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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씨를 만나다/엣세이 집 '하악 하악'을 읽고                                             김수영       

   2008년 봄에 한국에 갔을때 조카 며느리가 이외수의 ‘하악 하악’ 을 선물로 주었다. 미국에 와서 시간 있을때 마다 그 책을 읽었는데 인생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지혜스럽게 살수 있는가를 제시 해 주는  명쾌한 명답서다. 마치 구약 성경에 나오는 솔로몬 왕이 쓴 지혜서인 ‘잠언서’ 와 비슷한데가 있어서 참 흥미롭게 읽고 도 읽곤 한다.       

   '들개, 황금비늘, 장외인간’ 등의 작품을 통해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이외수씨는 최근 엣세이집 ‘하악 하악’ 을 집필했고 베스트 셀러 1위에 올랐던 이 엣세이집은 감칠맛나는 세밀화와 더불어 녹여진 삶의 아포리즘(aphorism)을 곰 삭이게 한다. 재미있는 구절 몇개를 골라 한번 아래와 같이 적어 보았다.       

   “그리움은 과거라는 시간의 나무에서 흩날리는 낙엽이고 기다림은 미래라는 시간의 나무에 흔들리는 꽃잎이다. 멀어질수록 선명한 아픔으로 새겨지는 젊은 날의 문신들”  “그대 신분이 낮음을 한탄치 말라. 이 세상 모든 실개천들이 끊임없이 낮은 곳으로 흐르지 않았다면 어찌 저토록 젊고 깊은 바다가 되어 만 생명을 품안에 거둘 수가 있으랴.”  ‘‘문 열면 천 리 밖이 내다보이는 나이. 사람들이 길을 물을 때마다 나는 분명 동쪽을 가리켰는 데, 사람들은 동쪽에 보이는 가파른 산 하나를 넘기 싫어 낭떠러지가 있는 서쪽으로 가고 있구나"  “산꼭대기에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고 세월을 낚겠다고 허세를 부리는 속물군자여, 자신의 마음      조차  낚아본 적이 없는 처지에 세월은 도대체 무슨 수로 낚겠단 말인가.”  “왜 사람들은 행복을 잡기위해서라고 말하면서 한사코 행복의 반대 편으로만 손을 내미는 것일 까요.”  "  ‘비밀 꼭 지켜’ 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비밀은 누설된 것이다.”            

   말의 뉘앙스가 매우 해학(諧謔)적이고 풍자(諷刺)적이어서 재미 있으먼서도 위트와 아이러니가 돋보이는 짧은 우화들을 통해 일상에서 마주 칠수있는 깨달음의 순간들을 준다. 나는 2006년 오빠와 동생과 함께  경북 안동에 있는 부모님 선영에 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김유정 문학촌’ 을 들러 보고 강원도 화천군 상서면 다목리 감성마을에 자리잡고 살고 있는 소설가 이외수씨 자택을 방문하고 환담을 나눈 추억이 떠 올라 이 엣세이집을 더욱 귀하게 읽고 있다.       

   그 당시 도로 포장이 되어 있지 않아서 거의 한시간이나 걸려서 어렵게 찾아간 곳이라 기억이 생생하다. 고개를 몇개나 넘고 군부대를 몇개군데 지나서야 깊숙히 자리잡은 감성마을에 닿을수가 있었다. 집은 사각형 모양의 현대적인 건축물로 세련된 이 집은 세계적인 건축가 조병수 선생의 작품으로 이 선생은 얼마전 춘천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집필을 하고 있었다.       

   새소리와 푸른숲이 감성을 자극하는 곳, 작품활동에 전염할수있는 공간이라 생각이 들었다. 처음  이선생님을 뵈었을때 인상은 상상을 초월했다. 미국에서 한창 유행하던 히피족을 연상케하는 묶어 맨 긴 생머리, 수염 그리고 내복을 연상케 하는 흰옷등….얼굴은 갖은 풍상을 겪은듯  굵은 주름살로 온통 얼룩져 있고 타잔처럼 산속에만 사는 야인 같이 느껴졌다. 솔직히 말해서 인상은 별로 호감이 가는 인상이 아니었다. 아니 저런 사람이 어떻게 아름다운 글을 쓸수있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첫번째 놀란 사실은 이외수 선생님의 외모였고 두번째 놀란 사실은 부인이 절세의 미인이란 사실 에 또한번 놀랐다. 어떻게 저런 미인을 만날수 있을까? 외모상으로는 두 사람이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커풀 같았다. 부인은 대구 어느 미인대회에서 당선된 미모의 여인이었다. 나는 하도 신기해서 계속 부인만 쳐다 보았다.  월트 디즈니의 ‘미인과 야수(Beauty and the Beast)’ 란 영화를 연상케 했다.       

   이외수 선생님은 항상 손님이 오면 거실에서 둥그런 찻잔에 달보르레한 향 가득한 황차를 담아 대접하신다. 우리를 위해 부인께서 황차를 내셨다. 차잎과 탕색, 차잎 찌꺼기까지 달빛을 머금은 황색을 토해 낸다고 해서 달빛차, 황차라고 부른단다.       

   집안에는 예술작품으로 가득차 있엇다. 그림, 조각품등등…. 동생에게는 같은 문인이라 친필로 붓글씨로 쓰고 도장을 찍어 싸인해 주셨다. 나는 수필가로 등단하기 전이라 친필 사인을 부탁을 못했다. 지난해는 방문객이 머물러 갈수있는 모월당까지 지었고 강연 행사도 잇달아 열리면서 사람들이 한결 찾기 수월해 졌다. 게다가 최근 대중매체 출연이 잦아지면서 방문객이 급증하자 화천군은 도로 정비를 통해 문학 테마마을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나는 이외수 선생님의 시화집을 좋아한다. 시와 그림이 별개가 아니고 하나의 몸이 되어 빚어낸 시화는 시대를 읽고 그속에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는 치유의 능력을 갖고 있다.  읽는이의 기쁨이 될때까지 문장을 어루만지는 언어의 조형자인 소설가, 우리시대의 문장 이외수 소설가를 만난 기쁨이 하루종일 행복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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