이 핑 볼을 타고 흐릅니다. 나이만 나보다 아래일 뿐, 유방암으로 오른쪽 유방을 절제한 후, 재발까지 해서 한참 고생 끝에 회복 된 분입니다. 열흘을 함께 지내며 나름대로 조금씩 알아진 사입니다. 죽음이 코 앞까지 왔다가 내침을 당한 씩씩한 분입니다. 어느면으로 보나 내가 도움을 줘야 맞는 이야기가 되는 분입니다.

         그냥 감사한 마음에 울었습니다. 도무지 갈곳을 몰라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내게 혼자 조용히 쉴 곳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입니다. 경옥씨를 통해 나를 도우시는 하나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회복 이야기를 간증하며 환자분들에게 용기를 주던 경옥씨는 천사였습니다. 그런데 내게도 다른 모습의 천사로 다가 온 것입니다. 월세로 방을 임대하는 작은 빌딩을 소유한 분이었던겁니다. 그 중에 방 하나짜리가 마침 새 입주자를 기다리는중이었답니다.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 할 때 누군가를 통해서 나를 돌보시는 그 분을 다시 확인하면서, 걱정 근심을 버렸습니다. 또한 쓰임 받아, 필요한 사람에게 넉넉히 베푸는 경옥씨의 앞 날이 늘 하늘의 평안으로 넘치기를 바랍니다. 뜻하지 않게 받은 이 귀한 사랑을 오래 간직하며, 나도 언젠가는 어느 누구에게라도 베풀 수 있는 하나님의 도구가 되기를 항상 준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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