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2012.04.28 10:58

sonyongsang 조회 수:368 추천:88


  국자는 국 맛을 모른다

  "어리석은 자는 현자를 가까이 하여도 그 지혜를 알지 못하는 법이니 이는 마치 국자가 국 맛을 모르는 것과 같고, 그 반면에 어진 사람이 현자를 가까이 하는 것은 혀가 음식 맛을 아는 것과 같으니 비록 잠깐 동안 가까이 하더라도 참다운 진리의 뜻을 알게 되느니라"

  이는 부처님 생전에 있었던 설법 중의 하나이다. 비록 3000년이 지났지만 부처님의 이 설법은 아직도 유효하다.

  옛날 인도에 몹시 인색하고 탐욕스러우며 욕심이 매우 많았던, 나이가 80이 넘은 한 귀족이 살고 있었다. 그는 이미 큰 집을 여러 채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또 땅을 사서 집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인부들의 품삯이 아까워 그 나이에 직접 일을 하며 모든 것을 지휘 감독하였다.
  
  그 때 부처님이 그 집 앞을 지나가다 얼핏 그 노인을 보니 곧 죽을 목숨이라 그를 가엾게 여겨 제자들과 함께 그 노인의 집을 찾아가 “고생이 많습니다. 그런데 이리 큰 집을 지어 누가 살 것입니까? 하고 물었다.

  노인은 자랑스레 떠벌였다.

  “별당에는 내가 살 것이고, 사랑채는 손님방이고, 안채에는 내 처자식들이 쓸 것이며, 양쪽 행랑채는 종들이 거처할 곳이고, 창고는 곡식을 넣고 다락방은 여름에 올라 시원하게 지낼 생각이고 겨울에는 따로 짓는 별채의 온돌에 들어가 따뜻하게 살기 위해 지금 집을 짓고 있습니다”  부처님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보시오. 일도 좋지만 내가 보니 당신의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일이니 잠시 일손을 놓고 내 얘길 들어주겠소?”      
  “아니요. 지금은 내가 너무 바쁘니 나중에 해가 지면 듣도록 하지요.”

  그 노인은 그렇게 부처님의 종용을 뿌리치며 정신없이 일에 매달려 서두르다 그만 본인의 실수로 별당 채를 받쳐줄 서까래를 놓쳐 그것에 깔려 죽고 말았다. 이를 예견했던 부처님은 그의 죽음을 듣고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 노인은 지혜의 설법을 마다하고 욕심을 부리다 세상 일의 덧없음을 알지 못한 채 죽었다. 그 노인은 이미 가지고 있는 집도 여러 채인데 왜 또 집을 짓고자 하였을까? 이는 탐욕이다. 차지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탐욕만 있고 쓸 줄을 모른다면 그 것은 살아도 살 줄은 모르는 사람이니라”
  제자들이 물었다.
  “그러면 살 줄 아는 사람이란 어떤 사람입니까?”

  부처님이 대답하였다.
  “아무 것도 차지하지 아니하여도 그들의 주머니에서 늘 모자람이 없이 무엇인가가 나오는 사람이니라. 물질도, 좋은 생각도, 기쁨과 슬픔도, 지략과 모략도, 그리고 사랑마저도 끊임없이 베푸는 사람이니라”

  그렇다. 살 줄 아는 사람들이란 가진 것을 모든 이에게 나눠줌으로써 나 자신도 모르게 부자가 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이런 사람들은 부자이기에 나누어주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주기 때문에 부자가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다.

  요즈음 정치판에서 저마다 잘난 척으로 정신이 없는 ‘구켸이원’(구리고 케켸묵고 이권 밝히고 동그라미만 밝히는 인간)들이란 물건들 꼬락서니를 보고 있노라면 모두가 제 주머니 속에 꿍치고만 있었지, 주변을 위해 나누어준 자는 한 사람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긴, 나 역시도 되돌아보면 삶의 진 맛을 모르는 ‘국자’이긴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마음으로나마는 내 이웃에게 베풀며 살고 싶은 생각만은 늘쌍 버리지 않고 산다.

  누구든 진정 더불어 살길 원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주변에 나누자. 그러면 그것이 함께 걷는 것이요, 또 우리 삶에 외롭지 않는 여정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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