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병상련

2013.08.03 02:43

김수영 조회 수:446 추천: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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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병상련   

   평생을 살면서 몸에 칼을 데지 않고 건강히 살아 수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오복 중의 하나가 바로 건강이기 때문이다. 작년에 대학 동문회에서 조국의 오대산 단풍관광을 간다기에 함께 떠나게 되었다. 관광버스가 산자락까지 와서 관광객을 모두 내려놓아 울며겨자먹기로 꼭대기까지 도보로 관광을 해야만 했다. 내장산 지리산 속리산 오대산 계룡산등 다섯개의 높은 꼭대기 까지 걸어서 단풍을 구경하느라 엄청 무리해서 많이 걸어야만 했다.        

    관광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온 관절이 아주 아프기 시작했다. 도저히 견딜 없어 수술을 받기로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
    무릎관절 수술을 받은 병원에 삼일을 입원하고 나흘째 되는 재활원에 가게 되었다. 생전 처음 가보는 재활원. 무릎을 자르고 쇠를 박아넣고 플라스틱 연골을 집어넣었다고 한다. 얼마나 통증이 심한지 상상을 초월했다. 원래 엄살이 심한 나였지만 병실에 있는 환자를 생각해서 고통을 참느라 무척 애를 썼다. 굽혀지지않는 다리를 기계가 강제로 폈다 구부렸다 하는 운동을 시키고 물리치료사가 시키는대로 운동을 해야 했다.
이곳에 이십일 있는 동안 열심히 운동을 하지않으면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재수술을 해야한다는 의사 말에 지레 겁을 집어먹고 고통을 참아가며 이를 악물로 운동을 했다. 여흘이 지나니까 제정신이 돌아오고 통증이 견딜만했다. 입맛도 조금씩 돌아와 양식을 먹기시작했다. 계속 양식만 먹으니 한식이 생각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가족 친지들에게 김치와 밑반찬을 사오게 해서 한식을 먹기 시작하니 정신이 버쩍났다. 김치 맛이 얼마나 좋은지 예전에 미쳐 생각지도 못했던 김치 메니아가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고 놀랐다
김치를 먹으니 냄새가 병실 안에 가득 차도 간호사나 옆에 있는 환자들이 김치가 먹고싶다고 해서 적이 놀랐다. 삼십 전만 해도 직장 안에서 김치를 먹을 없었다. 마늘 냄새 때문에 모두 상을 찡그리고 코를 틀어막기 때문이다. 한류를 타고 한식 세계화로 김치가 널리 알려졌기 때문인 것이다. 나는 기분이 좋았다. 한국 TV 보고 싶다고 했더니 있도록 준비해 주었다
나는 한국 신문도 보고싶어 담당자에게 신문배달을 주문했다. 며칠이 걸린다면서 이곳에 한국 남자분이 한분 계신데 중앙일보를 구독하고 있으니 빌려다 주겠다고 했다. 프로그램 담당자가 중앙일보를 보라고 가져다주었다. 오랜만에 한국신문을 보니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하루는 한인 남자 환자분이 휠체어를 타고 부인과 함께 신문을 들고 병실을 찾아왔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신문을 빌려주어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부인이 하는 말이 남편이 신문을 들고 갖다 환자분이 있다면서 나의 병실에 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부인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휠체어를 끌면서 힘들게 신문을 들고 나에게 찾아오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뜻으로 불쾌감을 표시했다. 나는 여자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했는데 같은 한국 사람끼리 서로 도와가며 살고자 하는 남편의 뜻을 저버린 듯하여 서운한 생각이 들었다. 매일 찾아오던 남편이 신문을 가지고 오지않았다. 몸도 불편한데 하러 신문을 갖다 주느냐며 부인이 잔소리한 같았다.
남자분이 갖다주는 것이 미안해서 내가 워커를 끌고 찾아가 보았다. 그렇게도 친절하던 남편이 정색하면서 신문이 없다고 시치미를 떼었다. 친절하던 모습은 곳이 없고 갑자기 달라질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나는 실의에 차서 병실로 돌아왔다. 그다음 남편은 웃음을  
휠체어를 끌고 신문을 건네주는 것이 아닌가. 달라진 점은 들고 오던 신문을 속에 넣어 감추고 와서 살며시 끄집어내어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감동 자체였다. 부인 잔소리 때문에 신문 전달을 포기했다가 부인 모르게 감추어 가지고 와서 전해주는 성의와 배려에 나는 너무나 감사했다. 마음도 모르고 하루아침에 마음이 변한 남편의 행동에 놀라기 까지 했는데아본 마음은 그것이 아니었구나. 괜스레 내가 오해를 해서 미안한 생각이 들기까지 했다.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환자에 관해 물어 보았다. 리커 스토어를 하다가 강도에게 머리에 총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다가 겨우 정신이 깨어나 몇년 치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재활원은 모두가 외국 사람들이고 한국사람은 나와 남자 환자분 둘밖에 없었다. 나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남자분이 너무나 고마운 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정신이 온전치도 못하면서 부인에게 들킬까 속에 신문을 숨겨 가지고 와서 전해주는 성의가 얼마나 놀라운가. 나는 진한 동포애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남편은 베풀기를 좋아하고 부인은 베풀기를 싫어하는 부부가 한마음이 되면 병이 빨리 낫지 않겠나 생각해 본다. 남편을 보살피는 정성도 중요하지만, 남편의 마음을 헤아려 남편이 원하는 데로 하게 하는 것도 병을 치료하는데 첩경이 아니겠는가. 부디 아내가 마음 문이 열려 남편의 몸과 마음을 함께 치유하는 사랑의 치료자가 되면 오직이나 좋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머리에 총상을 입고 치료 중이지만, 고통당하는 다른 한국 환자를 배려하고 같이 아파해 주는 남자분은 참으로 이웃을 몸과 같이 사랑하는 참된 선한 사마리아인이었다.
수술을 받고 고통 중에 있었지만, 남자 환자 분의 따뜻한 심성이 나를 참으로 유쾌하게 만들어 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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