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시조 /행시 모음

2013.04.10 09:54

동아줄 조회 수:462 추천:30

51)


50) 봄비

설익은 구름 만나 언 땅이 새 눈 뜬다

거리낌 많은 세상 해맑게 씻어 내고

지청구 받아 삭이며 쏟아내는 구정물



설렁인 들판으로 달려가 입 맞출 때

거만한 꽃샘바람 꽃자리 짓눌러도

지켜온 봄꽃 피우려 깨어 이는 죽~비 소리



49) 봄빛

눈 삼킨 물오른 햇살 겨울 숲 달려나와
연둣빛 바람 불러 잎망울 간지럽혀
까르르 자지러지며 드러눕는 푸른 들

바람꽃 버석 일면 구름이 다독대고
얼음장 허물 벗고 희망을 길어올려
성그레 맑게 웃으며 다녀가는 저 는개

기다리다 쌓인 앙금 가지에 촘촘 매어
닫힌 맘 빗장 풀고 어울려 지내도록
사랑 꽃 흐드러지게 하늘하늘 피운다



48) 바람 품은 둥지가 알도 품는다

바람 타 나는 새도 처음엔 걸음발로
날갯짓 파닥대며 몸의 중심 잡았다
어디에 파닥댐 없는 신천지가 있을까

내일이 무너질 듯 장맛비 쏟아져도
철새는 힘들다고 돌아간 법이 없다
때맞춰 비바람 안고 힘 다하며 떠 날 뿐

한데에 둥지 하나 처연히 걸렸어도
둥지가 바람 품고 바람이 알 품으며
사랑은 바람 속에서 남실대며 여문다



47) 청풍명월

중턱에서 멈췄을 땐 힘빠지고 아득하여
심드렁한 마음 일어 돌아갈까 여기다가
고갯마루 올라보니 무릉도원 따로 없어
을밋대다 놓칠세라 얼른 가서 그댈 잡네

중천 허공 떠다니며 시린 가슴 달랜 달빛
심심산천 달려나와 불 지피는 아침 햇살    
고운 맵시 드러내고 밝은 기운 뿜어내니
을스산한 바람 잡고 웃음 짓는 그대 얼굴



46) 봄꽃 만발


봄눈이 얼어붙어 새벽엔 눈꽃 펴도

꽃눈이 햇살 불러 물 붇는 마디마디

만만히 부픈 가슴 살포시 봄빛 담아

발걸음 맞춰 오가는 그대에게 건네리


봄비가 다녀가면 눈산도 옷을 벗고

꽃망울 터트리며 누드 쇼 막 올린다

만나는 눈길마다 사로잡는 고혹 자태

발싸심 가누지 못해 그대 곁에 머문다



45) 엘에이의 비/ 이상기온
동아줄 김태수

엘니뇨는 농,어업을 싸그리 뭉개버리는 싸가지 없는 놈이여
에이 그럴 리가 본디 따뜻한 놈인디
이렇게 겨울인데도 알래스카에 눈 대신 비가 오잖여
의뭉시럽게 얼마나 추운지 슬쩍 한번 와 본겨
비웃는다고 비가 눈 안됑게 눈우는 소린 그만 혀 하기사 눈도 비도 다 물이여, 눈물



44) 당면

당당히 허리 펴고 빳빳하게 산적 있다
뭉그러진 알몸으로 껍질 벗고 나온 세상
한순간 치열한 열정에 부서져도 좋으리

맛 따라 어울리려 담긴 대로 산적 있다
기다리다 응어리져 굳어버린 나의 이퉁
뜨거움 넘치는 사랑에 흐늘대도 좋으리



43) 안경

흐릿한 눈 거두고 맑은 눈빛 건네주면
가보지 못한 곳도 어둠 속에 빛이 되어
작은 원 큰 세상 품고 환한 웃음 짓는다



42) 출국

소나무 끌어안고 매미는 울어대고
바람은 쉴 곳 없어 둥지 찾아 떠나간다
목장승 서성대는 어머니 바라보고 서있다



41) 겨울 까마귀

화려함 빠져나간 흑백 현실 앞에서
오작교 *반포지효 삼족오 떠올리는
흰추위 흉조된 국조 오욕 울음 매섭다

*반포지효 (反哺之孝) :  까마귀 새끼가 자라서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주는 효(孝)라는 뜻으로, 자식이 자란 후에  어버이의 은혜를 갚는 효성을 이르는말.
삼족오(三足烏) :  세발 달린 까마귀로 태양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천.지.인(天地人)의 삼신 사상을 나타내고 환인.환웅.단군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40) 동행
불우한 어린 시절 초등학교 그만둬서
봐달란 아들 숙제 암만 봐도 알길 없다
이런 것 넌 안 배웠니 나도 그래 그래그래



39) 중심고을/고운 누리

중절대고 흐르면서 중동치기 끌어 안고
심사미로 모여들어 심알 맺는 터전 일궈
고운 누리 펼쳐놓아 고샅길도 어울려서
을크러진 마음 거둬 을모진 데 묻게 한다


중난하게 가꿔온 터 중산층이 살판나고
심마니도 신이 나서 심봤다고 소리치고
고붓한 길 따라가며 고래실 땅 풍년들어
을자진 굿 신명 나서 을싸하게 울려댄다.


*중절대다 : 수다스럽게 중얼대다.
*중동치기 : 하던 일이나 사물의 가운데 부분을 끊기
*심사미 : 세갈래로 갈라진 곳
*심알 맺다 : 마음을 통하고 정을 맺다.
*고샅길 : 마을의 좁은 골목길
*을크러지다 : 마구 눌리어 으스러지고 찌그러지다.
*을모지다 : 책상의 귀처럼 세모지다.
*중난하다 : 매우 소중하다.
*고붓하다 : 약간 곱은듯하다.
*고래실 땅 : 바닥이 깊고 물길이 좋아 기름진 땅
*을자진굿 : 농악대워들이 을자진을 치는 놀이
*을싸하다 : 그럴싸하다의 방언



38) 나이테


청소년
나침판 가리키는 북극성 쳐다보고
이미지 떠올리며 바른길 간다지만
테거리 몰려다니는 흐름 속의 은하수

중년
나 홀로 앞만 보며 좇아간 따순 햇살
이제금 기어오른 담쟁이넝쿨일까
테이블 마주 앉아야 피어나는 웃음꽃

노년
나뭇잎 떨어져야 새순이 돋아나듯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달




37) 된서리

동아줄 김태수

동장군 보낸 첨병 산마루 진을 치고
여울진 산동네 햇살 기름값 불붙이니  
한바탕 애태워 녹일 살얼음판 생활고

찬바람 함께 누워 뒤척여 지새다가
묽은 해 눈비비며 게을리 찾아오면
이불 속 허물 벗어나 독거노인 반긴다.



36) 시심


햄버거 피자 콜라 인터넷 주문 배달
우체통 지나치며 휴대폰 문자 확인
사랑도 내비게이션 따라가면 이를까




35) 바다에 폭풍이


바람이 미친 듯이
바나나 물결 탈 때

다시마 깜짝 놀라
다 함께 몸부림쳐

에그 참, 힘들여 가꾼 어장
에그머니* 어떡해



*에그머니 :  1) 에구머니의 방언    
              2) 농부(農婦)가 비상시를 대비해서 벌어 놓은 돈, egg money.




34) 너와 내가

너무 하지 않나요
와도 그만 가도 그만인 사람을
내내 가슴 앓도록
가없이 기다리게 하다니요


너스레웃음 달빛 속으로 사라지고
와인 한 모금 싸하게 가슴에 스며올 때
내 안에서 발효되지 않은 당신은
가만가만 나를 적시네요


33) 지리산 문학관

동아줄

지켜 온 산세 기운 지실을 안아 품고
이랑 진 골짝마다 이름값 어울리게
산꽃향  피워올리며 산등 구름 홀린다

문장을 빚어내는 문사의 마음 모아
학처럼 고고하게 학풍을 이어가면
관음이 설 땅 잃고서 관목 속에 숨는다

지며리 쌓은 내공 산천에 스며있어
이야기 꽃을 피워 글밭이 가득하니
산자락 둘러앉히고 음풍농월 펼친다

문질러 갈고 닦은 도공의 손길처럼
학생들 마음 담을 제 그릇 빚어내니
관심이 바람 일으켜 글발 찾아 날린다


지나간 장마 끝에 햇살이 눈 부셔도
이내 낀 골짜기엔 옛 사연 서려 있다
산새는 날지 못해서 가지에서 우는가

문배가 익어가고 문향이 흩날릴 때
학배기 깨어나서 날갯짓 연습하다
관념을 뛰어넘어서 하늘 위로 솟을 터



32) 운수대통

운수를 알고 싶어
수상가에게 물었더니
대가가 될 상이라는데
통닭구이 한 마리 값이라니

운명의 날 기다리다 운동으로 몸을 푼다
수업료는 올랐어도 수강만은 해야 하고
대학교를 졸업해도 대부분이 실업잔데
통지서를 받아 보니 통쾌하다 고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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