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삶

2015.03.24 07:02

김수영 조회 수:366 추천:5

아름다운 삶

김수영

요즈음 뉴스나 신문지상을 통해 접하는 불륜이나 물질 만능 시대의 맘모니즘에 도취한 사람들이 살인을 밥 먹듯이 저지르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최근에 한 여인이 생명보

험금을 노려 전 남편과 재혼 남편과 시어머니와 친딸까지 농약을 먹여 딸을 제외한 세 사람을 죽인 인면수심의 끔찍한 살인 사건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늘 뉴스를 보니까 미국에 어떤 경찰 서장이 매춘굴에 들어가서 매춘을 흥정하다가 단속 경관에게 체포되는 뉴스를 접하고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살인에 연류된 사건은 아니더라도 본인이 매춘을 단속할 처지에 있는 지도자가 함정수사에 걸려드는 모습을 보고 정말 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의 생명을 파리 목숨처럼 생각하고 함부로 살인을 저지르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니고 돈에, 혹은 여자에 미쳐 올바른 사리판단을 못 하는 사람들이다. 무엇이 그들을 그 궁지에까지 몰고 갔는지 그 이유를 본인들만 알겠지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친지 가족이, 본인이 책임져야 하지 않을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깨끗한 개울에서 흙탕물을 만든다는 말이 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극소수다. 얼마나 선량하고 훌륭한 사람들이 이 사회는 아직도 많이 살고 있어서 어두운 그림자에 빛을 드리우고 있는 것이다.

1998년 택지 개발이 한창이던 경북 안동시 정상동 기슭에서 주인 모를 무덤 한 기의 이장 작업이 있었다. 야간까지 이어진 유물 수습결과 무덤은 수백 년 전의 것으로 판명되었다. 유물을 절반쯤 수습했을 무렵 망자의 가슴에 덮인 한지를 조심스레 벗겨서 돌려 보니 한글로 쓴 편지가 있었다.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으며 아내가 쓴 이 편지는 수백 년 동안 망자와 함께 어두운 무덤 속에 잠들어 있다가 이장하는 과정에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고스란히 전하며 심금을 울렸던 이 편지는 남편의 장례 전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씌어진 죽은 남편에게 그 아내가 꿈 속에서라도 다시 보기를 바란다는 절절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 외에도 많은 유물이 발견 되었는데 이 유물에서 남편의 이름이 발견되었다. 유물을 일일이 다 열거하여 설명할 수 없지 만, 지아비를 지극히 사랑한 열녀인 지어미의 사랑 만가(挽歌)였다. 편지 내용이 길어 이곳에 소개 못 함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었던 이응태 부부의 사랑, 긴 어둠의 세월 속에서 이 사랑을 지켜온 것은 아내가 써서 남편의 가슴에 고이 품어 묻어둔 마지막 편지였다. 420여 년 전에 쓰여진 편지가 고스란히 발견된 것이다.

요즈음은 열녀를 찾아보기 참 어렵다. 여자들이 남편과 사별해도 재혼하기 때문일 것이다. 열녀….운운한다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이라고 일축해 버릴 것이다. 하긴 요즈음 한국에서는 간통죄가 없어졌다고 하니 어디서 양심의 소리를 들어 볼 수 있을까. 불문율인 윤리 도덕은 살아있기 때문이다. 소설가 나다니엘 호손이 쓴 ‘주홍글씨’가 생각난다. 17세기 무렵이었으니 청교도 사상이 팽배해 있던 당시 사회에서는 간통죄가 큰 잇슈였다. 하나님께 대한 죄(sin) 뿐만 아니라 인간사회 법률적인 죄(crime)도 해당이 되었으리라. 우리나라에서 간통죄가 없어졌다는 것은 법률적인 죄일 것이다. 성경에는 간통이 죄라고 지적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 권사님 한 분은 의사였던 남편이 췌장암으로 죽자 장례식 때 들어 온 부의금으로 미주 최대 마라 돈 동호회(Easy Runners)에서 활동하면서 장학회를 만들어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남편이 마라돈을 좋아해 이 동호회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풀 코스를 완주하면 그 가족에게 장학금이 수여된다. 돌아가신 남편이 권사님 아들에게 계획한 일을 실천할 때 힘들다고 중간에서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고 늘 교훈 했단다. 그래서 권사님이나 아들이 마라톤을 달릴 때 아무리 힘들어도 중도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한다고 한다.
    
나는 이런 강인한 성격으로 마라돈을 즐겼던 남편을 생각하니 영국의 뛰어난 정치가이자 웅변가인 윈스턴 처칠이 생각났다. 그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미국의 아이젠하워 장군과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위대한 영웅이었으며 2차 세계대전 회고록을 저술하여 노벨문학상을 타기도 했다. 그가 명문 옥스퍼드 대학에서 졸업식 축사를 했을 때 모두 숨을 죽이고 그의 입에서 나올 멋진 축사를 기대했다. 드디어 입을 열어 ‘포기하지 마라.’ 힘 있는 목소리로 첫마디를 던졌다. 천천히 청중들을 둘러보았다.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한 청중들은 그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처칠은 다시 한번 큰 소리로 외치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모자를 쓰고 연단을 걸어 내려왔다. 그것이 졸업식 축사의 전부였다. 권사님의 남편과 처칠 수상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같은 말을 해서 참 인상적이다.
    
권사님은 죽은 남편을 오매불망 잊지를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 자식은 죽으면 가슴에 묻고 남편은 죽으면 땅에 묻는다고 하지만, 죽은 남편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는 권사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고개가 숙여진다. 참으로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권사님의 얼굴은 해님처럼 밝고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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