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쓰기, '갈등과 반전의 묘미' 함께 살려야.




좋은 문장은 좋은 글의 전제조건이다. 하지만 좋은 문장의 글이라고 하여 반드시 좋은 글은 아니다. 좋은 글이 되자면 글의 전개에 갈등과 함께 적절한 반전이 녹아들어야 한다. 다만 글을 쓰는 이가 유의해야 할 것은 반전의 내용이다. 즉 반전의 내용이 반드시 비극이어야만 한다는 생각만은 버려야 한다. 반전의 내용에는 비극과 함께 희극 또한 중요한 내용이 될 수 있다. 글의 종류에 따라 반전의 내용 또한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아무튼 반전의 묘를 제대로 살려야만 글을 읽는 이로 하여금 흥미를 지속적으로 유발하고 감동을 또한 불러낸다. 대 문장가는 한 문장 속에 갈등과 함께 반전까지 동시에 담아낸다. 그러나 보통 사람이 그렇게 하자면 문장이 길어지기 마련이다. 문장이 길어지면 마땅히 좋은 문장이 되기 어렵다.


결국 한 문장 속에서 갈등과 반전을 함께 일구자면, 갈등과 반전의 적합어휘를 취사선택하여 함께 잘 구사해야한다. 이런 표현은 시나 대중가요 가사에 주로 나타난다. 짧은 문장 혹은 생략형 문장을 통해 글월 속에서 갈등과 반전을 함께 일구어 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의 표현은 자칫 지나친 생략으로 문장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 이렇게 되면 의미의 전달이 분명하지 않은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시 쓰기가 어려운 것도, 대중가요의 가사 짓기가 어려운 것도 이 때문이다.


좋은 문장의 예를 하나들면, 바로 소월의 시 '진달래' 중에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이다. 내가 미워 가는 사람을 말없이 보내는, 즉 갈등과 반전이 함께 이 시구 속에 녹아 있다. 다시 말해 내가 미워 가는 사람을 향해 한 판 욕설과 함께 잔뜩 심술을 부려 가지 못하도록 막아서야 하는 것이 우리네 보통여인의 정서임에도 불구하고, 소월은 이를 뒤집어 놓음으로서 시의 극적 요소를 살려내고 있다.


시를 씀에 있어서 메타포를 살린다는 것은 특정 의미를 함축해 내는 것이라고 하겠다. 즉 시에서 메타포란 단순한 비유 혹은 은유의 표현이 아니다. 예를 들면,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감 홍시 하나'를 보고, '좌절의 절벽에 매달린 희망'이라고 표현했을 때, 이 표현이야 말로 '시의 메타포를 제대로 살려냈다'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이를 더욱더 압축하며 '겨울에 보는 희망'이라고 표현했다면, 더 큰 묘미를 살려냈다고 하겠다.

다만 이때에는 이 표현을 전후한 시구가, 이 표현이 '앙상한 감나무 가지 끝에 매달린 감 홍시 하나'를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저 앞서 말한 광경을 '희망 하나가 겨울 감나무가지 끝에 매달려 있다'고 표현했다면, 이는 감홍 시를 희망으로 표현한 단순한 비유에 불과하다. 이 같은 표현을 두고 시의 메타포를 살려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런 표현에는 반전 혹은 갈등 또한 내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같은 표현은 영 밋밋하다. 하지만 '좌절의 절벽에 매달린 희망', 혹은 '겨울에 보는 희망' 같은 표현에는 갈등적 요소와 함께 반전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배어들어 녹아있다. 특히 시의 표현에 있어서 이런 요소를 살려내는 일이야 말로 좋은 시를 쓰는 첩경이다. 물론 이 같은 표현은 시뿐만 아니라 모든 장르의 글에 공통적으로 통용된다.


우리들 중에는 '인연(피천득 선생)'이라는 수필을 접하지 않은 이가 없다.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탓도 있지만, 문장도, 글의 내용도, 문체도, 글의 전개 등 그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는 글이기 때문이다.

'인연'을 읽다보면, 마치 내가 그 주인공인 것 같은 착각에 빠진다. 그리고 글의 전개 곧 인연에 담긴 갈등 요소와 반전의 내용은 글을 읽는 이이게 아예 더 깊이 빠져들도록 한다.

사실 우리 문학사에서 피천득 선생의 '인연'만큼 많이 읽힌 글도 없을 것이다. 왜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바로 '인연'은 좋은 글이 갖춰야 할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피천득 선생의 '인연'은 수필로 분류하지만, 장편의 서정시로 분류하여도 손색이 없다. '인연'은 충분히 회화적이기도 하다. 우리 화단에 많은 화가들이 있지만 특정의 글을 회화로 옮겨 놓는 이를 보지 못했다. '인연'을 한 폭의 그림으로 표현하면 어떤 그림이 될까?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작품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인연에는 회화가 요구하는 요소 또한 모두 녹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글을 쓰자면 상상력과 함께 그것을 글로 옮겨 내는 재주 또한 필요하다. 이 때 상상력은 생각이 그려내는 '회화' 즉 그림이다. 화가는 이를 화폭에 옮겨 담고, 시인은 이를 시에 담아낸다. 화가와 시인의 차이란 바로 생각의 그림을 어디에다 옮겨 놓는가의 차이인 셈이다.


이 때 갈등과 반전의 내용을 함께 담아낸다면, 작가는 정말 멋진 그림과 시, 곧 좋은 글을 생산하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Veni, vidi, vici)" 이 단 한 줄의 글로 전쟁에서의 승리를 한껏 확신한 캐사르의 이 표현에서 우리는 승리의 커다란 감격을 온 몸으로 느끼는 등 충분한 감동을 받는다. 비록 단 한 줄이지만 이 글이 주는 감동의 크기를 말로 다 표현하기는 어렵다. 많은 시 중에서 이만한 시를 발견하기란 또한 쉽지 않다.


아무튼 좋은 글을 쓰는 데는 이처럼 순간의 충격적 감동을 제대로 포착해 담아내는 순발력을 또한 요구한다. 한편 시를 포함한 모든 글은 진솔성을 담아낼 때, 그리고 그 순간 이는 감정의 크기를 제대로 담을 때, 비로소 만인에게 감동을 주며, 그 감동을 또한 지속시킨다. 그러자면 갈등과 함께 반전의 대 묘미를 글 속에 녹여 제대로 살릴 때, 그것이 단 한 문장이어도 좋다, 비로소 독자로 하여금 흥미를 갖게 하는 감동의 글이 된다.


좋은 글을 쓰자면, 좋은 마음가짐과 함께 글쓰기의 기술을 익히는 것 또한 중요하다. 다만 이 같은 글쓰기 기술은 그 테크닉을 읽어 안다고 해서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많이 쓰면서 그 글쓰기 기술이 가진 의미 하나하나를 제대로 새겨 체득해 나갈 때, 비로소 달성된다.


임진년 원단(설 날) / 정 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0 좋은 표어 짓기 동아줄 2012.10.20 2167
19 김태수 씨 사이버 문학 공모전 입상(앵커리지 한인신문 기사 내용 9/26/2012) 동아줄 김태수 2012.10.02 476
18 이런 詩語가 들어가면 그 詩는 낙제 수준 동아줄 2012.08.24 504
17 더 좋은 시를 쓰고 싶어하는 여러분에게 동아줄 2012.07.23 436
16 시인이란 무엇인가? 동아줄 2012.05.19 539
15 어떻게 글을 쓸 것인가? 동아줄 2012.04.26 274
14 수필의 모습 동아줄 2012.04.13 261
13 우리 시,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동아줄 2012.03.30 373
12 여보세요, 詩님 계신가요 동아줄 2012.03.02 424
11 좋은 행시(시조) 짓기/좋은 행시 쓰기 동아줄 2012.02.22 1667
10 수필 문장 구성하기 동아줄 김태수 2012.02.20 555
9 제6회 재미수필 신인상 심사 결과 동아줄 김태수 2012.02.18 346
» 좋은 글쓰기, '갈등과 반전의 묘미' 함께 살려야 동아줄 김태수 2012.02.10 497
7 새 표준어 항목 동아줄 김태수 2012.02.08 229
6 쉬운 시의 어려움 동아줄 김태수 2012.02.07 338
5 시를 쉽게 쓰는 요령 동아줄 김태수 2012.01.06 1035
4 의성어와 의태어의 종류와 구성방식 동아줄 김태수 2011.12.26 4334
3 나는 왜 문학을 하는가 동아줄 김태수 2011.12.22 388
2 '만한'의 띄어쓰기 문제 따져 봅시다 동아줄 김태수 2011.12.19 1459
1 문학인과 댓글 문화 동아줄 김태수 2011.12.13 287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60
어제:
37
전체:
1,167,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