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참/시

2019.09.15 17:02

김수영 조회 수:55

밤참 


내 밥 주머니는 새는 바가지 

너무 낡아 속이 쉽게 텅 빈다 


자정이 지나면 

올빼미 울음소리에 밤 잠을 설친다 

밤참 먹으라는 신호 

먹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어느새 부엌에서 서성인다 


나무랄 사람이 없어도 

야밤중이라 누가 볼세라 

후닥닥 먹어 치운다 


잠자리에 몸을 눕혀도 

밥통이 눈을 부릅뜨고 일어나란다 


오냐 하며 책상에 앉아 

피아노 건반을 두드린다 

멜로디 대신 시가 건반 위에서 

내 세상 만났다고 춤을 춘다 


덕택에 

구월 초하루에 거뜬히 

시 세 편을 썼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18 냉이꽃 김수영 2011.02.21 859
317 겨울 강 [3] file 김수영 2017.02.14 859
316 슬픔은 강물처럼 김수영 2010.09.11 857
315 짝 잃은 신발 김수영 2010.10.13 856
314 베틀 소리 김수영 2010.07.15 854
313 해금강, 거제도 김수영 2010.07.28 847
312 구름아 김수영 2010.11.04 846
311 9-11 쌍둥이 무역센터가 무너지던 날 김수영 2011.09.15 844
310 思母曲 김수영 2010.05.08 835
309 반딧불이 김수영 2010.08.08 833
308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김수영 2010.02.13 830
307 상실의 고통 김수영 2011.12.29 817
306 내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후편 김수영 2011.07.23 817
305 오월의 편지 김수영 2011.05.20 817
304 여호와의 이름 김수영 2011.07.07 813
303 동대문 야시장 김수영 2010.02.28 812
302 한 여름밤의 망향 김수영 2010.07.13 810
301 유채꽃 김수영 2011.04.15 809
300 소낙비 김수영 2011.09.01 807
299 뽕나무에 다람쥐 김수영 2013.08.19 804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21
어제:
27
전체:
225,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