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문학상 심사평 전문

2013.08.07 01:23

sonyongsang 조회 수:232 추천:41


2013년도 미주문학상 수상작 심사평
『그대 속의 타인』 손용상 지음
                                             김승옥/소설가

;작가는 현재와 과거의 평행선상에서 보편적인 호소력의 목소리로 감동을 준다. 작가의 상상력이란 직접적인 경험과 상상적 경험, 그리고 간접적 정보와 더불어 작가의 구성력으로 힘을 발휘하게 된다. 손용상 작가는 1973년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생」 으로 등단한 오랜 연륜을 쌓아온 작가이다. 한동안 절필 아닌 절필로 젊은 날을 보내고 한층 더 원숙한 필치로 되돌아왔다.

  장편소설 『그대 속의 타인』은 그래서 독자와 문우들의 기대를 모았다. 리얼리즘 작가에게 작품은 현실에서 소재를 구한다면, 손용상 작가는 주인공의 처연한 생의 여정을 추적하며 흩어진 시간의 벽을 넘어 ‘흔적’으로 공감의 세계를 구현한다. 풍부하고 독특한 경험들은 이 작품을 평면적 시선 보다는 입체적 시선으로 여러 사건들을 치환시켜 인간의 내면성을 통찰하도록 하고 있다. 페이지마다 동 시대를 살아온 기성세대의 리얼리티가 펼쳐지는 장면는 독자에게 현장에서 함께 호흡하는 듯한 몰입을 준다.

  고독한 방랑자 성기를 통해 작가는 박탈당한 어제와 좌절된 꿈의 순간들을 고백하며 모든 사람들에게 길을 열어 놓고 있다. 인간관계의 두 가지 질서란 이분법적 사유의 공간속에 놓인 존재자의 존재를 묻고 있는 것이다. 그 미묘한 관계성은 당연한 몇 가지 공식에 지배를 당하지는 않는다.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자유’를 추구한다.

  존재를 묻는 무거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사실적인 인과관계에 의해 전개된다. 베트남 전쟁에 다녀온 개발도상국 남성의 방랑할 수밖에 없는 시대, 이름하여 ‘경제역군’이 주어진다. 베트남의 전장, 인도네시아의 산판, 아랍의 모래사막을 떠돌던 ‘전사’, ‘경제역군’에게 자유는 주어지는가?

  “어떨 때는 스스로가 마치 ‘주검을 두루마리처럼 말아 쥐고’ ...교육을 받으려 도시로 올라왔을 때, 그곳은 전장이 아니었다. 환락과 술과 마약이 공공연히 판치고 있었고 부정과 음모와 질시가 시체 속의 구더기처럼 온 도시를 물들이고 있었다.(중략) 그러다 결국 사람들은 대다수가 주어진 여건에 따라 현실에 동화되고 그렇게 속물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는 개똥철학을 몸에 익힘으로써, 어느 날 그의 가슴에 조금이나마 남아 있던 ‘순수’는 간곳이 없어져 버렸음을 깨닫곤 한때는 온통 술로 세월을 보낸 적도 있었다.(pp. 124~125) “

  정박하지 못한 선박처럼 떠돌다 돌아가야 할 항구는 전장이나 밀림에서 마신 자학이나 도피의 술잔은 자유가 아닌 방종으로 볼 수 있다. 이 삶은 자유인가. 떠도는 삶의 어느 순간들이 미래를 위한 누구(성기)에게는 어쩌지 못할 몸부림이었다면 누구(게이꼬)에게는 삶을 갉아먹는 역기능일 수도 있다. 지난날 세계를 떠돌며 살아온 기성세대 그 익명의 시간은 또 다른 사람에게는 견딜 수 없는 허무의 시간일지도 모른다. 시대가 주는 슬픈 자화상이다.

  자유가 실존이라면 방랑은 생존이다. 실존과 생존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는 관계이며,그 관계는 서로에게 존재가 된다. 두 개의 삶이 병렬되지 못할 때, 존재는 붕괴되고 관계는 파멸로 치닫는다.

  “ 무릇 모든 생명체는 살아 움직이는 동안만 그 의미가 있는 법…… 사람 몸뚱이는 6종으로 분류되어 있는 거였다.(pp.150~151) “

   “누구를 그리워하고 사랑한다는 것은 내 존재 가치를 느끼게 하는 유일한 위안이라고 생각해(p.212) “

  인간의 존재는 ‘관계’에서 시작하여 ‘해체’ ‘붕괴’ ‘소멸’의 법칙을 따른다. ‘부인이 바람난 중동 기능공의 자살’이나 게이꼬의 회귀는 존재 의미의 소멸에 다름 아니다. 형이상학적 사고에서는 ‘소멸’이란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흔적으로 남아 소설로 재해석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손용상 작가는 소멸을 소설로 되살려 냈다.

  역사보다 진실한 지난 세대의 슬픈 리얼리티를 그려낸 손용상 작가의 장편소설 『그대 속의 타인』을 2013년도 미주문학상 수상작에 선정하며 축하를 드린다.

* 2013년도 미주문학상 심사위원

심사윈원장 - 정용진
심사위원 - 김승옥
심사위원 - 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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