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고독사'

2013.07.23 11:53

sonyongsang 조회 수:188 추천:43

‘고령화’와  '고독사'

  고독사(孤獨死)란  외롭게 살다가 쓸쓸히 맞이한 죽음을 뜻한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혼자 임종을 맞고 시신이 사망 시점으로부터 일정 시간이 경과한 뒤에 발견되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부른다고 한다.

  금년 초인가, 부산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지 7년이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김 모(55) 씨의 시신이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는 뉴스가 있었다. 김 씨의 방안에는 2006년 11월의 달력이 걸려 있었고 집 밖에는 2007년 1월부터 배달된 각종 고지서가 쌓여 있었지만 주변에서는 아무도 김 씨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이처럼 고독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현황과 실태를 알 수 있는 변변한 통계는 없다. 장례(葬禮)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지방 자치 단체장은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무연고 사망자가 발생하면 일정 기간 공고를 거쳐 시신을 처리해야  하는데, 이 때 유족이 인수를 거부하거나 나타나지 않을 경우는 시신을 처리한 뒤 10년간 납골, 안치하고 결국에는 집단으로 매장한다고 되어 있다. 시신을 인수할 가족이 없다면 혼자 죽음을 맞이했을 때 시신이 바로 발견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렇게 무연고 사망자의 상당수는 고독사의 범주에 포함된다는 것.  

반대로 고독사이면서 무연고 사망자에 해당되지 않는 사례도 있다는데, 이는 홀로 지내다 숨졌지만 뒤늦게 가족에게 시체가 인수되는 경우 등이다. 따라서 무연고 사망자가 증가했다면 고독사 역시 함께 늘어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난 자료를 보면, 고독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주목했다. 몇년 전 NHK에서 방영된 ‘무연사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없는 사회, 인연이 없는 사회)’라는 특집 다큐멘터리는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다고 한다.

당시 일본 전국 지자체를 상대로 조사한 결과 신원미상의 자살이나 행려사망자 등 무연고 사망자가 연간 3만 2,000명에 이른다는 내용이 번역기사로 기사화 되었는데, 당시의 이  방송은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고 한다. 왜냐면 고령화와 저출산, 개인주의로 인한 사회 안전망 해체가 원인으로 지목되었고  더하여 3,40대의 젊은층까지 “나도 혹시 무연사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나타냈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지금은 우리가 일본보다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는 동시에 1인 가구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NHK 취재팀이 낸 책 ‘무연사회’를 우리말로 옮긴 역자는 후기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는 일본보다 출산율이 더 낮고 만혼, 미혼 추세가 급증하고 있는 한국이 처한 상황도 일본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청이 내놓은 2035년까지의 ‘장래가구추계’를 보면 전체 가구에서 1인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2년 25.3%에서 34.3%까지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75세 이상의 1인가구는 2010년 48만여가구에서 2035년 210만여가구로 무려 4.3배나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이는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노인 빈곤율(45.1%)과 노인 자살률(10만명당 81.8명)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그만큼 ‘고독사 위험군’이 늘고 있다는 뜻이 된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특히 노인들의 1인가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사람들 간의 상호 작용 가능성을 낮추고 혼자 외로워질 가능성을 높힌다는 점에서 앞으로 고독사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독사는 우리 주변에 늘 있어왔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일, 그리고 가까운 미래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외롭게 죽어갈 것이다. 고독사의 충격과 공포는 어쩌면 이제 비로소 '시작'일 뿐인데… 이렇듯 남의 일인 줄만 알았던 ‘고독사’가 어느새 우리 삶 속에 깊히 파고들고 있다. 이는 요즘 국내에서  죽은 노모씨가 적장에게 머리 조아리며 나라 체면을 ‘묵사발’ 만든 일을 가지고 명색 국민 선량님들이 벌떼처럼 일어나 잘했니 못했니 떠들며 코미디 막장극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

  외롭게 죽어간 사람들, 뒤늦게나마 소식이 알려지면 그들의 외로움은 덜어지는 것일까? 고독사의 문제는 그들이 죽을 때 외로웠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어찌 보면 살아있는 내내 외로웠다는 데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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