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문장, 이것만이라도 알고 쓰자

2015.08.08 11:54

동아줄 김태수 조회 수:340

수필 문장, 이것만이라도 알고 쓰자

        /강돈묵

 

 

 

 

 

 흔히 작가라고 하면 문장에 있어서는 일정의 수준에 도달한 사람으로 인식한다. 하지만 모든 작가들을 이렇게 인식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때가 있다. 특히 수필 장르에 종사하는 사람들 중에 이런 현상이 자주 나타나고 있음에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낀다. 왜냐하면 내 자신 수필가들의 문장 다듬는 일에 조언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본다는 것은 내용에 치중하여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았다 하여도 그것을 표현한 문장이 되어 있지 않으면 소기의 목적은 달성할 수가 없다. 이런 차원에서 작가에게 문장은 필수적인 것이라 말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정확한 문장으로 독자들에게 접근해 오지만 개중에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문장이 되어 있어야 한다.

 

 작가의 엉성한 문장이 개선되지 않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오류 문장에 관한 지적에 자신은 열외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자신의 문장이 허술하다는 것을 미처 알지 못하거나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독자가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문장인데도 자신만은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러니 개선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또 하나는 어찌하여 알았다 하여도 그 개선 방법을 알지도 못할뿐더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 때는 지적을 무시하고 모르는 체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포기는 작가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니, 문단에 누를 끼치게 된다. 진정한 작가라면 올바른 문장을 쓰는 것이 당연한 의무이다.

 

 수필가가 한 편의 수필을 얻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을 하게 된다. 우선 자신이 생각한 바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최선의 방법을 모색하게 된다. 어찌 하면 독자들에게 정확하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전달의 효과를 위해 구상한 바를 순서도 정하고 얼개도 짜야 한다.

 

 설혹 좋은 문장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여러 차례의 퇴고 과정을 거치야 한다. 원고 마감일에 쫓겨 미흡한 글을 내놓게 되면 여지없이 후회하게 된다. 어색한 문장은 독자들의 시각에 가시처럼 드러난다. 늘 완전한 문장을 독자 앞에 내놓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작가의 노력이 필요하다.

 

 문장은 그 작품에서 요구하는 것에 충실히 응해야 한다. 하나 같이 짧은 문장이 좋다, 긴 문장이 좋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긴 문장도 써야 하고, 짧은 문장도 써야 한다. 글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게 되면 그 글에서 요구하는 문장의 길이는 저절로 판명된다. 위급하고 다급한 상황에서는 짧은 문장을 선택해야 하고, 지루하고 힘든 시간의 기록일 때에는 긴 문장이 효과적이다.

 

 여하튼 문장은 글의 내용을 독자들에게 정확히 전달하는 데에 최선의 것이어야 한다. 충분한 문장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순간의 착각으로 독자들에게 정확한 전달을 하지 못하는 문장도 있을 수 있다. 그 예를 잡지에 발표된 수필에서 찾아 열거하며 미흡했던 점을 찾아보고 수정의 단계도 거쳐 보기로 한다.

 

 

 

1. 한국어의 기본 특질

우선 문장을 익히기 전에 한국어의 특질부터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한국어는 다른 언어와 다르게 수동형이 발달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대개의 경우 문장의 주체는 ‘인간’이고 목적어는 객어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말하는 사람이 마주하고 있으면 굳이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된다. 이러한 한국어의 특질은 외국인으로 하여금 한국어 습득에 엄청난 장애로 작용한다. 외국인이 한국어 배우기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결코 엄살이 아니다. 주어가 숨어 버리기에 말문이 터지지 않는다.

작가의 고백문학인 수필이 한국어로 표현될 때에는 특이한 점이 있다. 서양의 수필문장과 한국의 문장은 현저한 차이가 있다. 서양의 것은 수동형이 있어서 여간하여서는 주어를 생략하지 않지만, 한국의 수필문장에서는 최대한 주어를 생략해야 문장이 매끄럽다. 결국 한국의 수필문장의 주어는 ‘나’라는 것을 작가와 독자가 약속한 셈이 된다. 그래서 굳이 주어를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2. 어휘의 선택

어휘의 선택은 정확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이라도 그 말의 뜻에 자신이 없으면 확실하게 사전을 찾아보는 것이 좋다. 작가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어휘를 그대로 사용한다면 독자들은 글 속에 들어 있는 심오한 뜻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수필의 어휘는 제한을 받는다. 다른 어느 장르에서도 쓰는 어휘가 제한받지 않는데, 수필에서만은 어휘가 제한된다. 그만큼 수필에서는 한편의 작품을 쓰면서 어휘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하는 문학이다. 작가 자신이 드러나는 고백의 문학이기 때문에 그렇다.

또 수필에서는 지나친 고풍의 부드럽지 못한 어휘의 사용도 꺼려하고, 유행어나 은어의 사용도 거부한다. 된소리나 거센소리의 말에도 너그럽지 못하고, 속된 말 상스러운 말의 사용도 용납하지 않는다.

반드시 문장 안에서 요구하는 어휘를 찾아 써야 한다. 수식어가 여럿 동원되는 것은 적확한 말을 찾지 못한 까닭도 있다. 그리고 한 문장 안에서는 하나의 어휘가 두 번 이상 사용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자칫 작가가 어휘 능력이 부족하다는 불평을 들을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문맥의 파악에 혼란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3. 한 문장에서는 하나의 이야기만

한 문장에는 하나의 이야기만을 해야 한다. 여러 내용을 한 문장 안에다 집어넣으려는 욕심을 가진 작가는 미련한 사람이다. 여러 문장으로 갈라서 작성하면 독자들에게 부담도 주지 않아서 좋다. 욕심이 많으면 문장은 자연스레 길어진다. 문장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의미는 축소된다. 문장에 참여한 어휘들은 제 목소리를 내며 자신의 개성을 나타내려 하기 때문에 그렇다. 작아진 의미 위에서 이어지는 문장은 진행에 문이 협소하여 엄청난 제한을 받게 된다. 결국 긴 문장은 다음 문장의 진로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준다.

 

 

 

4. 수식어는 한 문장에 하나만

지나친 수식어가 붙으면 문장은 지저분하게 변한다. 문장 성분마다 수식어를 붙이면 의미 전달에 커다란 장애가 발생한다. 주어에도 수식어, 목적어에도 수식어, 서술어에도 수식어를 붙이면 부분은 아름다울지 몰라도 의미 전달은 정확하지 못하다. 그래서 수식어는 그 문장에서 가장 강조해야 할 성분에만 붙여야 한다.

 

 

5. 글의 전개는 연상 작용에 의해

글을 전개해 나갈 때에는 앞뒤 문장의 전개에 무리가 없어야 한다. 모든 문장은 앞의 문장의 테두리 안에서 전개되어야 한다. 앞에서 기술한 내용을 토대로 다음 이야기가 이어져야 순조롭다. 이미지는 연상 작용에 따라 진행되면 부드럽다. 문장 사이의 거리가 발생하면 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한다. 앞의 문장 내용과 동떨어진 문장 전개는 독자들의 순조로운 이미지 정리에 커다란 부담으로 남는다.

 

 

 

6. 글의 흐름은 분위기에 맞게

글의 흐름은 진행 분위기에 정확히 맞아야 한다. 분위기상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전달에 지장을 초래한다. 글의 흐름을 직시하고, 그 안에 내재해 있는 주체가 무엇인가를 찾아 정확히 제자리에 앉힘으로써 독자들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문맥의 흐름으로 볼 때, 주체는 ‘갑’인데, 그 글에서 주어가 ‘을’로 나타났다면 독자들은 혼란에 빠질 것이 뻔하다. 이런 문장은 독자들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주제의 표출에도 커다란 장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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