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을까

2010.10.26 05:42

노기제 조회 수:896 추천:188

20100808                왜 그랬을까

        아악, 또 뭐야? 며칠 전, 우리 잔디밭에 파슴이 죽어 있다고 남편이 나 모르게 치우고 말해 줬거든요. 이번엔 아주 작은 놈인데….자세히 볼 수도 없어요. 너무 처참한 모습, 그냥 불쌍한 마음부터 밀려와 나를 울게 했거든요.  옆 집 잔디밭에 쬐끄만 새끼 새, 두 마리가 땡 볕에 죽어있습니다. 어쩌면 좋아요. 아직 눈도 뜨지 못한 모양에요. 근처에 새 둥지가 있었나 봅니다. 어떤 나쁜 것이 먹이감으로 사냥을 했던 것일까? 코요테? 고양이? 도대체 어떤 놈의 짓이란 말인가.

        가엾어라. 놀란 가슴이 쿵쿵대며 울음부터 터트린 난 숨이 멎을 듯 엉엉대며 어쩔줄 몰라 하늘에 도움을 청했어요.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내려다 보며 울고 있는데 슬쩍 움직임이 보였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허리를 굽혀 자세히 보았답니다. 마치 팔다리 없는 장애새처럼 보여요. 머리하고 가슴하고 아랫쪽엔 똥그란 혹 하나 달린듯 해요. 물론 털도 한 올도 없지요. 온 몸을 밀어보며 움직이려 애를 쓰네요.  손으로 들어 올려 주면 좋겠는데 난 못하겠어요.
         그래서 이웃집 제이슨네로 뛰어 갔어요. 아무리 벨을 눌러도 대답이 없구, 그집 강아지만 안에서 아는 척을 하며 시끄럽게 짖어대구요. 급해서 우리 옆집 타이슨네 대문을 쾅쾅 세차게 두드렸어요. 역시 아무도 없나봐요. 더 크게 엉엉대며 하나님께 사정사정 했어요.  난 못하니까 어떻게 좀 해 달라구요. 그 때 마침 타이슨네 가드너인 산체스 차가 보였어요. 파킹하면서 손 인사 하는 산체스에게 말도 못하며 더 큰 소리로 울었어요. 손으로 새를 가리키며 빨리 오라는 신호를 온 몸으로 보냈거든요.

         서둘러 달려 온 산체스가  자세히 보더니 두 마리 다 살았다고 해요. 어머 다행이다. 그제야 입이 열려 말이 나오더라구요.  정말 다행이다. 살아있어서. 버드나무 모냥 흐느적 대는 이파리를 가진 내 키만한 나무에 둥지가 있다고 산체스가 찾았어요. 반쯤 기울어졌어요. 그래서 저 녀석들이 떨어진 거에요. 나무 바로 아래 또 한 마리 있다고 집어 올린 걸 난 자세히 보지도 못했어요. 징그러워서요.

         난 황급히 집에 가서 박스를 갖고 왔어요. 나쁜 놈들이 잡아 먹지 않게 박스에다 넣어서 나무 그늘에 놓아 주려구요. 그러면 어미새가 데려 가겠거니 생각했거든요. 아니라며 산체스가 든든한 자리를 잡아서 둥지를 제대로 잘 놓고 세마리 새끼들을 올려 줬답니다. 얼마나 고맙던지, 그만 산체스를 꼭 안아 주면서 고맙다고, 고맙다고, 기뻐했답니다. 정말 고마웠어요.

         그런데 어미새가 근처에 앉아서 우리가 하는 일을 다 보구있더라구요. 이상하게 가만히 보구만 있다는 거. 이거 아니거든요. 우린 좋은 맘으로 지네들 도와 주는대도 바보 같이 지 새끼 가져 갈까봐 악을악을 쓰며 달려들어 쪼고 그래야 그게 어민데. 안심하고 기분 좋아져서 집으로 들어 와 생각하니 가슴이 섬뜩해지더라구요.

         우선은 살아 있으니 됐구, 둥지를 아주 든든하게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 시켜 놨으니 무슨 일이 있겠나 싶어 나쁜 생각은 떨쳐 버렸어요.  저녁에 퇴근 한 남편에게 얘기 하면서 얼마나 다행이라 생각했는지 몰라요. 쪼르르 나가서 옆 집 그 나무를 다시 살펴 봤어요. 나무가 키가 작아서 둥지를 놓아 준 쪽은 허리를 굽히고 잔 가지들을 들춰 치워야 보여요. 입으로 새소리를 냈더니 한 놈이 목을 길게 뽑고 입을 있는대로 벌리더라구요. 아마 어미가 밥 갖다 주는 줄 알았나봐요. 나머지 두 놈은 기운이 다 빠졌는지 움직이지도 않아요. 배 고플텐데. 뭘 좀 갖다 줘야 되나요? 어미가 물어다 주는 건 벌레들인데 난 못 구하겠고. 딱딱한 씨앗들이 많이 떨어져 있던데 얘들이 먹는 무슨 열매가 있나. 어디서 구하나. 우리집에 있는 과일이나 야채나 뭐 과자라도 주면 먹구 기운 좀 차릴 수 있을텐데. 남편한테 혼났어요. 그런 거 주면 안 된다고. 그냥 저렇게 놔 두면 굶어 죽을텐데. 혹 어미새가 새 둥지를 못 찾으면 어쩌나. 바로 그 나무니까 못 찾진 않을꺼야. 어미가 먹이를 못 구하면 또 어쩌지. 에구 걱정되네요.

         이튿날 아침 또 가보고 싶은 걸 참았어요. 애들이 또 엄만 줄 알고 힘 쓸까봐요. 하루종일 궁금해도 계속 참고 있었어요. 퇴근 해 온 남편에게 보고 하고 싶어서 살짝 나갔어요. 살금살금 나무로 다가가서 헤쳐 보니까 아무 기척이 없어요. 소리를 냈죠. 그래도 반응이 없어요. 조금 더 가까이 가서 목을 들이 밀고 보니 죽었어요. 자세히는 못 봤지만 두 마리만 보이는데 죽어있어요. 잉잉 울며 남편에게 말했어요. 어제 내가 뭐 좀 갖다 먹이자 했을 때, 아무거나 먹였으면 안 죽었을 텐데. 가여워라. 속상해라. 남편 저녁상도 못 차리겠어요. 가슴이 메어서 나도 못 먹겠구요.
         새끼들 낳고 어미새가 우울증이 걸렸나? 남편새랑 한바탕 부부싸움을 하고 아예 새끼들을 굶긴걸까? 암튼 나쁜 어미새가 미워죽겠더라구요. 동물들이 새끼를 버릴 땐 아주 큰 이유가 있다고 들었어요. 절대 살아 남지 못할 듯한 약한 놈이면 첨부터 젖을 안 주더라는 개 이야기도 들었거든요.
         자꾸 생각하니까 내가 견딜 수가 없네요. 빨리 잊고 싶어져요. 어미새 입장이 되어 볼 수도 없고, 생각하면 가슴만 아프고, 때는 이미 늦었으니 먹이를 구해 볼 이유도 없구요.
         가여운 것들. 춥고, 배고프고, 죽음이 달려들었을 땐 얼마나 무서웠을까.   어미새는 새끼들이 죽는 것을 계속 지켜보기는  했었을까. 한달 후 여행에서 돌아와 보니 빈 둥지만 덩그마니 있더라구요. 산체스에게 물어보니 새끼들 죽은 것도 모르고 있네요. 죽은 것들 어디메로 데려가기나 했을까? 정말 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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