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의 변신

2014.09.16 10:27

김수영 조회 수:356 추천:37

메뚜기의 변신


     가을에 시골에 가면 들녘이 온통 황금 벼 이삭으로 춤을 추면 메뚜기 떼들이 날아다니는 모습이 참 아름답게 보였다. 한국전쟁 직후 보릿고개 춘궁기를 겪은 세대들은 초근목피로 연명하던 때였다. 이 어려운 때 메뚜기는 단백질이 풍부한 귀한 보양식으로 시골에서는 메뚜기 사냥으로 열을 올리곤 했다. 나는 친구들과 들로 산으로 메뚜기를 잡으러 다녔다. 대나무 꼬챙이에다 이 삼십 마리씩 꿰어 달고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면 할머니는 타다남은 장작 숯불에 메뚜기를 구워 주셨다. 나는 징그러워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는데 따라온 친구들이 하도 맛있게 먹길래 먹어 보았더니 고소하고 맛이 좋았다.

     이처럼 메뚜기는 좋은 추억으로 나에게 기억이 남아 있는데 이번 전남 해남에 기습한 메뚜기와 비슷한 풀무치를 보고 너무 놀랐다. 그 엄청난 숫자에 벌어진 입이 다물어 지지가 않았다. 농경지 20 Ha 이상을 갉아 먹어치웠다고 하니 그 기세가 대단한 것을 알 수 있다.

      메뚜기를 보면서 나는 미국의 소설가 펄 벅 여사가 쓴 ‘대지’가 생각났다. 1931년에 간행한 이 소설은 1부, 2부, 3부로 되어 있는데 제 1부 발간과 동시 베스터 셀러가 되었고 출간 다음 해 1932년에 퓰리처상을 받고 38년 3부작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펄벅 여사는 5세 때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중국에 건너가 살게 되었다. 청나라 말기시대를 겪으면서 중국의 문화와 역사와 농촌의 지주와 종의 관계 등 그 당시 사회적 배경을 잘 알 수 있었던 펄 벅 여사는 위대한 소설 ‘대지’를 쓸 수가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왕룽과 오란은 가난을 딛고 대지주가 되어 거부되지만, 갑자기 들이닥친 홍수와 하늘을 까맣게 뒤덮어 낮을 밤으로 바꾸는 메뚜기 떼의 기습으로 불가항력으로 많은 재산을 잃고 삶을 지탱할 수가 없어 죽고 만다.

     이 소설을 읽으면 자연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알 수있다. 아무리 인간이 자연을 정복했다고 큰소리쳐도 인간이 얼마나 왜소한 존재인가를 뼈저리게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그러한 인간이 살아남기 위해 자연과 싸워나가는 모습은 참으로 감동을 일으킨다. 펄 벅 여사가 1892년에 태어나 1897년에 중국에 갔으니 일세기 훨씬 전이라 방제작업 할 수 있는 살충제 약도 없었으리라 짐작해 본다. 우리도 방제작업을 할 수있는 약이 없었다면 그 피해가 기하급수 적으로 올라가 상상을 초월했을 것이다.

     지금 이 시대에 사는 것 감사하면서 구약성경 출애급기 10장: 4-19절에 나오는 하나님이 이짚트에 내린 10가지 재앙 중 메뚜기 재앙을 생각해 본다. 모세가 하나님의 명령을 받고 이짚트 왕 바로앞에 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노예에서 해방시켜 본국 이스라엘로 돌아가게 해 달라고 간청하지만 듣지않는다. 하나님은 모세의 지팡이로 열가지 재앙을 이짚트에 내리는 데 여덟번 째 재앙이 메뚜기 재앙이다. 아홉가지 재앙에도 굴복하지 않았던 이짚트 왕 바로 가 장자를 죽이는 재앙에 첫아들을 잃고 종살이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급 시키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연 앞에 힘없는 존재이지만 그 자연을 만드시고 지배하시는 하나님은 위대하시다는 것을 깨달을 수가 있다. 그 많은 풀무치가 왜 갑자기 출현했는지 한 번 쯤 생각해 봄이 어떨까.

     고기를 잡으로 바다로 가자가 아니라 메뚜기를 잡으로 들로 산으로 가자며 대나무 막대기를 총대처럼 어깨에 매고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노래부르던 어린시절이 몹시 그립다. 이제는 방제작업으로 메뚜기를 많이 없다니 아쉽기 그지없다. 이번 풀무치처럼 재앙으로 등장하는 메뚜기가 아니라 시골 벼이삭 사이에 혹은 풀섶에서 뛰노는 메뚜기가 보고싶고 그립다. 메뚜기 다리에다 실을 매어 펄쩍펄쩍 뛰는 메뚜기의 모습을 보면서 손뼉치며 좋아했던 어린시절로 되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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