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2016.01.11 07:54

동아줄 김태수 조회 수:188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 이향아

 

 

 

좋은 글이란 한 마디로 말해서 정확한 문장으로 쓴 글이다. 정확한 문장이라야 전달이 순조롭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전달을 염두에 두지 않은 표현은 없다. 
정확한 문장은 수식이 현란하고 아름답기 이전에 우선 문법에 맞아야 한다. 최근 특히 라디오 방송을 듣고 있노라면 방송에 초청 받은 출연자는 말할 것도 없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 역시 문법이나 어법에 어긋나는 말을 자주 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그 예는 다양하며 요인 또한 각색이지만 다음과 같이 몇 가지 원리만 선별하여 설명하려고 한다.

가) 정확한 문장이 명문이다

(1) 형용사에는 진행형이 없다

동사는 사물의 동작과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이므로 물론 진행형이 있다.
가고 있다, 울고 있다, 먹고 있다, 읽고 있다, 오고 있다, 등이 매우 자연스럽다는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러나 형용사의 진행형, 깨끗하고 있다, 꽃이 아름답고 있다, 교실이 조용하고 있다, 수돗물이 맑고 있다, 날이 흐리고 있다, 사는데, 일하는데, 노래부르는데, 소리지르는데 등은 있지만 외롭는데, 한가하는데, 화려하는데 등은 성립될 수 없다.
만일 진행의 형태를 취하고 싶으면 ´꽃이 차츰 아름다워지고 있다´ ´교실이 조용해지려고 한다´ ´수돗물이 차츰 맑아지고 있다´ ´날이 흐려지고 있다´와 같이 보조 동사를 사용하여 동사의 형태로 바꾼 다음에야 가능하다. 


(2) 형용사에는 의도형과 목적형이 없다

동사에는 의도형도 있고 목적형도 있다. 극복하려고 한다, 이기려고 한다, 참으려고 한다는 각각 동사의 의도형이다. 그리고 먹으러 가다, 보러 가다, 진압하러 오다, 꺾으러 갑시다등은 동사의 목적형이다. 
그러나 형용사의 의도형 빠르려고 한다, 푸르려고 한다, 투명하려고 한다, 깊으려고 한다, 미련하려고 한다나 목적형 기쁘러, 행복하러, 고요하러, 재미있으러 등은 성립될 수 없다.

(3) 형용사에는 명령형이 없다

가거라. 오너라. 먹어라, 싸워라. 뛰어라. 넣어라등은 동사의 명령형이다. 그러나 형용사의 명령형 높아라, 낮아라, 고와라, 빨라라, 짧아라, 늦어라, 등은 명령형이 아니다. 가끔 ´고와라´(아, 장미꽃이 고와라), ´아름다워라´(청춘은 아름다워라) 등이 쓰이는데 이는 명령형이 아니라 감탄형이다. 

나) 간결한 문장이 좋은 문장이다.

문장에 쓰인 어휘가 많으면 자칫 어휘의 병목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긴 문장은 전달이 늦고 정확도가 떨어지며 혼돈을 야기한다. 물론 문체에는 필자의 성격에 따라서 만연체도 있고 간결체도 있지만 만연체로서 정연한 이론을 전개하려면 그만한 실력이 밑받침되어야 가능하다. 같은 주장을 할 때도 만연체로 이끌면 호흡이 길어서 느긋하기는 하지만 주장의 강도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은 극도로 축약한 문장으로 쓰였다. 작가의 사상과 정서가 예리하고 단호하게 나타난 것은 그의 짧은 문장형식에서도 적지 않은 힘을 입었다고 하겠다. 

다) 과장이 없는 문장

과장하는 것은 부족한 상태보다 오히려 못하다. 사실에 부합되는 표현이 가장 좋겠으나 그렇지 못할 때는 차라리 모자라는 것이 낫다. 필자가 미처 표현하지 못한 부분은 행간의 의미를 파악하는 독자의 몫으로 남기 때문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상상의 공간과 여운의 그늘을 드리울 수도 있는 것이다.
과장된 표현은 그 진실성까지 의심받게 된다. 그것은 거짓말을 했을 때 포장하기 위하여 늘어놓는 장광설과 유사한 인상을 준다. 
많은 수식을 한 문장은 분별없이 꾸민 여자의 복장처럼 품위가 없다. 

라) 정확한 어휘의 활용

몇 개의 어휘를 알고 있는가하는 것은 각 개인의 문화수준을 증명하며, 그 나라의 국어사전에 몇 개의 단어가 수록되어 있는가하는 것은 그 나라의 문화수준을 설명한다.
각 개인의 직업과 지식과 생활양식이 그 사람의 어휘 수효를 결정한다.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언어 습관이 있을 수도 있는데 그 습관은 대화에서나 문장 표현에서 적잖은 장애물이 된다. 특히 현대에 이르러 부정의 표현들이 많아졌다. 부정할 때나 써야 할 어휘들을 긍정의 문장에서 쓰는 것은 수정하지 않으면 안될 중요한 항목이다. 

(1) ´너무´라는 말은 부정의 뜻을 전할 때 적합하다

´너무´라는 말은 ´지나치게´, ´도를 넘어서´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그 말이 긍정적인 말로 쓰이고 있어서 아주 어색하다. ´참 좋아요´라고 해야 할 것을 ´너무 좋아요´라고 하고 ´아주 맛이 있어요´나 ´참 맛이 있어요´를 ´너무 맛있어요´라고 한다.
해도 너무 한다, 산이 너무 높다(높아서 오를 수가 없다), 너무 지쳐 있다, 너무 냉정하다 등은 맞는 말이다. 그러나 너무 좋다, 너무 예쁘다, 너무 맛있다, 너무 기쁘다, 너무 잘 한다, 너무 사랑한다는 표현은 성립될 수 없다.

(2) ´전혀´라는 말도 부정의 뜻을 전한다

전혀는 전혀 모른다, 전혀 엉뚱하다. 사실과 전혀 다르다. 전혀 딴판이다 등 부정의 말에 쓰인다. 그러나 ´전혀 새로운´이라는 말이 어떤 상품의 광고 문구로 쓰이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것은 ´지금까지의 방법과는 전혀 다른´이라고 해야 한다. ´정말이어요. 나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일입니다.´, ´안면이 전혀 없는 사람이에요.´, ´전혀 반갑지 않은 소식이군요.´ 이렇게 써야 옳다. 
광고문은 신선한 충격을 주려는 광고문으로서의 특성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지만 일반적인 문장에서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3) ´조차´라는 말 또한 부정의 뜻이다

´너조차로 나를 몰라주느냐´, ´ABC조차 모르는 사람이 무얼 안다고 까불어?´ 라고 할 때 ´조차´라는 말은 ´그것까지도´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그 말 뒤에 부정의 뜻을 가진 말이 온다.
그러나 ´몽고말조차 잘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하면 매우 우습게 들린다. ´히말라야산조차도 정복한 사람입니다´라는 말도 어딘가 어색하다. ´히말라야산까지도 정복한 사람입니다´
´몽고말까지도 잘 하는 사람입니다´라고 해야 옳다. 

바) 원거리 표현법

(1) 이유 없는 간접화법

근래 생긴 화법 가운데 특이한 것은 공연히 따옴표를 삽입한 형태의 말을 한다는 것이다. 
´A가 B보다 좋다고 볼 수 있지´, ´스페인을 이겼으니 독일도 가능하다고 볼 수 있어´라고 해도 무방한 것을 ´A가 B보다 좋다´라고 볼 수 있지. ´스페인을 이겼으니 독일도 가능하다´라고 볼 수 있어´라고 멀게 표현한다. 따옴표를 삽입했다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외국말도 아닌 국어인데 공연히 멀리 표현하면 외국어를 해석한 문장을 읽는 것처럼 어색하다. 

(2) ´개인적으로´라는 말 

개인적인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공연히 ´개인적´으로 라는 말을 넣는다.
이 꽃을 좋아하십니까?라고 물었을 때 좋아한다. 싫어한다 견해만 밝히면 된다. 그런데 ´예,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합니다´라고 말한다. 일대 일의 인터뷰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상대방의 개인적인 견해나 취향을 묻는다. 근래 쓸데없이 ´개인적으로´라는 말을 많이 붙이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세상에는 다양한 생각들이 있겠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혹은 감정)이니 아무리 이상한 말을 하더라도 당신은 토를 달 필요가 없다는 말인가?

(3) ´---인 줄 알고 있어요´ 용법

확실하고 당연한 사실을 불확실한 것처럼 한 발자국 물러서서 ´그런 것으로 알고 있어요´라고 어정쩡하게 대답한다.
"K고등학교를 나오셨군요. 몇 회 졸업이십니까?"
"예 2회인 줄로 알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비정상적인 대답이다. 자신이 몇 회 졸업생인지 알 수 없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차라리 ´아마 2회일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 

(4) ´같아요´ 용법

좋은 것 같아요, 더 예쁜 것 같아요,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기분이 나쁜 것 같아요
이상은 모두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 말들이다. 그러나 자신의 감정이 분명하지 않고 모호해 보이는 것은 말미의 ´같아요´ 때문이다. 자기의 느낌에도 자신이 없는가? 왜 ´같아요´라는 추측의 형용사를 쓰는가? 
이와 비슷한 것으로 ´저와 같은 경우에는´이라는 말이 있다. 이것은 내 경우에 한정된 것일 뿐이라는 의미를 강하게 시사한다. ´--인 줄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인 것 같아요´, ´저와 같은 경우에는´ 들은 직접 표현하기를 꺼리는 데서 오는 화법이다. 왜들 망설이는가?
´맛이 있는 것 같아요´의 ´같아요 용법´, ´개인적으로 떡을 잘 먹습니다´와 같은 ´개인적으로 용법´ 그리고 ´그런 줄로 알고 있어요´의 ´알고 있어요 용법´들은 모두 책임을 모면하려는 어법이다. 
이는 근거리를 두고 일부러 우회하여 머뭇거리는 표현으로 원거리 표현이라 명명하고 싶다.

 

 

출처: 시와 음악이 살아있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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