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 버린 우울증

2011.09.06 04:39

노기제 조회 수:674 추천:156

20110826                        
        
        그룹으로 우울증 치료를 시도하는 클래스에 참석했습니다. 우울증이 뭐 별건가요. 내 맘대로 안 되면 즉각 걸려버리는 병이잖아요. 세상 살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내가 원하는 것들이 있을 때, 그것을 이루지 못하면 나이에 상관 없이 처한 환경에 상관 없이 그 사람의 성격대로 걸릴 수도, 안 걸릴 수도 있는 이유도 알고, 치유법도 알고, 그렇지만 조정이 잘 안 되는 병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불치병이라 생각했던 암이란 병도 요즘은 회복도 잘 되고, 재발이 된다해도 맘먹기 나름대로 완전 치유가 가능한 세상입니다. 더구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마음의 아픔, 겉으론 어림 짐작도 가지 않는 무변화, 대단하게 생각 할 것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런 모습들의 우울증 환자들이 열 셋 모였습니다.

        놀랍게도 증상이 거의 다 똑같습니다. 남자 넷에 여자가 아홉. 남자 환자중에 평생 소아과 의사로 종사하고 은퇴하신 분과 경찰관 출신도 있습니다.  대부분 여자분들은 배우자에게서 받는 못마땅한 대우가 이유인 듯 합니다.  한 여자분은 치매걸린 아버지를 간호하면서 꼬챙이 처럼 마른 몰골이 진짜 중환자처럼 보였습니다.  현직 간호원인 30대 초반 여성은 무지 뚱뚱한 체격에 쉴새 없이 말을 하거나 발을 흔들거나 안절부절 아는 통에 옆에 앉은 내가 견딜 수가 없는 지경입니다..

        두 사람의 치료사가 대뜸 최면치료를 시도합니다. 불을 끄고 다들 눕게 한 후 조용한 음악을 틀고 주문을 외웁니다. 깨어 있으라는 부탁과 함께 각자의 몸 부분 부분에 집중해서 긴장을 풀어 나가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어쩐지 모르지만 난 최면 공부를 하고 최면치료사 자격증까지 있었으니 이것이 최면치료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30분 치료후 느낀 점들을 이야기 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면서 기분들이 좋은 모양입니다. 내게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치료법입니다. 난 누군가 나를 방에서 나오게 해주고 밝은 태양아래 힘차게 뛰어 놀도록 이끌어 주면 좋겠는데 어둠에 처 넣고 긴장을 풀고 쉬라니, 이건 아니랍니다.

        게다가 옆방 클래스에서 하는 말소리, 잡음들이 나를 오히려 비정상으로 몰아 넣고 있습니다. 더구나 몸이 얼도록 빵빵 나오는 에어콘 바람에 딴 사람들 눈치만 살핍니다. 그들은 알라스카 주민들이 사는 이글루 같은 이 실내온도를 즐기는 눈칩니다. 내가 왜 이런 청승을 떨고 있는지 화가 납니다. 의사들의 치료법이 모든 환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칠판에 문제를 썼습니다. 길가다 아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반가운 맘에 인사를 합니다. 놀랍게도 상대방은 아무 대꾸도 없이 지납니다. 완전 개무시 당한겁니다. 즉각적인 반응을 말 해 보랍니다.

        어어? 뭐야? 내가 뭐 잘 못 했나? 슬프다. 마음이 아프다. 욕해 주고 싶다. 때리고 싶다. 죽고 싶다. 다시는 안 보고 싶다. 두고 보자. 잠자코 듣고 있으면서 여기가 역시 환자들이 모인 곳이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내 차례가 되어 말했습니다. 난 스쳐간 그 사람을 쫒아가서 얼굴 보며 다시 인사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모른척 한다면, 글쎄요. 그냥 잊어 주는거죠 뭐.

        사실상 그런 경우에 직접 당하게 된다면 어찌 반응을 할런지 확실히 모르지만 대강 자기들의 반응을 즉각적으로 얘기 하는 모습들이 바로 그들의 진실이면서 환자임을 입증한다는 겁니다.

        매사에 부정적 반응을 삼가라는 조언이 뒤 따릅니다.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도록 노력하라는 것이 치료법이었습니다. 어떠한 일에 처하던지 다른 사람을 판단하는 투의 말을 입 밖으로 내 보내지 말라고 합니다. 쉽게 얘기 하면 성경에서 이미 배운대로 사는것이 최선의 치유법인 것입니다. 남을 판단하지 말고, 사실을 말한다 하면서 남의 단점을 뒤에서 말하는 습관을 아예 버리는 것입니다.

        긍정적 사고방식, 칭찬만 하는 말습관, 좋은 면으로 이끌어 내는 대화법, 정말 많이도 듣고 사는 얘기들입니다. 실제 연습이 아주 많이 필요한 방법입니다. 내가 한 마디 말을 뱉기 전, 다시 한 번 긍정적인지, 판단의 요소가 없는 건지 생각 해 보는 여유를 가진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 같습니다. 매사에 천천히 꼭 한 번 더 생각하면서 내가 아는 단어를 밖으로 보내야겠습니다.
세 번의 출석 끝에 큰 깨달음을 안고 클래스를 포기 했습니다. 그 대신, 진정으로 마음과 뜻을 다 해 노력하리라 다짐을 합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 간직하며, 절대 남의 어떠함도 비판하는 말을 말자. 우울증이여 썩 물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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