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행시(시조) 짓기/좋은 행시 쓰기

2012.02.22 05:33

동아줄 조회 수:1667 추천:77


행시(시조) 짓기



동아줄 김태수





문학 단체는 물론 일반 모임이나 오락 게임에서도 행시 짓기가 많이 행해지고 있다. 짧고 간단하면서도 쉽게 운에 맞춰 풀어가는 재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시가 자폐적이고, 산문적이고, 어려워서 일반인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그나마 행시는 이러한 시에 비해 쉽게 대중 속에 파고 들어 함께 호흡?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행시도 낱말 맞추기 수준을 벗어나 대중적인 것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개인적인 바람은 정형 시조 가락에 맞춘 삼행시(운삼행시) 짓기가 보다 더 일반화 되었으면 좋겠다. 정형 시조는 한국적인 정서를 잘 나타내 주면서도 운을 맞추는 재미를 더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행시라면 운삼행시조를 떠올릴 정도로 일반화 되었으면 좋겠다.

운시와 행시 그리고 행시 짓기에 있어서 운율과 고려해야 할 사항을 살펴보기로 한다.



*. 운행시와 행시 그리고 운시

행시란 한 줄(시에서는 행이라 함), 즉 한 행으로 쓴 시 또는 한 행 씩 쓴 시를 말한다.

그러므로 삼행시는 3줄로, 사행시는 4줄로, 오행시는 5줄로 쓴 시를 말한다.



세 운에 맞춰쓴 3행시는 운삼행시, 네 운에 맞춰 쓴 4행시는 운사행시이고, 다섯 운에 맞춰 쓴 5행시는 운오행시가 된다. 운이 없으면 그냥 삼행시,사행시, 오행시가 된다. 그러나 이는 엄격한 구별이고 일반적으로 행시를 말할 때 운에 맞춰 쓴 행시를 일컫는다. 그러므로 운삼행시= 삼행시, 운사행시= 사행시, 운오행시= 오행시로 받아들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운에 맞춰 쓴 시조는 운시조=행시조 또는, 시조 행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넓은 의미의 행시는 행시조를 포함한다.


제가 쓴 졸시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운삼행시의 예(운은 나이테, 시제는 기도)





기도



나뭇잎 떨어져도 새순은 돋아나고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다



삼행시를 정형시조 3장 6구 12음보에 맞춰 썼다.



3장은 초장,중장, 종장을 말한다.

초장 : 나뭇잎 떨어져도 새순은 돋아나고

중장 :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종장 :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다.



구는 2음보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므로 각장은 2구로 이루어져 있고 3장이므로 총 6구가 된다. 구는 주로 체언부와 서술부가 조합하여 1구를 이룬다. 체언부+체언부 또는 서술부+서술부가 이어지면 비문이 되어 시상을 제대로 펼치기가 어렵게 된다.



초장 첫구 나뭇잎(체언부)+떨어져도(서술부), 2번째구 새순은(체언부)+돋아나고(서술부)처럼 체언부와 서술부가 조합하여 한구를 이룸을 볼 수 있다.



초장에서 첫구는 "나뭇잎 떨어져도" 이고, 2번째구는 "새순은 돋아나고"이다.

중장에서 첫구는 "이대로 흘러가도 "이고, 2번째구는 " 뜻만은 고여있어"이다.

종장에서 첫구는 "테두리 하늘 품으며 "이고, 2번째구는 "물속에서 비친다."이다


음보는 각 장마다 4음보로 이루어져 있다.다시말하면 2음보가 1구를 이룬다.

음보는 보통 한걸음 한호흡에 자연스럽게 내뱉는 소리다. 보통 3~4음절이 가장 자연스럽게 읽히고 소리 낼 수 있다.  3~4음절을 기준으로  이보다 적은 2음절일 경우에는 소음보, 이보다 많은 5~6 음절일 경우엔 과음보라 한다. 7음절 이상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 한음보로 소리내기가 어려워 사용하지 않는게 좋다.


초장 :나뭇잎 ^ 떨어져도^ 새순은^ 돋아나고 -4음보


중장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 4음보


종장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다 - 4음보



그러나 다음과 같이 6행으로 늘려 쓰면 행시가 운시로 바뀐다.



나뭇잎 떨어져도

새순은 돋아나고



이대로 흘러가도

뜻만은 고여있어


테두리 하늘 품으며

물속에서 비친다





운사행시의 예(운은 코스모스, 시제는 그대 모습)




그대 모습



코끝이 찡하도록 그리운 그대 향기

스며든 달빛 아래 정겨운 그대로다

모아든 여린 사랑 태풍도 끌어안고

스적인 가슴마다 피어난 고운 자태




4장 4음보로3434조로 썼다.




운 오행시의 예(운은 발가락 양말, 시제도 발가락 양말)





발가락 양말





발끝이 장갑 낀 듯 손으로 다시 난 발

가볍게 걷지 못해 짓밟고 살았는가

낙목落木은 시린발로  한곳에 동고동락

양손은 높게벌려 따순 해 부른 모양

말갛게 새싹 일궈 하늘 뜻 꽃 피운 말





11자형 오행시이다. 3434조 운율로 시작과 끝을 “발가락 양말” 운에 맞춰 썼다.  

11자형 행시는 처음과 끝을 운에 맞춰 쓸 수도 있고 다음 "물안개 사랑"처럼 중간에 운을 맞춰 쓸 수도 있다.(운은 물안개, 시제는 물안개 사랑)

첫 음절에 맞추는 운은 두운, 중간은 요운, 맨 끝에 맞추는 운은 각운이라 한다. 두운과 요운, 두운과 각운, 요운과 각운에 맞춰 쓴 행시가 11자형 행시이다.



물안개 사랑


물처럼 흘러 가면 물론 말도 안 된다고

안으로 다짐하며 안달해보지만

개새끼 떠나간 뒤엔 개집만 댕그랗다



6행 운시로 쓰면 다음과 같다.


물안개 사랑



물처럼 흘러 가면

물론 말도 안 된다고


안으로 다짐하며

안달해보지만


개새끼 떠나간 뒤엔

개집만 댕그랗다



위의 예에서처럼 운과 시제는 다를 수도 있고 같을 수도 있다. 운삼행시에서 운은 나이테, 시제는 기도이고, 11자형 운삼행시에서는 운은 물안개, 시제는 물안개 사랑이고, 운사행시에서는 운은 코스모스, 시제는 그대 모습이고, 운오행시에서는 운과 시제가 같은 발가락 양말임을 알 수 있다.



**행시 짓기 운율



일반적으로 정형 시조의 틀에 맞춰 씀이 무리 없이 자연스럽게 읽힌다. 삼행시라면 당연히 정형(격) 시조에 맞춘 운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정형시조는 3장 6구 12음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4행시나 5행시에 3434 3434 3543을 그대로 적용하려 하면 무리가 따른다. 굳이 적용하려 한다면 마지막 행에서 3543으로 맞추고 나머지 행에서는 3434 또는4444로 맞출 수는 있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4행, 5행, 6행, 7행 등으로 늘린 운시로 쓰면서 시조의 틀 안에 표현하면 된다.

그래서 4행시의 경우에는 아예 처음부터 3(4) 3(4)의 4장 4음보격으로 하거나, 다음과 같이 시조로 지으면 된다.



그대 모습(시조 형식)



코끝이 찡하도록 그리운 그대 향기

스며든 달빛 아래 정겨운 그대로다

모질게 태풍도 안고

스적이며 핀 자태





음수율이나 음보율을 무시하고도 얼마든지 좋은 행시를 쓸 수는 있다. 오히려 틀을 벗어나 자유롭게 자유시나 산문시처럼 쓰면 색다른 행시의 맛을 살릴 수도 있다. 다만 자유스럽게 쓰는 행시라 하더래도 일반적으로 한 행에 20자 이상을 넘어서면  정격 행시라 볼 수 없다. 물론 시조에서도 정형시조 외에 엇시조 사설시조처럼 한없이 늘어지는 경우도 있긴 하나 이를 행시에도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행시의 역사가 아직은 너무 짧다.



*** 행시도 시다



행시도 시다. 좋은 시는 일반적으로, 상투적인 표현에서 벗어나 ‘낯설게 하기’와 ‘침묵의 여백’ 이 있고, 독자가 스스로 깨닫게 하는 시이고, 독창적인 이미지와 새로운 인식으로 쓴 시여야 하고, 설명이 아닌 함축과 은유가 베어 있어야 하고, 정서의  표현이(설명) 아닌 느낌이 감동을 일으키고, 의미가 있는 시가 좋은 시라고 말한다. 행시도 마찬가지다. 운에 맞춰 풀어나가기에 급급해서는 시의 본질을 벗어나 상황을 설명하는 압축 글이 되고 만다. 운율에 따른 낱말 맞추기 설명이어서는 좋은 행시가 될 수 없다. 시의 옷을 빌려 입은 퍼즐일 뿐이다.



****행시 쓸 때 고려해야할 사항



1)  운을 그대로 사용하는 단어를 피하고 다른 말을 찾아 쓴다. 위 삼행시의 예를 들어보면 운이 “나이테”인데 행시작을 “나이” 또는 “나이테”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 행시의 긴장을 떨어뜨린다. 꼭 운을 사용해만 시가 살아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디에서도 나이나 나이테의 언급을 삼가고 간접적으로 표현해야 한다. 시제와 운이 상응해야 한다. 시제 따로 운 따로 별개여서는 주제가 살아나지 않는다.

2)  조사나 접미사를 운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운을 맞추기 위해 자연스러운 문장의 흐름을 끊고 나눠서 다음 자를 운으로 사용해서도 안 된다.

3)  될 수 있으면 운에 맞는 정서를 표현해야 한다. 운이 나이데이면 세월, 시간의 흐름, 덧없음, 연륜, 지혜, 경험 등 나이테에서 연상되거나 연관되는 내용이 은연중에 베어 있어야 한다. 주제, 시제, 운은 서로 유기적인 관계여야 한다.

4)  직접적인 언술을 삼가고 문학적인 표현으로 에둘러서 말해야 시가 된다. 이를 위해 가능하면 기승전결에 맞춰 씀이 바람직하다.

5)  어려운 한자어 사용을 삼가고 우리말을 살려 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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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행시 작품이란?



글: 김대광(아명:김삼행)

**행시**




일반적으로 삼행시 사행시 오행시.....등을 일컫는다.

'운'이 있고

운율의 제약이 없다. (단 3434조나 4444조를 쓰는 경우도 있음)


예: 삼행시의 경우






봉선화 / 안동 봉정사에서


봉황이 날다 앉은 천등산 봉정사(鳳停寺)
선정(禪定)에 온 가람이 푹 젖은 오후
화들짝, 졸다 깬 참나리 웃으며 반겼다





위의 경우 말 그대로 삼행시이다.


즉 세글자 '운'을 세줄(행)에 썻기 때문에 '행시'이다.


.





**운시**





위의 '봉선화' 작품을







봉선화 / 안동 봉정사에서




봉황이 날다 앉은

천등산 봉정사(鳳停寺)


선정(禪定)에 온

가람이 푹 젖은 오후


화들짝, 졸다 깬 참나리

웃으며 반겼다




이런식으로 분명히 '봉선화' '운'은 세글자인데

6줄로 늘려져있다.

즉 '운'을 여러줄로 늘려서 썻을 경우 '운시'가 되는 것이다.

즉 정해진 '운'을 산문적으로 늘려서 쓴 시를 '운시'라고 한다.





좋은 행시 작품이란?





첫째로 좋은 행시란

운율을 맞춘 행시가 좋은 작품인 것 같다.

'운 삼행시'의 경우 우리 선조께서 모범을 보여주신 시조 운율인 3434 3434 3543의 원칙을 지켜주면 좋고,

일반 '운 다행시'(삼행시 이상 운으로 쓴 작품)의 경우에도 각 행마다 3434조로 쓰는 것이, 운율을 맞추지 않거나,

산문적으로 쓴 행시보다는 나은 것 같다.

행시를 나름대로 쓰신 분들 중에서 아직까지도 4444조를 쓰시는 분들이 많은 데,

4444조는 '불필요한 조사'를 많이 쓰기때문에,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행시는 언어의 축약을 통한 절제미를 강조하기에 3434조 운율로 완성도 있는

작품을 쓰는 것이 좋다.



둘째로 좋은 행시란

'운'의 내용과 '시제'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이 좋은 행시이다.

예를들어 '운'이 '크리스마스'인 경우 읽는 독자들이 앞에 '운'을 읽지않아도,

행시의 내용이 '크리스마스'임을 쉽게 인식할 수 있으면 좋은 행시이다.



셋째로 좋은 행시란

'같은 시어의 반복을 피하는 행시 작품'이 좋은 행시이다.

행시는 말 그대로 몇 줄에 쓰는 시이기에,

그 짧은 시에 같은 시어(단어)가 반복이되면 문학성이 무척 떨어진다.



넷째로 좋은 행시란

'두음 법칙'을 사용하지 않는 작품이 좋은 행시이다.

그 이유는 행시는 '지정 운 행시'를 제외하고는

자신이 '운'을 선택하기 때문에

굳이 두음법칙의 '운'이 들어가는 '시어'(단어)를 선택해서 작품을 쓸 필요는 없다.



다섯째로 좋은 행시란

'조사' 한 글자에도 신경을 써서 각 행마다 물 흐르듯이 연결이 부드럽게 된 작품이 좋은 행시이다.



여섯째로 좋은 행시란

행시 작품마다 '운'과 '시제' 및 작품을 쓴 작가의 이름이나 아명과 띄어 쓰기 및 표기가 철저하게 지켜진 작품이 좋은 작품이다.

이 부분은 내가 무척 강조하는 부분으로, 예를들어 어떤 큰 문학 경연에서 수작의 뛰어난 작품이 두 작품이 선정이 되었을 때,

한 작품을 골라야 한다면, 이때 적용이 되는 것이 가장 기본이 되는 원칙이다.  즉 띄어쓰기와 바른 표기이기 때문이다.



일곱째로 좋은 행시란

행시의 내용에 가능한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은 행시 작품이다 (단 불가피한 경우 제외)



여덟째로 좋은 행시란

예를들어 '운'이 '초승달'이라고 할 때 첫행을 시작할 때

'초'의 첫'운'에서 시어를 '초승달'로 시작하는 행시 작품은 좋은 작품이 아니다.
가능하면 '초'로 시작할 때 다른 시어를 사용해서 어떻게 하든지,

읽는 독자들로 하여금 전체적인 내용을 통해 '초승달'을 유추하게 하는 행시가 좋은 행시이다.



아홉째로 좋은 행시란

행시가 어쩔 수 없이 '운'으로 푸는 시이기에, 한정된 시어로 행시 작품을 쓰고, 운율을 맞추어야 하기때문에,

부드럽게 운을 풀지 못하거나,

시감이 떨어진 행시 작품을 쓰는 경우가 많은 데, 그렇다 할지라도,

행시가 행시 문학으로 인정을 받으려면 시감이 풍부한 작품을 쓰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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