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의 텃밭--둘째

2006.02.26 20:01

구름나그네 조회 수:275 추천:33

  그러므로 시를 쓰려는 이는 먼저 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이뤄져야 합니다. 논리적인 정의나 이론적인 학습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다가서는 자세, 곧 좋은 시를 가슴에 담고 깊이 새겨 감상하며 시처럼 맑고 아름답게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시를 쓰며 인성를 맑게 가꾸어 가게 되고, 그리하여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며 더욱 향기로운 시를 빚어낼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정말 좋은 시를 길러내기 위해서라면 시를 많이 읽고 많이 습작해서는 안됩니다. 한두 편씩의 깔끔하고 잔잔한 시를 가슴에 담고 조용히 마음 비우기를 하며 나의 잠재의식 속에다 깊이 새겨 넣어야 합니다. 그것이 씨앗이 되고 유전인자가 되어 마음속에 잠재돼 있다가 사상이 되고 체질이 되고 삶이 되고 시가 되어 태어나게 됩니다. 이미 새싹으로 돋아났더라도 계속해서 잡초도 뽑아주고 돋아난 싹도 솎아주며 건실하게 자랄 수 있도록 물을 주고 햇볕을 쬐어주고 생각 빈 마음을 모아주며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밭에서 자라난 묘를 밭에서 가꾸어 내야 하듯, 시심의 텃밭에서 발아된 시상도 결국 그 텃밭에서 길러지고 충분히 익혀져 나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좋은 시를 쓰기 위하여 먼저 시의 텃밭을 일구어 내는 작업입니다. 또한 나에게는 평소 마음 비우는 수행생활이 나의 시작을 도우는 자연스런 수련과정이 되어 주기도 한 셈입니다. 이로써 모두들 각자 마음의 텃밭을 일궈내어 시를 심고 철학을 심고 사상을 심어 가꿔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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