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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양(美羊) 선발 대회 – A Beauty Contest for Suffolk Sheep in Orange County Fair                                 金秀映     


   나는 오렌지 카운티에 살아온 지가 이십구 년이 되었는데도 매년 열리는 Fair에는 한번도 못 가 보아서 늘 아쉬운 마음이 가시지 않았다. 언젠가 한번은 꼭 가야 할 텐데 하면서 벼르기만하다가 무정한 세월만 이렇게 덧없이 흘러가고 말았다.      

   그런데 며칠 전에 친구한테서 느닷없이 전화가 걸려와서 하는 말 ‘칠월 십일부터 코스타메사에서Orange County Fair가 열리니 같이 가자고 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겠다고 대답을 해 놓고 생각하니 걱정이 앞섰다. 온 종일 걸어 다니면서 구경을 해야 하는 데 도저히 자신이 없었다.      

   드디어 Grand Opening 하는 첫날 친구는 차를 타고 우리집에 왔다. 첫날은 입장료가 무료라고 하면서 같이 가게 되어 무척이나 기쁘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도시락과 과일과 음료수를 잔뜩 사 들고 왔다. ‘원님 덕에 나팔 분다’고 친구 덕에 Fair 를 가게 되어 나도 무척 기쁘다고 친구에게 말을 건네고 차에 몸을 실었다. 운전은 친구가 하고 나는 옆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은근히 흥분되기 시작했다. 처음 가는 초행길이니 그럴수 밖에……     

   한국 속담에 ‘공짜면 양잿물도 마신다.’란 말이 있다. 그만큼 누구나 공짜는 다 좋아 한다는 뜻이다. 이곳 미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낮 정오에서 1 시 사이 딱 한 시간 동안만 공짜 입장이 허용되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인간의 심리는 다 똑같음을 실감할  수가 있었다.     살아 있는 가축들을 많이 전시해 놓았는데 볼만했다. 소, 젖소, 염소, 양, 칠면조, 말, 닭, 돼지, 새 등 다양하게 전시해 놓았다. 꿀벌도 비닐봉지에 넣어서 전시 해 놓았는데 그 많은 벌들 가운데 딱 한 마리의 여왕벌을 볼 수 있었다. 등에다 파란 점박이를 만들어 놓아서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여왕벌은 훨씬 커 보였다.     

   가장 눈길을 끌고 인상 깊었던 일은 양들의 미의 선발대회였다.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미의 선발대회라 관람석에 앉아서 무려 두 시간 동안 진행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심사관의 심사 기준의 발표와 실제 심사하는 모습이 너무나 흥미진진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심사가 끝날 때 까지 지켜보았다. 미의 선발대회에 나온 양들은 일반 털 깎는 양과 다른 종류의 양이었다. 목도 길고 털을 깎은 피부가 어찌나 매끈하고 보기 좋은지 동물이지만 정말 멋있게 생겼구나 하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스무마리의 양들이 선발대회에 참가 했는데 한 마리 마다 조련사가 붙어 있었다. 심사관이 동작하라는 대로 조련사가 양을 움직여 주어야 한다. 제일 먼저 양을 심사하는것이 살(Fat) 이 쪘나 안 쪘나 손으로 일일이 만저 보면서 한 마리씩 심사했다. 목덜미에서 엉덩이뼈 있는데 까지 내려오는 척추 사이 사이를 눌러 보면서 근육만 있는지 살(Fat)이 있는지 심사했다. 조련사가 목덜미를 붙들고 걷기를 시키면서 걸어가는 자태를 심사했다. 네 다리를 쭉 뻗게 해서 다리맵시도 심사를 했다. 사람처럼 양도 쭉 뻗은 다리가 있는가 하면 약간 0자 형으로 굽은 다리도 있었다. 뒷 자태와 옆모습도 심사했다.     

   양들은 열 아홉마리가 흰 색깔이었고 머리와 다리와 겨드랑이만 검은색이어서 색깔이 조화를 이루면서 보기가 아주 아름다웠다. 그런데 그중에 딱 한 마리가 검정 양이었다. 훈련장 안에서 둥글게 원을 그리면서 걷기를 하는데 다른 양들은 얌전히 조련사를 따라서 잘 걸으면서 자태를 뽐 내는데 유독 한 마리의 검정 양만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조련사의 말을 잘 듣지 않고 반항하는 모습이 그래도 밉지가 않고 귀엽게 보였던지 관람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활력이 넘쳐나게 보였는데 한자리에 서서 조련사가 하라는 데로 움직여야 되니 얼마나 답답했으면 무언의 반항이 아니라 ‘엄매’ ‘엄매’ 울면서 껑충껑충 뛰었을까 생각하니 측은한 생각이 들면서 동정을 하게 되었다. 나는 자격 미달로 퇴출을 당할 줄 알았는데 심사관의 아량으로 끝까지 심사를 다 받을 수가 있었다.     

   드디어 심사관이 일등 이등 삼등을 부르는데 바로 말썽꾸러기 검정양이 일등을 하게 되어 관람객들로 부터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나는 검정양의 사진을 몇장 찍었다. 나는 심사가 끝나고 상이 결정 난다음 조련사를 찾아가서 물어 보았다. 얼마나 훈련시켰는지 몹시 궁굼했었다. 육개월을 훈련시키고 살이 안찌도록 음식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했다.     

   나는 검정양이 일등상을 탈수 있도록 훈련시키고 돌보아온 조련사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해 보았다. 평상시에도 훈련할때 얼마나 반항했을까 생각하니 그 조련사의 인내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갸륵해 보였다. 분명 영예의 일등상의 영광은 그 조련사에게 돌아가야 마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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