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웅과 교황 '성하'

2014.08.14 23:14

sonyongsang 조회 수:132 추천:14

‘聖雄’과 교황 ‘성하(聖下)’

요즘 대한민국에는 성웅(聖雄)과 성하(聖下 - His/Your Holiness)의 열풍이 불고 있다. 그 하나는 이순신 장군의 영화 ‘명량‘이고 다른 하나는 프라치스코 교황의 방한이다.

성웅(聖雄)으로 일컬어지는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다룬 영화 ‘명량’이 10일 오전 1000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한다. 가히 신드롬이다. 개봉 11일 만으로, 역대 최단 기록이다. 영화계 인사의 말에 따르면 “영화 ‘아바타’가 세운 최다 관객기록 1300만 명을 깨고 1500만 명까지 동원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또 하나의 소식은 14일부터 역사상 제266대 교황인 프란치스코 성하(聖下/감히 존칭한다)가 한국에 온다는 소식에 온 나라가 들썩인다. 교황의 한국 방문은 지난 84년과 89년의 요한 바오로 2세의 두 차례 방한 이후 세 번째다. 정치권이나 사회 각계에서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거는 기대와 관심이 크다. 그 이유 또한 무엇일까.

우선 ‘명량’의 열풍을 들여다보자. 들어본즉, 흥행의 이유가 있었다. 첫째, 이순신은 실존인물이며 전(全) 세대를 아우르는 인물이다. 영화가 기록적인 관객을 동원할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이란 인물 자체가 갖고 있는 힘 덕분이다. 너무 잘 알려진 위인이란 약점은 오히려 장점이 됐다. 진지한 사극이라서 일단 중장년층이 선호하지만, 이순신에 대해서 잘 몰랐던 10~30대의 반응도 의외로 뜨겁다. 영웅을 재발견했다는 반응이 많다고 전했다.

또한 교황의 이번 방한에 대한 뜨거운 관심도 우선 그 연유는 ‘명량’과 다르지 않다. 그는 이 시대에 너무나 잘 알려진 ‘유명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교황은 이번 방한에서 시복식과 평화ㆍ화해 미사 등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해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한 교회, 전쟁의 유혹에 빠지지 말고 상호이해와 화해를 통해 평화를 이뤄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특히 양극화 사회의 취약계층인 청소년을 위해 청년대회에 참석하고 세월호 생존자, 유족 등 말로 다할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위로하는 점에서 그렇다. 그는 취임 이래 가난하고 소외된 자를 위해 더 낮은 곳으로 내려가는 것, 기득권과 자신의 이해를 먼저 내려놓고 다가감으로써 상처 입은 우리 사회에 어떤 처방이 필요한가... 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우리는 이들 두 분에게서 어떤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을까.

첫째, 솔선수범이다.
이순신은 정유재란(1597년)으로 투옥과 백의종군으로 시작한다. 그해 칠천량에서 원균 함대는 궤멸됐다. 명량은 그 두 달 뒤다. 붕괴된 군대가 어떻게 부활, 승리했는가. 그것은 위기극복의 긴박한 드라마다. ‘난중일기’와  ‘이충무공전서’는 이렇게 기록했다. 결전 하루 전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 약속했다고 한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명을 두렵게 할 수 있다(必死則生 必生則死 一夫當逕 足懼千夫)”고ㅡ. 길목은 울돌목, 낯선 지형은 적에게 불안감을 심어주었고 그리고 장군은 몸소 선봉에 선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성품이 매우 겸손하고 온화한 편이라고 한다. 추기경 시절 화려한 관저가 아닌 작은 아파트에 거주하였으며, 바티칸에서 대주는 비행기 값을 빈민들에게 모두 나누어 주었고 운전기사를 따로 두지도 않았다고 한다. 이동은 거의 항상 사복 차림으로 대중교통을 이용했으며 식사는 직접 시장에 가서 재료를 사다가 손수 요리해서 먹었다고 한다.

둘째, 리더십으로 상하간의 소통과 인성을 중시한다.
이순신은 ‘징비록’에서 “졸병도 군대 일을 말하려 하면 찾아와 말하게 해 군대 사정에 통달했다(雖下卒 欲言軍事者 許來告 以通軍情)”고 말했다. 그의 리더십에는 바닥에서 ‘개고생’ 하는 ‘아랫것’들과의 신뢰가 깔려 있다. 관(官)과 백성, 장졸 간의 대화는 위기 극복의 자산이며 이는 바로 소통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교황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교황에 선출되자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저처럼 모자란 놈을 교황이라고 뽑아 놓아준 분들을 주님께서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고 말해 온통 폭소의 도가니로 몰고 간 일화는 유명하다. ‘아랫것’ 들에게 다가간 언어는 두 분이 다 유연하다. 소통의 공간에 상하의 고민과 생각이 함께 흡수되기 때문이고, 그것은 믿음과 사기를 생산한다.

셋째 절망을 희망으로 바꾼다.
영화 ‘명량(鳴梁)’은 공포의 의미를 포착한다. 이순신의 고뇌는 거기에 집중된다. “독버섯처럼 번진 두려움이 문제다.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 있다면 그 용기는 백배, 천배로 나타날 것이다”라고 영화 속 이순신(최민식 역)이 외친다고 한다. 이 말은 기존 자료에도 없는 창작된 대사지만, 이 한 마디로 명량전투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며 승리한 요인으로 압축된다. 왜냐면 전쟁은 의지의 충돌이고, 의지가 강하면 필승의 용기로 두려움을 몰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기적의 승리를 낳았다.

교황 방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사건 관련해서 현재 단식농성중인 유족들과의 만날 예정인데, 교황 방한 준비위원장인 강우일 주교는 "눈물 흘리는 사람을 끌어안고 그들의 아픔을 함께 하겠다"는 내용의 대국민 메시지를 표명하였다. 어려운 사람을 먼저 생각하고 언제나 함께해왔던 교황의 모습을 보았을 때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컨대, 교황 성하의 방문과 ‘명량‘의 교훈으로 지금 우리 사회를 혼란하게 하는 윤일병 사건과 세월호 후유증이 빨리 치유되었으면 좋겠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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