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뉴욕문학 신인상 시 심사평>


시는 경험의 순간을 언어의 배열로 창조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시는 소리와 리듬과 사상과 상상력에 호소하게 된다. 하고 싶은 말을 그대로 내 뱉는 것이 시가 아니다. 하고 싶은 말을 암시로 연상시켜 끌고 가야 한다. 따라서 좋은 시는 그 의미를 환기시켜준다.

<함박눈><본분>등을 쓴 분은 하나님에 대한 반성문 아니면 일지에 불과했다. 진부한 제목이고 진부한 내용들이다. 시가 무엇인지? 어떻게 써야하는지? 남들은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공부한 흔적이 없다. 그것은 많은 독서량으로 알게 되는 것인데 그렇지 못하다고 느껴진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필라델피아><성묘>등을 쓴 분은 분노와 넋두리와 반항의 표출이다. 반항의 시로는 대표적인 시가 <김지하>의 <오적>이 있다. 읽어보았는지 궁금하다. <박이도>선생의 시도 많이 읽었으면 한다. 신변의 호소나 감상이나 진부한 진술을 결코 시가 아니다. 독자 즉 읽는 사람들은 작가보다 똑똑하다. 한 줄의 글도 쓸 줄 모르면서 그 글의 잘잘못은 알아챈다. 만약 칭찬을 했다면 그것은 거짓임을 알아야 한다.


시조를 보낸 <김태수>씨의 작품 <봄빛>을 당선작으로 민다. <봄빛> 눈 삼켜 물오른 햇살 겨울 숲 달려 나와 인내하다 쌓인 앙금 가지에 촘촘 매고사랑 꽃 흐드러지게 하늘하늘 피운다

오래간만에 아주 좋은 작품을 읽었다. 11편의 평시조가 하나도 나무랄 데가 없다. 그것은 그가 많은 습작도 했겠지만, 시조가 무엇인지를 확실하게 공부하고 썼다는 증거다. 또한 시의 행간에 작가의 체험이 깊이 묻어나고 있다.

시조가 갖는 3장 6구 12음보를 지키면서 그 안에서 자유로운 언어구사를 하고 있었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나목의 꿈>의 <1.이정표>나 <2.목탁>을 읽어보면, <이정표> 나 홀로 떠난 여행/ 나그네 길목 앞에/ 목장승 깊은 웃음/ 목안에 눌러두고/ 의연히 하늘 우러러/ 꿈쩍 않고 서 있다.
<목탁> 나름대로 질러보려/ 나는 속 다 비웠다/ 목 맨 묵언 수행 후/ 목울대 울린 정음/ 의롭게 두드려 맞아/ 꿈만한 길 열리고,주를 달아 단어 해석도 친절하게 알려주고 정확하게 했다. 아마도 이미 등단하지 않았나 의심해본다.


2014년 최정자. 이정강.





<뉴욕 문학 김태수 신인상 시당선 소감문>


뉴욕 문학 회원 되어 기쁘고 고마워요
욕되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갈닦으며
문 열고 들어가 배우는
학생 되어 보려고요

김태수 동아줄 이름 건 작품들이
태가 나 알아보는 개성이 묻어나게
수작이 아니라 해도 열심히는 해야지요

신인상 받았으니 멈출 수 없는 걸음  
인터넷 들랑대며 좋은 작품 읽고 익혀
상클한 글 한 편이라도 잘 써 보고 싶어요

시당선 뽑힌 것은
시조행시 널리 알려

당분간 힘들어도
당당히 발표하고

선구자 역할 하라는
선걸음으로 생각해요

소감문 써 보면서
소속감을 느끼네요

감정이입 글에 담아
감사하는 마음으로

문우와
문향 나누며
문우지정 쌓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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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심사평


매년 소설 응모가 드문 상황인데 이번에는 두 분이 소설에 응모했다. 보내온 작품들도 예전에 비해 수작이어서 심사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어느 작품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에 집행자가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백년동안>과 <영자의 전성시대>를 공동 가작으로 결정하게 되었다. 어느 한 편을 전격적으로 선택해 당선작으로 정하기는 힘들다는 이견 때문이다. 그만큼 우열을 가리기에는 엇비슷한 장점과 문장력을 갖춘 작품들이다.

영자의 전성시대는 그 제목이 머릿속에 잠식된 오래된 영화를 기억나게 하여 가벼운 편견을 지니고 읽게 만든 것이 유리하지 못했다. 소설의 제목은 작품의 분위기를 가늠하게 하는 얼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자의 전성시대>라는 얼굴을 가진 이 단편의 표정과 굴곡은 세련되고 유연하다고 하겠다. 문장을 이어가는 탄탄한 실력과 어휘 묘사의 잔재미가 작품을 돋보이게 하는 큰 역할을 한다. 어떤 인연을 가졌던 한 여자의 종말에 우연히 취재하는 기자로 가담하게 된 상황을 밀도 있게 그려내었고 스토리에 무리가 없다. 다만 일인층 화자의 주관적 문제에 집착해 정작 조명하려던 여인의 삶에 대한 문제 제기가 느슨해진 느낌이 있었다.


<백년 동안>을 보내온 분은 이외에 <클랙스턴>이라는 단편도 함께 보내왔다. 전혀 다른 내용이지만 문장을 이어가는 태도와 감각이 거의 유사하다는 생각이다. 마치 탐사소설 (investigated story), 혹은 추적기사(tracking story)로 연출된 느낌을 준다. 그러나 탐사나 추적이 마땅히 끌고나가는 압박감이나 심각성은 없는 것도 두 작품이 유사하다. 그중에서 <백년동안>을 택한 것은 소설적인 구성이 더 돋보이기 때문이다. 단편으로 매듭짓기는 했지만 더 긴 소설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략과 절제가 극적상황을 모두 배제했지만 한 역사를 되짚어보려는 글쓴이의 통찰이 설득력이 있고 이야기를 추동해 가는 서술에서 능력이 보인다.

1900년도 초기에 이민 심사를 기다리던 김영범이라는 인물이 화자가 찾는 대상이다. 그리고 같은 이름의 이니셜을 다른 곳에서 발견하게 된다. 엔젤 아일랜드에서 발견한 낙서와 전해 받은 일기의 주인, 그리고 묘비명에서 발견한 이름이 같은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해 보는 건 자연스럽다. 1913년 탄광에서 채광 일을 하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광부의 일기가 소설의 일부에 등장하여 당시 상황을 전한다. 일기는 의식을 잃어가며 삶의 종장을 서술한다.

그러나 비극적 상황이 전혀 드라마틱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가 찾는 인물에 대한 부피나 중량이 전혀 크지않게 서술되기 때문이다. 영자의 전성시대 처럼 다채로움이나 우화적 입담은 없지만 진지한 소설의 필요치를 수용하고 있다고 보겠다. 소설적 담화의 소재를 한번 되짚어 봐야할 한인 이민역사에서 찾은 <백년동안>의 작가는 앞으로 역사적 상황과 사건에서 연동된 좋은 글을 쓸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작품과 소재로만 볼 때 둘 중 하나를 놓고 <이것이다> 라고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결정적인 요소를 하나의 작품에서 찾지 못해 결국 공동 가작으로 정하게 됐다.


임혜기




소설 우수상 수상
                                                                                                                                                                                

수상 소감 - 전준성


아침나절, 유월의 짙은 안개가 햇살에 천천히 사위어 갑니다. 풀잎이 바람에 서걱거립니다. 그 소리는 따스한 유월의 온기를 받아 한껏 대기를 부풀리는 듯했으며, 밖으로 무엇을 내 보내려는 기운으로 맹렬했습니다.

나는 한동안 그 부풀음을 하릴없이 지켜보았습니다.

꽃을 피우는 나무들도 스스로 몸을 부풀렸으며, 치열하게 몽우리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그 몽우리를 통해 꽃을 토해내는 마지막 과정은 안쓰러웠으며 경이스럽기도 했습니다.

계절은 무슨 힘으로, 이토록 고통스러운 과정은 강요하는지 꽃나무를 보며 나는 무참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나의 무참함과 자연의 길은 각자 가는 길이 있었습니다. 꽃나무는 다시금 정점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만개해 나갈 것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에 대한 자족감을 넘어, 단 한 번의 자존심을 세우려는 기회의 몸부림처럼 보이겠지요.

나는 계절이 만들어 내는 애절한 마음으로 인생의 정점에서 하나의 목표를 두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한 사람들… 그리고 성공한 사람들…성공해 유명해진 사람들을 생각했습니다. 나는 어느새, 다시 한번, 무참한 마음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나의 무참함과 자연의 길이 다르듯이, 그들의 성공과 영광이 나의 길과는 다르다는 확신에 나는 비로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좋은 글 많이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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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우수상 수상

                                                                                                                                                                          
수상 소감 - 강남옥


미국 생활은 아직도 나를 주눅들게 한다. 주 5일 근무, 영어로 소통해야 하는 곳에서의 피곤은 가중되게 마련이다. 금요일 저녁이 되면, 영어소통권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나는 한국학교 선생을 하는데, 아이들과 보내는 토요일은 몸이 피곤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금요일 저녁이 되면 늦도록 잠들지 않아도 다음날에 대한 부담이 없다. 한국어로 소통하는 곳에서의 자유자재의 소통이 나를 가볍게 한다. 영어가 편할 때도 있다. 상사가 맘에 들지 않는 오더를 내릴 때의 떨뜨름한 동의에는 ‘오케이’라고 자르듯이, 불필요한 예의 차리지 않고 불만을 버무려넣어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문학적 소통 없이 살았다. 생이 손 쓸 수 없이 저물고 있다는 자각과 동시에 누가 내게 떠맡긴 것도 아닌, 스스로 잘 나서 가진 문학적 빚짐을 해소하지 않고서는 불편한 마음이 오가는 발치에 늘 채일 것 같았다. 다시 쓰기로 마음 먹고 나니 손목에 슨  녹을 벗겨내는 작업이 또한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늦게 잠들지 않아도 널럴한 금요일 저녁같은 마음이 나를 크게 불안하지 않게 해서 좋다.

디아스포라 문학이라고 하면 맞을지 모르겠다. 국외 이주민 사회에서 모국어로 된 본격 문학이 가능할까? 라는 의구심은 아직도 가지고 있다. ‘뉴욕문학’의 번성과 함께 그것이 가능해지는 날을 기대하면서 쓰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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