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회사 광고문

2003.03.23 02:11

노기제 조회 수:610 추천:88

121801 관광회사 광고문
노 기제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나는 새로운 결심도 하고 반성도 하면서 묵은해를 정리합니다. 일 년 동안 일에 묻혀 바삐 살아 왔으니 떠나는 해를 마무리하면서 쉬고 싶은 마음에 스키여행을 계획합니다. 크리스마스 연휴와 새해 연휴로 대목을 앞둔 여러 관광회사들이 자신들의 능력 안에서 광고를 내고 손님을 유치하기에 불이 붙었습니다. 손님의 입장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있으니까 불평을 할 이유는 없습니다.
신문에 나는 여러 회사의 전면광고를 찬찬히 읽어 가면서 스키여행을 계획한지도 두 주가 되었습니다. 추수감사절 연휴이후에 내린 눈으로 스키장의 적설량이 풍족해졌습니다. 각 관광회사마다 스키여행 계획이 나왔습니다. 십 이월 첫 주말부터 날짜가 있기에 예약을 했습니다. 대뜸 하는 말이 맘모스는 마감이 되었으니 리노 쪽으로 가시면 자신이 직접 모시겠다는군요. 스키 강사가 누구이던 나는 상관이 없습니다. 가는 곳도 리노 쪽이던 맘모스 쪽이던 눈만 좋으면 상관없습니다. 단지 신문에 난 날짜에 틀림없이 출발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니까요. 그래야 나도 확실하게 계획을 세우고 여행 준비를 할 것 아니겠어요.
결국 한 주일 후에 작은 숫자가 모여 맘모스로 떠났습니다. 연휴 전 주말이라 스키장도 붐비지 않고 근사한 호텔을 숙소로 했으니 관광회사에 미안한 마음도 생겼습니다. 숫자로 보아 이번 장사는 틀림없이 밑지는 장사가 되었을 테니까요. 2박 3일 스키여행이 정말 좋았습니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날씨도 한 몫 했구요. 저녁식사도 고급 레스토랑에서 푸짐했습니다. 겪어보니 정말 좋으니까 다음 주 여행도 또 예약을 했습니다.
여행 짐도 풀지 않은 이튿날 아침. 조간 신문을 보던 남편의 말입니다.
"이 사람들 뭐 하는 짓들인지 모르겠군. 이것 좀 봐. 똑 같은 문구의 비난이 두 회사 광고에 다 났으니. 어떤 회사가 진짜 그랬다는거야? 호텔 로비에서 재우고 저녁은 굶기고.......서로 남이 그랬다고 하니 누가 범인이란 말야?"
읽어 내려가기도 짜증스럽습니다. 꼭 이래야만 합니까? 재미있게 다녀온 스키 여행이 구역질이 날 정도이군요.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습니다. 어차피 그런 일이 있었다면 당한 사람들은 분명하게 알 것이고 발 없는 소문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진실은 밝혀 질 것입니다.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시간에 이런 광고문으로 기분이 상해지고 내 마음이 받는 피해는 누구에게 호소를 해야 합니까. 내가 생각하기엔 두 회사가 다 범인입니다. 누워서 침 뱉기는 자기 얼굴에만 떨어지지만 지금 하고 있는 짓거리들은 순수한 손님들 마음까지 할퀴어 기분을 엉망으로 만드는 상태까지 초래합니다.
새해에는 우리 버려야 할 것은 과감하게 버리자구요. 사람이 하는 일이니 실수가 있어서 손님에게 피해를 주었다면 회사 차원에서 보상과 사과가 따랐을 것이고 그런 똑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나지 말란 법 있습니까.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는 사람들끼리 당연히 위로하고 덮어 주어야 할 일을 날이면 날마다 신문광고에 너 못했네, 나 잘하네, 마치 자기가 아니고 남이 저지른 듯 덮어씌우는 수법으로 광고문에 비난을 삽입하는 얄팍함이란. 손님을 우롱하는 처사.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어느 민족이 하는 짓거리들입니까.
그 광고문이 아이들 눈에 뜨일 가봐 걱정됩니다. 부모 세대들이 벌리는 경쟁 방법이 결코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니까 알리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세대인 우리도 알고 싶지 않은 방법입니다. 세상이 아름답고 살만해서 여유롭게 여행을 계획하는 순간에 이런 유치한 광고
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급기야는 신문을 밀쳐내는 상태까지 생깁니다. 물론 계획하던 여행도 취소하고 싶어집니다. 아예 그 두 회사를 피해가고 싶습니다.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경영 방침을 세우면 지금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고 경험해서 알고 있습니다. 서로 짓밟고 헐뜯는 광고는 제발 그만 들 좀 두세요. 보는 우리들 가슴이 답답해서 죽을 지경입니다. 모처럼 세상일 다 떨쳐 버리고 순백의 눈 쌓인 산에서 신선처럼 놀아보려는 마음에 구정물 끼얹어 망치지 말고 보아서 호기심이 확 생기는 광고문으로 고치기 바랍니다. 경쟁사는 생각하지 마세요.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얘기하세요. 진실은 언제나 통하게 되어 있습니다. 혼신을 다해 손님을 위해 마련하는 여행이라면 절대 외면 당하지 않습니다.
2002년 새해에는 신문에서 보는 광고문으로 마음 상하는 일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삶에 지친 마음들이 잠깐이나마 얼굴을 펴고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광고문을 읽고 싶습니다. 작은 것 하나가 고쳐짐으로 내가 사는 사회가 조금 더 밝아진다는 것은 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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