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에 노니는 哀歡

2007.02.25 21:01

백효진 조회 수:425 추천:47

시간에 노니는 哀歡/ 백효진


동네 어느 무지 낡은 집을 지나면
인적 없어도 삶의 체취가 풍겼다
밤엔 하나의 탁한 창에서 세어 나오는
노란 전기등
외엔 인적을 볼 수 없는 이 판잣집에
지나간 전설의 정원사가 파묻혀 있는가  

작지만 시간이 노니는 듯한 정원에
파랗고 분홍 나팔꽃이 사뿐하고
단단한 매화나무 가지에 앉은
검은 고양이가 유들유들한 몸으로
옛날 강가의 나룻배 모양으로 심어진
붓꽃-밭의 풍경으로 파리처럼 날개를 비벼대고  
크레용으로 그린 푸른 구름처럼 손질된
두 그루의 키 작은 소나무가
먹음직하게 큰 이파리로 자란 깻잎들의 味覺에
근심 털어내는 듯 노을의 혓바닥에 잠긴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집 앞을 지나다가
정원에 나온 백발 노파를 처음 보았네
초록과 빨강으로 판자벽을 앵무새처럼
얼룩지게 하던 방울 토마토를 따-모으는
등 굽은 노파의 무지 가느다란 손가락에  
내 맘 툭 떨어지는 응시로 낙엽처럼 어찌할 바를 몰랐네    
동네에서 툭-떨어진 바깥-世를 본 것처럼 정체 모를 哀歡.

2005년 6월 21일 오전 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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