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킬의 환상

2010.07.30 14:48

김수영 조회 수:860 추천:293

14093945505_88faef6e96.jpg
닥터 지킬의 환상                                                                                  


    대학 다닐 때 ‘닥터 지킬과 미스터 하이드(Dr. Jekyll and Mr. Hyde)’란 제목의 영화도 보고 소설도 읽은 적이 있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쓴 이 소설 속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 닥터 헨리 지킬은 낮에는 덕망있는 박사로 존경을 받고 밤에는 미스터 에드워드 하 이드란 이름을 갖고 악마로 변해 살인을 일삼는 선과 악이 한 인격체에 동시에 공존하였다. 이 책을 읽고 인간 속에 내재한 선악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내가 말 하고자 하는 주인공이 닥터 지킬을 많이 닮아 그당시 내가 아연실색했던 생생한 기억이 나의 뇌리에서 떠오르곤 한다. 사람이 평상시에는 보기에 얌전하고 착해 보여도 이해관계(돈 문제)가 얽히게 되면 돌변하여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변하여 살인하는 극한상황까지 몰고 가는 예를 신문 지상을 통해 종종 보게 된다.      돈이란 것이 인간이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되는 필요불가결의 요소이지만 돈이 인생의 목적이 될 때 엄청난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사람 사이에 돈이 연루되어 있으면 친구 간에 의리 다 끊게 되고 부모 자식 형제간에도 원수가 되어 존속살인까지 저지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몇 년 전에 신문 지상을 통하여 보도된 한 살인 사건이 있었다. 부모의 재산이 탐나 유산으로 물려받기 위해 부모를 살인까지 한 어느 대학교수의 존속살인 사건이었다. 아버지를 도끼로 살해하는 엄청난 비 인도적 비정의 아들을 보도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이런 비극들이 우리 주위에서 비일비재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서글프다. 이 세상 사람들 가운데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거의 모두가 자기 분야에 미친 사람들이다. 한 가지 일에 미치다 보면 무언가 이루어 내고 성공하게 된다. 그러나 사람이 돈에 미치게 되면 이성을 잃고 잔인한 사람이 된다. 오로지 돈에 대한 욕심 외에는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돈, 돈, 돈’하다가 정신이 돈처럼 돌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돌고 도는 것이 돈이란 말이 나온 것이다. 나도 이런 유의 희생자 가운데 한사람이었는 데 나는 그 당시 내가 당한 일이 너무나 엄청난 충격으로 내게 다가와 마음고생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어느 날 보험회사에 출근하여 사무실에서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문을 활짝 열고 깡패처럼 보이는 남자들과 여자들 몇 명이 불법 침입을 했다. 그 중에 주인공 여자분도 함께 눈꼬리를 치켜들고 사무실로 걸어 들어왔다. 금방이라도 나를 폭행이라도 할 것 같은 자세로 어깨를 들먹이면서 대표로 보이는 여자분이 큰소리로 외쳤다.    

   나는 적군에게 사면초가로 둘러싸인 것처럼 영문도 모른체 당황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 소리치던 여자가 하는 말이 "생명 보험금 십만 불 지급하지 않으면 신문에 대서특필 사기죄로 고발할 것이고 가만 두지 않겠다"며 호통을 쳤다. 적반하장이라도 유분수지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사건 내용인즉슨 그 여자 주인공의 남편이 나에게 보험을 들고 일 년도 안되어서 간암으로 죽고 말았다. 보험회사에서는 보험가입자가 일 년 안에 죽으면 보험 들기 전에 병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보험회사에서 정해 놓은 법이다. 보험 가입 후 병이 발병했으면 보험금이 지급되지만 보험 가입 전에 이미 병을 앓고 있었다면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게 되어 있었다.   

   보험회사에서 조사한 결과 보험 가입 전 병을 앓고 있었다는 병원 기록을 다 찾아내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그 여자 주인공에게 통보한 상태였다. 보험 가입 당시 남편 되는 분이 말라보이고 얼굴색이 거무스레 해서 어디 아픈 데가 없느냐고 물었더니 좀 아팠는데 지금은 다 나았다고 했다. 지금은 건강하게 잔디깎기 정원사로 열심히 일하러 다닌다며 얼굴색은 햇빛에 거슬려서 그렇지 괜찮다고 했다. 그 여자 주인공이나 소개해 준 내 친구나 보험 가입자가 간 경화증을 전에 앓았다는 사실을 나에게 숨겼다는 사실에 나는 적이 놀랐고 실망했었다.    

   보험 가입 후 일 년 안에 남편이 죽었으니 젊은 여자가 앞으로 살아갈 일이 난감하지만, 보험금 십만 불이라도 타면 두 딸과 살아 갈 수 있는 소망이 있다고 스스로 위로를 하고 그녀는 보험금 탈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가 진실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양심의 가책은 느끼지 못하고 보험금 지불정지 통지를 받자 눈이 뒤집혀 비양심적인 사람으로 돌변하고 말았다. 그러나 어떻게든 보험금을 타내어야 겠다고 생각한 나머지 보험회사와는 상대가 안 되니까 나에게 돈 십만 불을 갈취해갈 생각으로 사기 쳤다는 누명을 씌워 신문에 대서특필 보도를 하겠다고 공갈.협박을했다. 

   내가 똑같은 사람이었다면 공갈협박죄로 경찰에 고발할 수도 있었다. 고발하면 명예훼손죄와 공갈협박죄로 그녀가 벌을 받을 것이 명약관화한 일이었지만, 남편도 죽고 돈도 없는 불쌍한 그녀를 곤경에 빠트리고 싶지 않았다. 며칠 만 기다리라고 통 사정을 했지만 아랑 곳 없이 매일 전화를 걸어 생 떼를 쓰며 발악을 하면서 괴롭혔었다. 악을 선으로 갚으라는 하나님 말씀을 생각하고 어떻게 해서던 보험금 십만 불을 타게 해 주어야 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공갈협박죄로 경찰에 신고하고 싶었지만, 그 여자 주인공이 불쌍한 생각이 들었고 오죽하면 이런 연극을 꾸며서라도 나에게 돈을 갈취해 갈려고 깡패까지 동원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너무 측은한 생각이 들어 그녀를 돕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기로 결심했었다.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는다는 구약의 율법으로 살 것이 아니라 강도를 맞은 사람에게 자비를 베푼 선한 사마리아 인 되어야 된다고 마음 먹으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지고 평안해졌었다.     

   나는 생명 보험회사를 어떻게 해서던 설득을 시켜서 가입 당시 상황을 잘 이해하고 납득할  수 있는 장문의 영어 편지를 감동이 가도록 잘 써서 생명보험회사에 보내고 답장을 기다리며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었다. 나는 여자 주인공한테 전화를 걸어서 돈을 꼭 해줄 테니 염려하지 말고 돈 받을 때까지 참고 기다리라고 누누이설명하고 전화했건만 그 녀는 매일 전화해서 돈 당장 해 놓지 않으면 신문에 보도하겠다며 협박을 계속했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억울하고 답답한 심정을 굽어살피사 나의 기도를 들어 응답해 주셔서 그때의 나의 감격은 필설로 형언키 어려웠다. 보험회사에서 편지가 왔는데 그녀에게 보험금 십만 불을 지급했다는 통보였다.보험회사가  생긴이래 유례없는 지급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나의 호소력 있는 감동의 긴 편지가 담당자들을 모두  감동시키고 울렸다며 염려하지 말고 보험 일을 앞으로 열심히 하라는 격려와 칭찬의 말로 편지가 가득차 있었다. 이때에 나는 영어를 대학에서 전공한 것이 얼마나 다행하고 감사한 일이었는지 몰랐다. 배운 영어 실력을 다 동원하여 장문의 편지를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험금 지불중지 결정이 번복되어 다시 보험금 지급이란 결정을 한 보험회사가 한없이 고맙게 생각되었지만 어떻게 그런 기적이 생겼는지 오늘날까지 나에겐 불가사의한 일로 남아 있다. 오직 내가 알 수 있는 일은 하나님이 중간에 개입하셔서 담당자들을 감동 시켰다는 사실만 알 뿐이었다. 나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마음고생을 했는지 두 다리 뻗고 울고 또 울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하나님은 살아계시는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나의 원통함과 억울함을 살피사 이렇게 속 시원히 해결해 주시다니요.”하며 감사의 기도를 올렸다.   

   그 여자 주인공은 보험금을 타서 집도 사고 딸 둘을 대학 보내며 잘 살아간다고 친구가 알려 주었다. 그녀가 보험금을 탄 지 30여 년이 되어가도 나한테 지금껏 고맙다는 말 한마디가 없고 공갈협박한 일에 대해서도 미안하다는 사과 한마디가 없다. 나는 그녀가 보험금을 타서 행복하게 잘 살아간다고 하니 그것으로 만족하며 기쁘기 한량없었다. 자기 마음속으로는 그래도 나에게 감사하면서 살아가리라 생각해 본다. 30여 년 전 십만불이면 큰 돈이었다.    

   나는 모처럼 오늘 헌팅턴 해변을 찾아갔다. 시원한 바닷바람을 마시며 그 넓으나 넓은 바다 품속에 나 자신을 파 묻고 쓰라렸던 지난 일을 다 파도에 실려 보내고 나니 텅 빈 내 가슴을 아름다운 황혼의 노을이 감처럼 빨갛게 물들이고 있었다.

   모 교회 권사였던 그녀는 두 얼굴을 가졌던 닥터 지킬과 하이드였다. 지금쯤은 하나님께 회개하고 선량하게 잘 살아가리라고 믿어본다.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
어제:
37
전체:
225,1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