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사랑, 그 이파리들 (네 번째 이파리)

2010.12.05 03:25

노기제 조회 수:1005 추천:215

        사랑, 그 네 번째 이파리, 효선의 설레임

        효선은 자신에게 맡겨진 다섯분 외에 성애, 성수씨 남매에게 신경을 쓴다. 성애씬 환자가 아니니 대화 하기도 편하고 효선의 다가감에 잘 응하신다. 그러나 성순 힐긋 한 번 보면 그 담엔 눈을 내리깐다. 별 관심 없다는 답이다. 얼굴 전체가 많이 어둡다. 특히 눈가에 먹물을 살짝 입힌 듯 검은 색이다. 물론 굳은 표정이다. 전체적으로 미남형이다. 저 얼굴에 미소만 슬적 띄워 주면 효선이 가슴이 콩닥거릴 것 같다. 어디 한 번 작품을 만들어 볼가나? 생명 없는 조각에 생명을 덧 칠 해보자. 정말 멋있는 남자가 될 것 같다.
        첫 눈에 성수에게 반한 효선은 줄곧 성수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는다. 어떤 의미의 반함인지는 효선도 알 수 없다. 우선은 건강해 지기를 원한다. 그 방법을 성수가 깨닫고 받아들이도록 도울것이다. 그렇다고 봉사자의 입장에서 성수에게만 사랑을 쏟을 순 없다. 맡은 다섯 분의 환자도 있고, 시간도 그리 자유로운 건 아니다. 좋다고 무턱대고 성수에게 대쉬만 할 수는 없다. 당기기도 하고 밀기도 해야 성수의 맘이 움직일터니.
        뉴스타트 강의가 익숙해진 성수. 미국에서 이미 이박사 세미나에 두번이나 참석 했고, 자신의 말로 삼수생이라 한다. 그러니 이론으로 그를 설득 할 순 없다고 효선은 직감 했다. 자유시간에 호텔 로비에서 신문을 들척이는 성수를 우연히 본 효선이 호들갑스레 말을 부친다.
“어? 멋진 성수 오빠, 혼자네? 나 옆에 앉아도 될라나?”
“허락도 안 받고 벌써 앉았잖아?”
        “ㅋㅋㅋ 그러게. 뭐 앉으라고 할 거 뻔하니깐. 근데 누님은?”
         “사우나.”
         환하게 햇빛이 뿌려 준 밝음에 성수씨 표정이 가벼워 보인다. 칙칙하고 무거운 표정으로 못 들은 척 무시하고 신문에서 눈을 떼지도 않을 사람이라 생각 했던 효선은 금방 말대꾸 해준 성수가 고마웠다. 이렇게 조금씩 변한다면 이 사람 회복 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느껴진다.   그러나 효선을 찾는 다른 환자에게 관심을 옮겨야 한다. 아쉽다.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진 않을텐데. 한적한 바닷가로 유인해서 모래밭에 시를 쓰며, 단 둘이 있고 싶다. 옛날 고리짝 얘기 부터 주거니 받거니 살살 끄집어 내 보면, 왜 병을 얻었는지 무슨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텐데.
         봉사자로서 환자의 회복을 돕고자 하는 사랑외에, 효선의 삶동안에 경험 못한 뭔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는 효선은 밤잠을 설친다. 함께 방을 쓰는 다른 네명의 봉사자들과도 전처럼 깔깔대며 편하게 대하지 못한다. 혼자 있고 싶다.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 자는척 누워 성수 생각만 한다. 쉼 없이 성수를 위한 기도만 할 뿐이다. 성수가 환자란 생각도 잊었다. 스무살적 어딘가서 슬쩍 지나 친, 자신의 짝일 수도 있다는 착각을 한다.
         효선의 마음이 점점 복잡해 지면서 강의 시간이나 식사시간에 성수 곁으로 가지 못하고 먼 발치서 성수를 느끼게 된 효선이다. 갑작스레 들이 닥친 이 비밀을 들킬거란 생각이 앞서고, 세미나 기간 동안엔 자제 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스스럼 없이 곁에 앉아 툭툭 잘도 뱉아 내던 예쁜 말 조각들을 이젠 할 수가 없다.
         “성수오빠, 내가 늦었지? 안 오나 걱정하는 거, 나, 다 봤거든. 사람이 말야 좀 솔직해야지. 뭘 그리 두리번 두리번 찾고 기다리기만 하누? 내자리 맡아 놓구, 빨리 옆에 와 앉으라구 손짓 한 번 해 주면 누가 잡아 간대?”
         둥근 식탁에 함께 앉은 누님이나 다른 사람들이 까르르 웃어대도 피식 한 번 웃으려다 마는 성수. 얼굴에다 코 디리 밀며 효선이 다그쳐도 웃을락 말락. 그런 작은 변화를 보이는 성수의 표정에도 효선은 가슴이 벅차서 숨을 고른다. 얼굴은 발갛게 상기 되고 이미 눈치 빠른 젊은 유방암 환자에게 놀림을 받기도 했다.
         “아니, 효선 언닌 겉으론 용감한 척 하면서, 남자 앞에선 언제나 얼굴이 빨개 지구, 하여튼 순진하긴…….저런 사람이 맘은 여려서 상처도 많이 받는다구요.
         효선이 참가하는 세미나마다 환자들의 효선을 느끼는 반응은 대부분 밝아서 좋은 사람, 나이가 없이 천진한 사람, 재밋는 사람, 열정적인 사람, 눈웃음으로 생글거리는 매력적인 사람, 기도 잘 하는 사람 등으로 칭찬이다. 꾸밈 없는 진심으로 환자들을 대하는 효선은, 칭찬들을 만큼 노력한 건 없어도 진심은 통한다라는 또다른 진리를 깨닫는거다.
         그런데 이를 어쩌랴. 환자가 아닌, 남자를 보았으니 똑 같은 진심이라도 다 표현 할 수 없게 된 거다. 효선이 성수에 대해서 아는 건, 누님이 대화중에 말한 미국에서 왔다는 거, 말이 없이 살아 온 사람, 간암 말기 환자, 삼수생…..뭐 그 정도가 전부다. 성수의 확실한 나이도 모른다. 막연하게 효선이 자신 보단 윌 거란 느낌이다. 더 이상 알아 볼 사항도 없다. 효선에겐 아무것도 중요한 것이 없이 그저 성수가 좋다. 강의시간 전에 전체가 함께 노래하는 시간에 들었던, 성수의 그윽한 음성이 마음에 닿는 소리라고 성수에게 말해 줬다. 잔잔한 미소로 효선을 바라 보던 순한 눈매가 효선의 가슴을 뛰게 한다.
         아아, 이 사람. 정말 좋다. 같이 있고 싶은 사람, 많이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람, 통증이 심하다고 약간 찡그리며 참는 얼굴에 살짝 뽀 해주고 싶은 사람, 어깨며 등어리며 모두 아프다니 살살 문지르며 아픔을 효선에게로 옮겨 오고 싶은 사람, 아니, 성수 몸에 또아리 튼 암덩어리들 모두 효선이 뺏어  오고 싶어진 사람이다.
         강의 시간에 듣는 유전자 얘기, 허다한 암 환자들의 회복한 간증 이야기들, 쉽게 설명되는, 우리 유전자를 창조하신, 우리를 건강하게 살도록 모든 조건을 알려 주시는 능력의 하나님, 생명을 주시는 사랑의 하나님 등을 도무지 가슴으로 듣지 않는 성수가 변할 수 있는 길을 효선은 주고 싶다.
         “어느 누구도 내 마음 억지로 열 수 없어.”
버럭 음성을 높이는 성수에게 효선은 더욱 간절한 마음이 된다.
         “어찌구리, 잘났네요, 증말. 그럼 그대로 살다 죽을건가? 혼자 잘 해 보더라구요 잉? 내사 마 아뭇소리 안 할끼니께.”
         강의시간에 소개 된 고려대 의대 박경화 교수의 난소암 투병기를 다시 끄집어 내서 성수에게 말하는 효선은 자신도 난소암 회복 환자임을 알렸다. 박경화 교수의 경우, 뉴스타트는 알지 못했어도 암을 이기겠다는 집념으로 무섭게 생을 개척한 역전의 용사지만, 효선 자신은 하나님의 창조와 능력을 강의를 통해 믿게 되었으며, 유전자의 변질 과정을 배웠을 때 곧 생활을 바꾸었고, 변질 된 유전자를 정상으로 회복 시키는 과학적 이론을 의심 않고 믿어서 40일 만에 완전 암세포 전멸을 이뤄 낸 경험자라고 알려 줬다.
         “유전자는 진, 선, 미, 믿음, 소망, 사랑에 빠르게 반응 한다니까 세상 보는 눈을 바꿔서 진실하게 생각하고, 선하게 받아 들이고, 아름답게 살면서 하나님을 믿고, 소망을 버리지 말고, 예쁘게 사랑하며 살자구요. 네?”
         여전히 피식 웃으며, 농담하듯 바른말을 쏘아 댄 효선을 오빠처럼 따뜻하게 감싸는 눈길을 준다. 효선은 성수에게 대강 하고 픈 말을 했다. 사랑하며 살자고까지 했으면 알아 듣겠지. 나머진 성수의 몫이다. 어떤 대답을 할 것인지, 무슨 반응을 표현 할 것인지, 세미나는 끝나고 있다. 이대로 자신들이 속한 삶으로 돌아간다면 아무것도 이뤄 낼 것이 없다.
         겨우 받아 낸 답이 효선이 사는 엘에이로 오겠다는 답을 거칠게 표현 했을 뿐이지만 효선은 황홀했다. 단 둘이 만나면 어떻게든 하나님을 진정으로 만나게 하리라. 효선을 만나기 위해서, 성수 자신 스스로가  건강해지려 마음 먹기를 소망하며 그날이 아주 가까운 날이기를 약속 받고 싶다.
         세미나 졸업식이 있었고, 주최측에서 받은 한 송이 장미꽃을 말 없이 효선에게 건넨 성수는 역시 말 없이 서울로 돌아가는 버스에 오른다. 동행하는 누님이 효선에게 명함을 건넨다.
         “효선씨, 미국으로 들어가기 전, 연락주세요. 꼭 한 번 만나자구요. 성수는 사흘 후 미국으로 들어 간데요. 다음 달 세미나 한 번 더 참석 하자 해도 싫다네요.”
         “성수씨, 그럼 서울가서 나랑 데이트 하자. 적어도 이틀은 만날 수 있네. 응? 그래주라. 나도 서울에서 묵을거니까.”
“내가 건강한 사람인가 이사람아.”
         잔잔하게 들리는 성수의 음성이지만 굉장한 굉음으로 효선의 가슴을 친다. 바로 전까지 달콤한 단어 듣기를 기대하며 들떠 있던 효선은 갑자기 얼음 창고에 갇힌 동태로 변한다. 뜨거운 여름밤 바닷가에서, 모기들에게 뜯기며 잠깐 꾸었던 꿈이었나보다. 해수욕장의 망상이 흐터지는 순간이다. 그러나 효선은 절대로 성수를 포기하지 않으리라 마음먹는다.           ***끝***


참고: www.leesangku.org
글중 과학적, 성경적 상식은 위 주소에서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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