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옳다는 생각

2011.12.13 03:44

노기제 조회 수:794 추천:186

20111124                나만 옳다는 생각

                                                                                                 노기제

        혼자이고 싶다.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말아 주면 좋겠다. 필요하면 내가 말 걸면 된다. 난 결코 누구에게도 맘 상할 말을 하진 않을터. 그러니 내가 그들에게 말 하기 전엔 절대로 내게 먼저 말 걸지 말라고 부탁하고 싶다.
        얼마나 오만한 생각인가를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마음도 많이 상했었고, 듣지 않으려 많이 움츠리기도 했다. 급기야 모두 싫어서 우울증까지 걸렸었다. 왜 저들은 나와 다르게 판단하고, 나와 같지 않은 생각을 하고, 이치에 어긋난 말과 행동들을 하며, 저리도 모자라는가.
        한 때는 그들을 무시할 수 있어서 나름대로 상처를 받지 않고 살 수 있었다. 내 생각이 옳고, 내가 저들보다 한 층 윗자리에서 내려다 보며 사니, 그냥 봐 주며 살자 했던 때문이다.. 특별히 불편하다고 생각 한 적은 없었다. 맘에 맞지 않는 사람들은 안 보고 살면 속 편하니 내가 그들을 피하고, 못 오게 하면서 나 혼자서도 넉넉히 행복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일까. 이 사람 싫어서 피하고, 저 사람 아니꼬아 안 만나고, 더럽고 치사해서 인연 끊고 하다보니 내 곁에 남아 있는 사람이  없다. 속 편히 신나게 혼자 잘 살아야 하는데, 슬그머니 외롭다고 느끼기 시작 했다.
내가 필요하면 내가 먼저 연락하고, 말 걸고, 밥 사고,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만나고 싶다는 생각, 연락하는 행동 등을 아주 까맣게 잊게 된 모양이다.
        골방에 혼자 앉아 어떻게 해야 이 어둠에서 뛰쳐 나갈 수 있는 지를 곰곰 생각하고 있었다. 방법이 없다. 창문만 살짝 열어도 밝은 햇살은 나를 찾아 오는데, 그 단순한 행동인 창문을 살짝 열 수 있는 것을 기억 해 내지 못한다. 그러면서 답답해 하던 어느 날, 과학과 성경을 접목 시켜서 하나님의 말씀을 알기 쉽게 강의하는 이상구 박사의 세미나에 참석 했다.
        묻지도 않았는데 하나님께선 내 질문을 알고 계셨는지, 이상구 박사를 통해 이런 답변을 주셨다.  하나님께선 우리들을 흙으로 빚어 놓으시곤, 시체와 같은 사람의 코에 생기를 불어 넣으셨다. 입으로 분다는 즉 말씀이다. 말씀으로 우리를 살아 있는 사람으로 창조하신 후, “내가 너희를 만들었으니 나를 섬기고, 나를 믿으라”고 욱박지르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자유의지를 주셨단다. 말씀을 듣고, 깨닫고, 믿으면 좋겠지만 비웃고, 업수히 여기고, 등 돌리는 우리들 의지를 존중 해 주시며 잠잠히 오래 참고 기다려 주신단다.
        창조주 하나님도 우리에게 강요하지 않으시고, 무시하지 않으시고, 그런대로 인정 하시며 기다리신다는데, 하물며 피조물인 나. 뭐가 그리 잘나서 모두 못 마땅 해 하는가. 그럴 자격이 내게 있는가? 그럴 능력이 내게 있는가?
        나 혼자 만이 하나님께서 인정 해 주시는 잘난 피조물이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 나만 특별히 하나님의 사랑을 받고 사는 것 아님을 인지 해야 한다. 내가 그리도 마뜩찮게 여기는 저들도 하나 같이 하나님께서 창조하셨고, 사랑하시면서, 기다려 주시는, 예수님의 피로 사신 생명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거부 반응 없이 말씀을 듣고, 깨닫고, 고개 끄덕여 동의까지 했지만, 막상 생활로 돌아와서는, 얼만큼이나 실천에 옮기며, 적용 시킬 수 있는가는 미지수다.
        흔히 말하 던,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 해 본다는 순간을 내 시간에 입력 시키는 일이다. 내 생각이 옳다는 고정된 관념에서 해방 될 필요가 있다. 누군가 내 생각과 다르게 판단 한다고 해서, 내 판단이 최선이라고는 말 할 수 없다. 즉 네가 틀렸으니 내가 옳다는 이론은 성립 될 수 없다. 너도 틀리고 또 나도 틀릴 수 있다는 걸 계산 할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보자. 어느 모임에든 사회자가 있다.  능력 인정 받고 초청 되어 온 사회자인 만큼, 제 잘난척은 하지 않으면 좋겠다. 자기가 잘하는 걸 모두 보이고 싶어 말이 많아 진다.  가끔 하대하는 말투를 쓰는 사회자는 즐겁게 농담으로 받아 주기엔 무리다. 제한 된 시간을 참석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려는 배려가 앞서야 한다. 그런 사회자 꼴 보기 싫어, 내가 사회를 맡아 봤다. 엄청 스트레스 받던 기억이 새롭다. 결코 쉽게 맡을 일은 아니기에 고집 꺽고 한 발 물러 서게 됐다.
        그래서, 실력 있어 데려 온 사람이니 그에게 자유의지를 준다는 생각을 확실하게 하기로 했다. 물론 내가 바라는 사회자 모양새는 아니지만, 내 기준이 꼭 옳다해도, 모두가 다 원하는 기준은 아니라는 진리를 터득하면 된다.
        매사를 이런 식으로 생각 한다면, 어떤 일에도 혈압 오를 이유 없고, 심사가 틀려 소화불량에 걸리지도 않을 것이다. 죽이고 싶도록 미운 사람도 안 생길 것이고, 그저 잔잔한 미소로 다 함께 어우러져 잘 살게 될 것이다.
        바로 이것이 내가 바라는 삶이라고 말 하고 싶다. 그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을 내 주위에서 치워버리고 도도하게 혼자 살았더니, 결국은 외로움만이 내 곁에 남아 있는 실정이다.
        희망하건대 어느 누구건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소중하단 생각을 하면서 함께 얘기하고, 같이 웃고, 어려움도 서로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완전히 바뀐 내 마음가짐이 하나님 보시기에 계속 좋았으면 좋겠다.
        이런 나를 견딜 수 없어 조용히 떠나는 외로움을 배웅 해 줘야 겠다.


***오레곤문학 10주년 기념호에 드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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