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옥 (陋屋)
2008.09.20 08:10
가옥 안에 감옥이 있었다 하나는 암흑으로 이어진 방 * 미주문학 2009년 봄호 '누옥' 작품평 도종환 교수
누옥 (陋屋) / 백선영
감옥 끝에 지옥이 있었다
지옥 속에 문이 있었다
다른 하나는
하늘이 보이는 방
두
옥문 열쇠를 가두고 있는
내 안의 누옥
서경적(敍景的) 구조를 갖는 시만이 아니라 심상적
구조를 갖는 시에서도 짧게 쓰면서 할 말을 다하는
시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
백선영의 누옥[陋屋]이 그렇다 .
만약 이시의 2연 뒤에다 내가 왜 가옥을 감옥이라고
하는지, 암흑으로 이어진 방과 하늘이 보이는 방 중에
내가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등등 이런 설명을 길게
했다면 이 시는 재미없는 시가 되었을 것이다 .
그러나 가옥- 감옥- 지옥- 누옥의 이미지만으로도
무엇을 말 하려는지 우리는 다 알아 듣는다 .
시인이 다 말하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만 하지만
읽는 이들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시가 좋은 시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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